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414개, 독샘 200개, 페니스 4개 노래기 발견

조홍섭 2016.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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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동굴서, 2012년 발견된 다리 750개짜리와 같은 속

땅속 생활 맞게 유연하고 긴 몸 진화 결과, 드물지만 세계 분포 미스터리


m1_Paul Marek, Virginia Tech_millipede-with-four-penises.jpg » 미국 캘리포니아 란지 동굴에서 발견된 다리 414개인 노래기. 미지의 세계인 땅속 생물계를 잘 보여준다. Paul Marek, Virginia Tech


컴컴한 동굴을 탐험하는 생물학자는 박쥐와 장님새우, 꼽등이 말고도 처음 보는 거미, 꼬리 없는 전갈 같은 게벌레 등 예상치 못한 동물과 맞닥뜨릴 각오를 해야 한다. 장 크레즈카 박사(미국 자라 환경 대표)가 2006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대리암 동굴인 란지 동굴에서 얼핏 실처럼 보이는 노래기를 발견했을 때도 그랬다.


이 노래기(Illacme tobini)는 다른 동굴생물처럼 눈이 없고 색소가 없었는데, 해부구조가 독특했다. 길이는 2㎝에 지나지 않았지만 다리는 무려 414개나 됐다. 몸에는 독샘이 200개가 있어 방어 화학물질을 뿜어냈다. 100개가 넘는 마디 양쪽은 거미줄을 분비하는 기다란 섬모로 덮여 있었다. 게다가 다리 4개는 페니스로 바뀌어 있었다.


m2_Paul Marek.jpg » 동굴에서 발견된 노래기의 다리를 주사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 Paul Marek


이 노래기를 크레즈카 박사 등과 함께 과학저널 <주 키스> 24일 치에 보고한 노래기 전문가인 미국 버지니아공대 폴 마렉 교수는 “지구에서 가장 다리가 많은 두 번째 종을 첫 종과 150마일 떨어진 동굴에서 발견할 줄은 정말 몰랐다”라고 이 학회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마렉은 2012년 캘리포니아의 축축한 참나무숲 땅속에서 이번에 발견된 종과 같은 일라크메 속인 노래기(Illacme plenipes)를 보고한 바 있다. 당시 그 노래기는 몸길이 1~3㎝에 다리는 무려 750개였다. 그는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주사전자현미경에서는 기괴하고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해부구조가 드러난다”라고 말했다.


m4_Paul Marek2.jpg » 2012년 90년 만에 다시 확인된 지구에서 가장 다리가 많은 노래기. 다리가 무려 750개이다. Paul Marek


이번에 발견된 노래기는 9번째와 10번째 다리가 곤충의 생식기에 해당하는 ‘생식지’로 바뀌었다. 생식지는 정자를 암컷으로부터 수컷에 전달할 삽처럼 생긴 돌기와 가시로 덮여 있다. 


이 노래기가 왜 이처럼 많은 다리를 가지게 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나온 가설은 깊은 흙 속에 파고들기, 바위에 달라붙기, 위장의 길이를 늘여 영양가 낮은 먹이 소화하기 등을 위해 몸이 길어지고 다리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어쨌든 땅속에 난 좁은 공간에서 살아가려면 길고 유연한 몸이 도움되는 건 사실이라고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노래기는 수컷 한 마리로 연구자들은 다른 개체는 찾지 못했다. 2012년 발견된 다른 노래기 종도 1928년 이후 처음 발견됐을 정도로 희귀하다.


m3_millipede-penises2.jpg » 정자를 암컷에게 전달하기 위해 생식지로 변형된 9번째와 10번째 다리. Paul Marek


그렇지만 이들 노래기를 포함한 계통은 전 세계에 분포한다. 가장 가까운 친척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있으며 이밖에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마다가스카르 등에 분포한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이동 능력이 제한된 동물이 세계에 널리 분포하는 이유로 약 2억년 전 세계의 대륙이 하나로 뭉쳤던 판게아 초대륙에 이들 노래기의 조상이 살다가 대륙이 쪼개지면서 세계로 퍼진 것으로 보았다.


연구자들은 “축축한 땅속에 사는 지렁이와 노래기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죽은 식물체를 분해해 균류와 세균의 먹이로 제공해 준다.”라며 “그렇지만 땅속 빈틈에 어떤 생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종종 상상을 초월하는 발견이 이뤄지곤 한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rek PE, Krejca JK, Shear WA (2016) A new species of Illacme Cook & Loomis, 1928 from Sequoia National Park, California, with a world catalog of the Siphonorhinidae (Diplopoda, Siphonophorida). ZooKeys 626: 1–43. doi: 10.3897/zookeys.626.968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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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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