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쥐, 뱀장어 모양 양서류…필리핀은 생물종 보고
고산지대서 신종 포유류 28종 등 발견 잇따라
민다나오 한 지역서만 양서·파충류 126종 확인
» 민다나오에 서식하는 도마뱀의 일종(Gonocephalus interruptus). 이 섬은 양서 파충류의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은 핫 스폿임이 밝혀졌다. Rafe M. Brown, <주키스>
필리핀은 반군 활동 등 불안한 정치 상황과 잦은 납치와 살인 사건으로 얼룩져 있지만 세계적인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특히 필리핀의 고산지대는 소형 포유류와 양서·파충류의 핫 스폿임이 최근 일련의 조사에서 밝혀지고 있다.
미국과 필리핀 연구자들은 지난 12년 동안 필리핀 루손 섬의 소형 포유류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남한과 비슷한 10만㎢인 이 섬에는 2000년까지 박쥐를 빼고 28종의 육상 포유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새로 28종의 포유류가 발견돼 종 다양성은 곱절로 뛰었다.
» 루손 섬에서 신종으로 발견된 쥐. 매우 긴 수염이 특징으로 고산지대 나무위에 산다. Larry Heaney, The Field Museum
연구자들은 조사 결과를 과학저널 <생물지리학 프런티어> 7월 14일 치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흔히 열대우림이 있는 열대 저지대의 생물다양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열대 산악지역의 생물다양성도 그에 못지않게 뛰어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새로 발견된 소형 포유류는 대부분 산 또 산맥 하나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존의 포유류와 이번에 발견된 포유류 대부분이 나무에 서식하는 ‘구름쥐’이거나 ‘지렁이생쥐’ 부류인 것으로 드러나, 애초 한두 종이 산악지대에서 고립돼 다른 종으로 분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 루손 섬 산악지대 숲의 모습. 열대 저지대 못지않게 높은 생물다양성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Larry Heaney, The Field Museum
일반적으로 대양 섬에서 종의 고립과 분화가 주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연구로 열대 고산지대 또한 ‘하늘 섬’처럼 비슷한 생태적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에 참여한 스콧 스테판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교수는 “소형 포유류는 언제나 발견되고 있지만 섬 하나에서 신종 28종이, 그것도 과거나 연구가 많이 이뤄진 곳에서 발견되는 일은 예상을 넘은 일”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한편, 필리핀 남부의 민다나오 섬에서도 놀라운 수의 양서·파충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필리핀 연구자들은 지난 5년 동안 민다나오 북동부 카라가 지역의 산악지역을 조사한 결과 126종의 양서·파충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과학저널 <주키스> 18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이 지역에서 40종류의 개구리, 한 종의 다리 없는 뱀장어처럼 생긴 양서류인 캐실리언, 49종의 도마뱀, 35종의 뱀, 한 종의 거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민다나오에 서식하는 뱀장어처럼 생긴 독특한 양서류(Ichthyophis mindanaoensis). Rafe M. Brown, <주키스>
» 민다나오에 서식하는 뱀의 일종(Oligodon maculatus). Rafe M. Brown, <주키스>
» 다리 사이의 피막을 이용해 나무 사이를 활공하는 도마뱀의 일종(Draco bimaculatus). Rafe M. Brown, <주키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awrence R. Heaney et. al., Doubling diversity: a cautionary tale of previously unsuspected
mammalian diversity on a tropical oceanic island, Frontiers of Biogeography 8.2, e29667, 2016, http://escholarship.org/uc/item/5qm701p2
Marites Sanguila et. al., The amphibians and reptiles of Mindanao Island, southern Philippines, II:
the herpetofauna of northeast Mindanao and adjacent islands, ZooKeys 624: 1-132 (17 Oct 2016), doi: 10.3897/zookeys.624.981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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