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은 되는데 치약은 안 된다? 모든 성분 공개해야

이동수 2016.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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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위험 없음이 확실해진 뒤 제품화, 사전예방 강화 필요

구멍 뚫린 화학물질 규제, 환경부로 창구 일원화해 강화해야


05178603_P_0.JPG » 화장품법은 화장품에 든 모든 화학물질의 함량과 독성 정보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반 소비제품에는 이런 표시와 공개가 적용되지 않는다. 로션과 크림.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지만 요즘처럼 우리를 불안하게 한 적이 없다. 구미 불산사고 같은 사업장 누출사고가 빈번하여 걱정이 컸는데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소비제품 속의 화학물질인 가습기 살균제가 엄청난 수의 사상자를 초래하여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로 인한 피해 규모는 아직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사망자가 250여명을 넘었으며 1500명 이상이 건강피해를 겪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일상의 소비제품 사용에서 초래된 피해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심각한 피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성격이 좀 다르지만 일본의 미나마타병과 이타이이타이병, 독일과 미국의 탈리도마이드 사고와 같이 앞으로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사고 사례로 회자될까 걱정이다.


05650701_P_0.JPG » 10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희생자 고 김명천, 김연숙 씨의 추모제 및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국정조사특위 재구성을 요구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사실 화학물질이 사람과 생태계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하다. 일상적인 사업활동이나 비정상적인 사고로 누출된 화학물질, 농약, 식품첨가제, 의약품 등은 직간접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화학물질이다. 


그러나 요즘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운 것은 가습기 살균제와 같이 소비제품에 포함된 유해 화학물질이다. 오늘날 화학물질이 함유된 소비제품은 그 종류가 셀 수 없이 많으며 매일 매일의 생활에서 언제든 사용될 수 있고 누구든 거의 예외 없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과 더불어 세제, 방향제, 소독 및 방부제, 표백제, 옷, 물티슈, 기저귀 패드, 각종 플라스틱 제품, 가전기기, 가구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상의 소비제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이 소비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그런데도 소비자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무력감이 불안과 화를 더 키운다. 며칠 전에는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됐던 물질(CMIT/MIT)이 함유된 치약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더니 오늘은 치약 이외의 다른 제품에도 들어갔는데, 그 제품이 뭔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는 뉴스가 떠서 가뜩이나 불안한 마음에 부채질한다. 


소비자의 알 권리와 기업의 의무 


05644803_P_0.JPG » 9월27일 오전 서울의 한 마트 매장에서 고객이 치약을 고르고 있다. 식약처는 26일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 혼합물(CMIT/MIT)이 검출된 브랜드의 치약 11종을 회수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소비제품에 의한 화학적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할 일은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두 가지를 빼고 얘기할 수 없다.


우선, 소비자의 ‘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안전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 지금의 현실에서 최소한 소비자는 안전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무슨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지, 그 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보의 제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소비제품 속의 화학물질은 너무 많을뿐더러 이름부터 매우 낯설고 위험성 정보도 대부분의 소비자에겐 그 현실적 의미가 잘 와 닿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의 판단과 선택의 근거로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제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소비자의 ‘알 권리’는 필수이지만 ‘알 의무’를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알 준비가 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의무를 강요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조차 다 알지 못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소비제품 속의 화학물질이 지닌 위험성을 모른다고 선택에 따른 위험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돌릴 수는 없다. 


따라서 정보의 제공이나 공개도 필요하지만 소비제품에 위험한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는 위험의 사전예방이라는 점에서도 사후처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낫다. 


큰 고민 없이 선택해도 안전하도록 제품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당연히 기업에 있다. 기업 비밀보호라는 명분을 남용하고 정보 제공조차 잘 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더더욱 안전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기업의 몫이 되어야 한다. 


뭐가 얼마나 위험한지 판단할 수도 없게 할 거면 최소한 위험이 없다는 점은 확실하게 한 뒤 제품을 파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꺼진 많은 어린이의 생명은 어떤 사후 대책으로도 되살릴 수 없다. 


소비제품 속 화학물질은 그동안 어떻게 규제・관리되어 왔나


05633863_P_0.JPG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5주기인 8월31일 오후 서울 중구 시민청 바스락 홀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를 기리는 엘이디(LED) 촛불 추모식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화학물질 정보의 제공과 공개, 소비제품에 사용할 화학물질의 규제는 모두 기업의 자발성에 기댈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당연히 법과 제도의 구실이 결정적인데 그 동안 우리나라는 어떠했기에 가습기살균제 사고 같은 참사가 일어나게 됐을까?


그 동안 화장품을 제외한 일상의 소비제품에 대한 화학적 안전 규제는 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이하 품공법)에 의해 이루어져 왔으며 환경부는 2015년에 발효된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이하 화평법)에서야 비로소 제품 중의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의 틀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품공법의 규제는 주로 물리적 안전에 관한 것이며 화학물질의 규제내용은 대단히 빈약하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소비제품과 거기에 함유된 화학물질의 엄청난 종류와 수에 비하면 규제대상 제품의 수와 화학물질의 종류는 거의 시늉만 내고 있는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시민의 건강이나 안전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곳임을 고려하더라도 너무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규제 대상 소비제품의 화학물질 함량 기준을 과학적으로 정할 수 있는 전문인력, 방법과 절차 등이 확보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규제기준의 근거를 찾기 어렵고 어떤 수준의 보호를 하는 것인지 알 수도 없다. 


2015년 화평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평가와 관리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환경부가 해 왔으나 화학물질을 함유한 제품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즉, 화평법에 의해 위해 우려 제품을 지정하고 안전기준과 표시 의무사항이 마련돼서 제품에 대한 규제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 겨우 작년의 일이다. 그러나 아직은 규제대상 제품군이 5종 15항목에 불과하며, 규제를 위한 최소 사용량 요건도 독성이나 용도에 관계없이 획일적이어서 앞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대상제품의 확장이 불가피하다.


결과적으로 품공법은 지극히 제한된 범위의 규제만 하고, 화평법은 겨우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니, 그 동안 소비제품 중의 화학물질은 기본적으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를 그대로 두면 가습기살균제 사고와 비슷한 사고가 다시 일어나고, 책임은 지지도 않으면서 정부 부처 간 책임공방만 난무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한편, 제품 중 화학물질 정보의 제공과 공개규정은 어떠할까? 품공법에서 표시 의무는 한마디로 허술하다. 포함된 화학물질의 종류와 함량에 대해서는 표시 의무가 없어서 알 권리를 거의 만족하지 못한다. 주성분, 취급·사용상 주의사항 정도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되어 있는 일부 제품을 제외하곤 안전 관련 기준을 만족시킨다는 인증 후 지정된 안전품질 표시(도형)를 부착하도록 하는 것이 거의 전부이다. 따라서 소비자로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화학물질이 얼마나 함유되어 있는지 기준의 만족이 무슨 안전을 보장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화평법도 소비자의 알권리 충족과는 거리가 멀다. 전체적으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4만5000여 종의 물질 중 독성이 어느 정도 파악된 것은 7000여 종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그나마 화평법에 등재된 유독물질 870여 종과 발암물질 120여 종 이외에는 공개할 의무도 없다. 또한 제품 중 물질에 대한 표시 의무는 제품 항목별로 화학물질을 미리 지정하고 그들에 대해서만 이름과 함량, 기능, “독성있음” 표시를 하도록 제한되어 있으며 필요한 경우 사용이나 취급주의 사항을 추가로 표시하도록 정하고 있어서 함유된 모든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하지 않고 있다. 


참고로, 화장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화장품법에 의해 규제・관리 된다. 제품 중 화학물질 관리와 관련하여 국내 법 중 가장 많은 수의 화학물질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유일하게 제품(화장품)에 포함된 모든 화학물질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소비제품 중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의 제공이라는 면에서는 품공법이나 화평법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그림1.jpg » 편의점에 진열된 다양한 생활 화학물질. 이들이 사람과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만큼 기업이 아니라 환경을 책임지는 부처로 책임 소재를 일원화해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동수 교수


일상의 소비제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규제・관리는 성격과 입장이 다른 두 정부 부처가 복수의 법에 따라 주관하고 있다. 여러 개의 법으로 나누어 관리할 때 문제가 생기는 예는 우리나라에서 흔하다. 


법 적용 시 목적이 다른 부처 간 협업과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전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각 부처 간의 규제 대상범위 사이에 빈틈이 생기기 때문이다(소비제품 중 화학물질 규제의 경우에는 빈틈 정도가 아니라 아예 텅 빈 사각지대를 법이 조금 채우고 있는 것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하겠지만). 이러한 빈틈을 속히 채우고 관리의 책임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제품 중 화학물질관리는 환경부의 책임 아래 일원화하는 것이 적절하다. 


우선 의약품과 방사성 물질을 제외한 화학물질의 위협으로부터 일반 시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은 본래 환경부의 책임이다. 또한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의 주관 부처로서 법의 실행과정에서 축적된 다양한 기본정보와 전문성이 제품 중 화학물질의 규제를 위해서 자연스럽게 연계 활용될 수 있다. 더불어 제품 중 화학물질의 규제를 위해서는 화학물질 노출평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전문성과 전문인력을 환경부는 화평법의 집행을 위해서도 어차피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환경부가 화평법을 통해 유해 화학물질 자체의 평가와 등록 등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유통・사용되는 화학물질들의 유해성을 원천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부가 의지를 가지고 사전예방을 향한 화학물질관리를 주도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화평법도 화장품법처럼 제품 중의 모든 화학물질과 함량, 독성정보를 표시・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화장품은 가능한데 다른 소비제품이 안 될 이유는 없다. 더불어 화평법에서 제품 중 화학물질의 규제대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규제 제품의 종류도 늘려야 하고 제품 중 유해 화학물질 신고를 면제시켜 주는 사용량 요건의 보완도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사용량 연간 1t 이하를 획일적으로 면제할 것이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처럼 총 사용량이 작지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살 생물제와 독성이 높은 물질에 대해서는 필요에 따라 면제를 위한 사용량 기준치를 더 낮출 수도 있도록 하는 보완 장치를 두어야 한다. 


이미 수많은 시민의 목숨과 건강피해라는 너무도 비싼 대가를 치뤘다. 소를 잃었는데 외양간도 안 고친다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은 불 보듯 확실하다. 책임져야 할 정부와 기업이 제 역할을 하도록 모두 눈을 크게 뜨자.


이동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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