필리핀해~한반도, 슈퍼태풍 고속도로 되나

김정수 2016.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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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위 34도까지 바짝 다가온 ‘슈퍼태풍'
최근 40년 동안 최고 도달지점
북위 28도에서 ‘6도’ 북상
한반도 턱밑까지 올라와
 
최근접 슈퍼태풍은 27도 도달 ‘매미'
빈도 변함 없어도 강도는 세져
‘한반도 안전지대' 머잖아 끝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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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부산에 상륙해 짧은 시간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내고 사라진 태풍 차바는 10월 태풍치고는 이례적으로 강력했다. 이날 제주 고산에서 측정된 차바의 최대순간풍속 56.5m/초는 국내 태풍 가운데 역대 4위를 기록했고, 제주도와 남부지방 곳곳에서 강수량과 풍속의 기존 10월 극값 기록을 바꿔놨다. 

과학계의 연구 결과는 앞으로 한반도가 이처럼 이례적이고 강력한 태풍을 갈수록 자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슈퍼태풍’도 예외가 아니다.
 
슈퍼태풍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의 정의로 ‘1분 평균 최대풍속이 초속 65m(시속 234㎞) 이상인 태풍’을 말한다. 우리 기상청의 태풍 분류에서 최고 단계인 ‘매우 강’한 태풍보다 강도가 50%가량 더 센 초강력 태풍이다. 

2013년 필리핀을 초토화한 ‘하이옌’, 최근 대만과 중국 등에 큰 피해를 준 ‘네파탁’ 등이 대표적이다. 한반도는 지금까지 슈퍼태풍의 안전지대로 남아 있었다. 한반도 주변까지 올라온 슈퍼태풍이 없었고,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가운데는 2003년 9월 매미가 북위 27도까지 슈퍼태풍급 위력을 유지하며 올라온 것이 가장 근접한 기록이다. 

슈퍼태풍까지 발달했다가도 한반도 쪽으로 북상하면서 모두 세력이 약화됐다. 그러나 가속화하는 지구온난화가 또 다른 이례적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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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2012년에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슈퍼태풍이 통과한 위치와 통과 빈도. 문일주 제주대 교수(태풍연구센터 소장) 제공

상륙하는 태풍일수록 강도 세져
 
태풍이 탄생해서 발달했다가 소멸하는 데까지는 해수면 온도뿐 아니라, 대기 상·하층에 부는 바람의 속도와 방향 차이인 윈드시어, 이동 경로 주변의 기압 배치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미래 태풍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두고는 오래 논란을 벌여온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대부분의 분석 결과를 보면, 태풍의 발생 빈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지라도 태풍의 강도는 점차 강화돼 왔다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 태풍위원회는 2012년 평가보고서에서 미래 기후를 전망하는 기후모델들 대부분이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서태평양 지역에서 태풍의 발생 빈도는 줄어들지만 강도는 강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채플힐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웨이 메이 교수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 상핑 셰 교수는 지난달 5일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온라인판에 육지에 상륙하는 태풍의 강도가 지속해서 강화됐다고 보고했다. 상륙하지 못하고 해양에 머물다 일생을 마친 태풍들의 강도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국, 대만, 일본, 한국, 필리핀 등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태풍은 1977년 이후 최근까지 12~15% 강력해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상륙한 태풍의 강도 증가를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연안 바다 표층의 온난화와 연결지었다. 점차 따뜻해진 연안 바다가 자라나는 폭풍에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는 데 따른 지속적인 해수면 온도 증가로 중국 동부와 대만, 한국, 일본 등이 앞으로 갈수록 강력한 태풍을 맞게 되리라고 이들은 경고했다. 
 
인간이 일으키는 지구온난화가 태풍이 발원하는 ‘웜풀’ 확대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한국 과학자가 주도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연중 수온이 섭씨 27도에서 30도를 유지해 지구에서 가장 따뜻한 바다로 꼽히는 적도 주변의 인도-태평양 웜풀은 1953년과 2012년 사이 60년 동안 32% 팽창했다. 

포항공과대(POSTECH)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팀은 이 팽창을 불러온 주범이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임을 알아내 지난 7월 <사이언스>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보고했다. 기후모델을 이용한 분석 결과 웜풀 팽창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증가를 반영했을 때만 실제 상황대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 교수는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웜풀의 팽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이러한 인위적인 팽창은 인도양과 태평양 해역에서 비대칭적인 패턴으로 일어날 수 있고, 피해를 줄 수 있는 강수나 태풍과도 연관이 있어 지속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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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2012년 인도·태평양 웜풀의 변화 모습. 민승기 포항공과대 교수 제공 

슈퍼태풍, 40년 동안 660㎞ 북상
 
지난해 국립기상연구소 최기선 박사 등이 1977년 이후 태풍을 대상으로 분석해 지구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1999년 이후부터 태풍이 최대 강도를 나타내는 위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1999~2013년의 태풍들은 1977~1998년의 태풍들보다 열대 및 아열대 북서태평양의 북서해역에서 많이 발생해 태풍이 발생한 지점의 위도도 증가했다. 

태풍의 진로도 1998년까지의 태풍들은 주로 필리핀 동쪽 먼 해상으로부터 인도차이나반도를 향해 서쪽으로 이동하거나 일본 동쪽 먼 해상으로 북상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1999년 이후 태풍들은 주로 동아시아 중위도 지역으로 북상하는 패턴을 나타내 훨씬 고위도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허창회 교수 연구팀이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의 제5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 활용된 이십여개 기후모델의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 열대 사이클론 활동을 예측한 것을 보면, 북대서양을 통과하는 허리케인의 빈도는 앞선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북서태평양 해역의 태풍, 특히 동아시아의 중위도 지역인 한국과 일본에 상륙하는 태풍의 빈도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강도는 강화되더라도 빈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거나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제시됐던 앞선 다른 연구 결과들과 다르게, 미래로 갈수록 한반도가 더 자주 더 강한 태풍의 위협에 시달리게 되리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허 교수는 “태풍이 일생 동안 최대 강도가 나타나는 위치가 북상을 해 동아시아 해안으로 가까이 오게 되는 것은 지구온난화와 연관된 해수 온도 상승, 편서풍이 약화되는 데 따른 상하층 바람의 차이인 윈드시어의 약화 등에 의해 태풍이 올라오면서 약화되는 과정이 점점 천천히 일어나게 되기 때문”이라며 강력해질 태풍에 대한 대비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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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태평양 태풍 활동지역의 최근 40년 간 바닷물 수온 상승 실태를 살펴보면 한반도로 태풍이 올라오는 길목과 한반도 주변의 상승 속도가 특히 높다. 문일주 제주대교수(태풍연구센터 소장) 제공.

2014년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제임스 코신 교수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1982년부터 2012년 사이에 발생한 태풍을 포함한 열대 사이클론 자료를 재분석해 전 지구적으로 발생한 열대 사이클론이 이동 중 최대 강도에 도달한 위도가 10년마다 북반구에서는 53㎞씩, 남반구에서는 62㎞씩 극 방향으로 이동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학계에 알렸다. 당시 학술저널 <네이처>에 실은 연구 논문에서 이들은 대기 상하층 바람의 윈드시어 변화, 해수면 온도로 대표되는 폭풍 잠재강도의 변화, 열대구역의 확장 등을 이동을 불러온 원인으로 지목했다.  
 
제주대 태풍연구센터 소장인 문일주 교수 연구팀이 1975년부터 2012년까지 38년간을 19년씩 전·후반기로 나누어 북서태평양의 태풍과 슈퍼태풍 발생 빈도를 분석해본 결과, 태풍의 연평균 발생 빈도는 전반기 25.1회에서 후반기 24.6회로 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슈퍼태풍의 발생은 태풍이 주로 발달하는 해역의 해양 열용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반기 연평균 2.9회에서 후반기 연평균 4.4회로 52%나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슈퍼태풍 상태로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이 없어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중에 최성기 때 슈퍼태풍급으로 발달했던 태풍의 발생 빈도를 따져봤더니 전반기 연평균 0.58회에서 후반기 연평균 0.68회로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5년 이후 40년 동안의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슈퍼태풍의 도달 위도를 따져봤더니, 가장 많은 태풍이 도달한 위도는 전반기 북위 17도에서 후반기 21도5분으로 4도5분 북상했고, 최고 북상 위도는 전반기 북위 28도에서 후반기 34도로 6도 북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도 1도가 110㎞이니, 북쪽으로 660㎞ 치고 올라온 셈이다.
 
문 교수가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1979년부터 2014년까지의 바닷물 수온 자료를 분석한 것을 보면, 필리핀 동부에서 한반도 주변까지 이어지는 해역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이 이동하는 해역 가운데서도 특히 빠른 수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태풍의 발달과 소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기 상층과 하층 바람의 차이인 윈드시어의 장기적 변화도 갈수록 한반도 주변을 태풍 발달에 좋은 환경으로 바꾸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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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년간 태풍 발생과 이동 지역의 윈드시어 변화 추이를 보면 한반도 주변의 윈드시어의 약화 추세가 두드러진다. 대기 상하층 바람의 방향과 속도의 차이인 윈드시어가 약화될수록 풍이 잘 발달하게 된다. 문일주 제주대교수(태풍연구센터 소장) 제공.
 
문 교수가 1979년 이후 2014년까지의 미국 국립환경예보센터(NCEP) 자료를 재분석해봤더니, 태풍이 만들어지고 이동하는 북서태평양과 그 주변 지역 가운데 특히 한반도 주변에서 윈드시어의 약화 추세가 두드러졌다. 

윈드시어가 크면 태풍이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고, 약할수록 태풍의 발달에 유리하다. 이 분석 결과를 토대로 문 교수는 “한반도 주변이 태풍 발달에 좋은 대기 조건으로 바뀌고 있고, 한반도 주변 태풍 길목의 수온 상승으로 가까운 미래에 슈퍼태풍이 강도를 유지하고 북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대기오염 개선 안 할 수도 없고…
 
미국 컬럼비아대 대기과학자 애덤 소벨을 비롯한 6명의 연구자들이 지난 7월 <사이언스>에 발표한, 열대 사이클론(태평양의 태풍과 대서양의 허리케인을 아우른 용어)의 잠재 강도 증가가 대기오염에 의해 억제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가 열대 사이클론의 강도를 강화시키려는 힘이 인간이 대기 중에 배출하는 오염물질로 형성되는 에어로졸에 의해 많은 부분 억제됐다고 밝혔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입자인 에어로졸이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함으로써 냉각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어로졸의 이런 효과는 갈수록 약화될 수밖에 없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계속 증가하면서 에어로졸의 냉각 효과를 압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제 찾아올지 모를 강풍과 폭우 피해를 줄이겠다며 대기오염 개선 노력을 중단하고 국민에게 더러운 공기를 계속 마시게 할 정부가 있을 리 없다. 결국 공기가 맑아지면서 태풍의 강도는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이란 얘기가 된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인포그래픽 노수민 기자 bluedahl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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