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못잖은 물까치…협동양육과 대가 없는 나눔

조홍섭 2016. 10. 21
조회수 12307 추천수 0

남의 둥지 4개까지 먹이나르며 돌보는 협동양육 행동

자기는 못 먹어도 동료 위해 수고, 정교한 실험 통해 증명


mul2.jpg » 물까치의 번식. 대부분의 물까치 둥지에는 자기 새끼가 아니어도 번식을 돕는 조력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윤순영


물까치는 까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머리만 검고 잿빛 몸에 옅은 하늘색 날개를 지닌 우리나라 텃새다. 인가 근처나 산지에서 이름이 가리키는 것처럼 무리 지어 산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새는 부모가 아닌 개체가 새끼 기르기를 돕는 행동으로 유명하다.


고메다 시게모토 등 일본 연구자들은 나가노시에서 물까치 둥지 14개를 관찰한 결과 대부분의 둥지에서 조력자가 번식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물까치는 다른 둥지 4곳에서 먹이를 물어 나르며 번식을 돕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물까치의 번식기 도움은 일상적으로 이뤄진다.”라고 결론 내렸다.


c1_GANTULGA BAYANDONOI.jpg » 물까치는 동료를 돕는 것이 결국 자신에게도 이롭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GANTULGA BAYANDONOI


자신의 번식 기회를 내버리고 남의 번식을 돕는 행동은 진화론에서 설명하기 힘든 난제에 속한다. 이런 이타주의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협동양육의 이점은 대개 혈연 선택, 집단 확대, 호혜주의 등으로 설명한다. 가까운 친척의 번식을 도움으로써 결국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기여하거나, 번식 쌍에 더해 집단이 커지면 생존과 번식 성공률이 높아지며, 협동에 나서는 개체가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결국은 서로 이득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타주의를 낳는 ‘선제적 친사회성’은 사람을 비롯해 영장류, 조류 일부에서 확인된다. 조류 가운데 물까치를 비롯해 오목눈이 등 약 9%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물까치의 무리 안 이타주의를 깔끔하게 보여주는 실험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리사 호른 오스트리아 빈 대학 인지 생물학자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 18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물까치가 조류 가운데 처음으로 선제적 친사회성을 실험적으로 보였다”라고 밝혔다.


제목 없음.jpg » 빈 대학 연구자들의 물까치 행동 실험 장치 얼개. <바이올로지 레터스>


연구자들은 새장 안에 끝이 횃대 형태인 시소 두 대를 연동해서 움직이도록 설치했다(그림 참조). 시소는 언제나 새장 바깥쪽이 아래로 기울게 해, 새가 횃대에 앉으면 안쪽이 기울지만 날아가면 다시 올라가는 구조다.


연구자들은 먹이를 그물망 건너 편에 있는 시소 판 끄트머리에 두어 실험을 했다. 먹이를 첫 번째 시소 맞은편에 두었을 때 새가 횃대에 내려앉으면 먹이가 안으로 굴러들어와 먹을 수 있다.


먹이를 두 번째 시소 맞은편에 두는 실험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실험에 참여한 물까치는 아무리 해도 먹이를 먹을 수가 없다. 먹이를 먹으러 첫째 시소의 횃대를 떠나 둘째 시소로 가면 시소가 원위치로 돌아가 먹이가 그물망 건너편으로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은 먹지 못하지만 동료 물까치가 먹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 횃대에 그대로 앉아서 기다리면 다른 물까치가 두 번째 시소에서 그물망 안쪽으로 굴러나온 먹이를 먹을 수 있다.


c2_GANTULGA BAYANDONOI2.jpg » 물까치가 속한 까마귀과 새들은 영장류에 맞먹는 뉴런과 인지능력을 지니고 있다. GANTULGA BAYANDONOI


실험결과 거의 모든 물까치가 자신에겐 아무런 이득도 없지만 동료가 먹을 수 있도록 횃대에 앉아 시소를 누르고 기다렸다. 호른은 “우리의 실험결과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동물에서도 협동양육이 선제적 친사회성이 나타나도록 촉진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협동양육을 하지 않는 새를 대상으로도 실험할 필요가 있다.”라고 빈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물까치가 포함된 까마귀 과 새들이 영장류와 비슷한 수준의 뉴런을 지니고 있으면 인지능력도 그에 못지않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orn L, Scheer C, Bugnyar T, Massen JJM. 2016 Proactive prosociality in a cooperatively breeding corvid, the azure-winged magpie (Cyanopica cyana). Biol. Lett. 12: 20160649. http://dx.doi.org/10.1098/rsbl.2016.0649


Shigemoto Komeda, Satoshi Yamagishi and Masahiro Fujioka, Cooperative Breeding in Azure-winged Magpies, Cyanopica cyana, Living in a Region of Heavy Snowfall, The Condor, Vol. 89, No. 4 (Nov., 1987), pp. 835-84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기린은 왜 목이 길까, 끝나지 않는 논쟁기린은 왜 목이 길까, 끝나지 않는 논쟁

    조홍섭 | 2017. 09. 21

    라마르크 용불용설부터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 공방최근 체온조절설 유력…더우면 해바라기 자세로 보완“기린은 왜 목이 길어?” 아이가 동물 그림책을 보기 시작한 뒤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일 것이다. ‘목이 길면 다른 동물은 닿지 못하는 나무 ...

  • 황오리도 히말라야 넘는다, 6800m 고공비행 밝혀져황오리도 히말라야 넘는다, 6800m 고공비행 밝혀져

    조홍섭 | 2017. 09. 18

    쇠재두루미, 줄기러기 이어 오리계 고산 비행 챔피언산소 절반 이하, 양력 저하 어떻게 극복했나 수수께끼고산 등반에 최대 장애는 희박한 공기다. 보통 사람이 고산증을 느끼는 해발 4000m에 이르면 공기 속 산소 농도는 해수면의 절반으로 떨어진...

  • 알 바꾸고 내는 뻐꾸기 ‘최후의 웃음’의 비밀알 바꾸고 내는 뻐꾸기 ‘최후의 웃음’의 비밀

    조홍섭 | 2017. 09. 08

    암컷 뻐꾸기 탁란 직후 ‘킥-킥-킥∼’개개비는 포식자인 줄 알고 경계 몰두탁란 성공률 높이는 새로운 속임수 이른 여름 숲을 울리는 ‘뻐꾹∼’ 소리는 사람에게는 평화롭게 들리지만 개개비나 뱁새 등 뻐꾸기에 탁란 기생을 당하는 새에게는...

  • 고래상어 고속도로 발견, 멸종위기종 보전 청신호고래상어 고속도로 발견, 멸종위기종 보전 청신호

    조홍섭 | 2017. 09. 04

    열대 동태평양 난류·한류 만나는 전선대 따라 이동플랑크톤 집중 해역이자 체온 상실 피해…개체 수 파악 가능18m까지 자라는 고래상어는 지구에서 가장 큰 물고기이지만 요각류 같은 플랑크톤과 멸치 등 작은 물고기를 먹고 산다. 이 큰 덩치를 ...

  • 새만금에 홍학 출현, 카자흐스탄서 5천㎞ 날아왔나?새만금에 홍학 출현, 카자흐스탄서 5천㎞ 날아왔나?

    조홍섭 | 2017. 08. 28

    원래 아열대 서식…서울동물원 등서 “도망 개체 없다”중국 베이징 등서도 종종 출현, 어린 개체 길 잃었을 가능성열대나 아열대 지방의 염습지에서나 볼 수 있는 홍학이 서해안 새만금 간척지에 나타났다. 사육지에서 탈출한 개체가 아니라면,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