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 짊어지고 양분 먹여 키우는 개구리 있다

조홍섭 2016. 10. 31
조회수 16163 추천수 0

등 주머니에 수정란 넣은 뒤 산소와 영양분 공급해 새끼 개구리로 키워

애초 난태생에서 거꾸로 진화 학계 주목…개구리의 번식법은 40여 가지


alessandro-catenazzi-dsc-2728.jpg » 올챙이를 주머니 속에서 기르는 중남미 개구리(Gastrotheca excubitor). 주머니 속에서 산소와 양분을 함께 공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우던 일니로이대


개구리는 번식 방법이 다양하기로 유명하다누구나 개구리가 이른 봄 연못에 알을 낳으면 수컷이 방정을 하고부모가 떠난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가 작은 개구리로 탈바꿈하는 한살이를 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전 세계에 6000종이 넘는 개구리가 모두 이런 방식으로 번식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서식 환경에 따라서 개구리는 매우 다양한 번식 전략을 펼친다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40가지가 넘는다.


올챙이 단계를 건너뛰어 알에서 바로 작은 개구리가 나오기도 하고아예 포유류처럼 체내수정을 해 물속에 알이 아닌 올챙이를 낳기도 한다발견되자마자 멸종했지만, 위장에서 올챙이를 키우는 오스트레일리아 개구리는 극적인 예다. 


Alessandro Catenazzi _Gastrotheca_excubitor.jpg » 등 주머니 속에 수정란을 보관하고 있는 주머니 개구리(Gastrotheca excubitor). Alessandro Catenazzi


중·남미에 서식하는 가스트로테카 속 개구리는 오스트레일리아 캥거루처럼 주머니 속에서 올챙이를 기른다. 물론 유대류와는 전혀 다르지만, 이 개구리 종류(Gastrotheca excubitor)는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은 방정한 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이용해 수정란을 암컷 등에 있는 주머니 속에 밀어 넣는다.


주머니 속에서 수정란은 올챙이를 거쳐 작은 개구리가 되어 나온다. 그런데 주머니 속 올챙이에는 커다란 종 모양의 외부 아가미가 달려 눈길을 끌었다. 


m1.jpg » 주머니 속의 수정란은 관다발이 빽빽한 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Catenazzi


m2.jpg » 주머니 속 올챙이는 난황과 함께 커다란 외부 아가미(오른쪽)가 있어 어미로부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Catenazzi


학계에서는 혈관이 맥처럼 펼쳐진 관다발 구조가 어미의 주머니 안쪽과 올챙이의 아가미에 모두 있는 것으로 보아, 어미가 올챙이에게 관다발 구조를 통해 산소를 공급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주머니 속에서 어미가 산소뿐 아니라 영양분까지 올챙이에 제공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로빈 워니 등 미국 사우던 일리노이대 동물학자 등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주머니 개구리의 영양분 전달을 실험으로 증명한 내용을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위해 이 개구리의 먹이에 특정 방사성 동위원소를 포함한 아미노산을 첨가했다.


m4.jpg » 주머니 속에서 알과 올챙이를 거쳐 다 자란 새끼 개구리가 빠져나오고 있다. Catenazzi


그 결과 어미가 흡수한 핵심 아미노산이 주머니의 얇은 막을 통해 올챙이의 외부 아가미를 통해 전달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주머니 속에서 알이 올챙이로 자라는 과정에서 체중이 늘어난다는 사실도 밝혔다. 개구리의 주머니는 단지 올챙이를 보호할 뿐 아니라 산소와 필수 영양분까지 제공하는 구실을 하는 셈이다.


주머니 개구리의 생식방법은 애초 난태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주머니 개구리가 발달생물학자와 진화생물학자에게 큰 관심거리인 것은 이처럼 생식방법이 난태생에서 올챙이 기르기로 역전한 데 있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일반적인 진화 방향인 난생에서 난태생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진화가 이뤄진 까닭은 뭘까. 연구자들은 애초 난태생이어서 올챙이에 양분을 공급했는데, 그 과정에서 양분 제공뿐 아니라 가스교환까지 하는 방식이 선택돼 결과적으로 주머니 속에서 올챙이를 기르는 역진화가 이뤄졌을 것으로 논문에서 설명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Warne RW, Catenazzi A. 2016 Pouch brooding marsupial frogs transfer nutrients to developing embryos. Biol. Lett. 12:

20160673. http://dx.doi.org/10.1098/rsbl.2016.067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꿀벌은 편애, 말벌은 증오? 1%가 낳은 ‘편견’꿀벌은 편애, 말벌은 증오? 1%가 낳은 ‘편견’

    조홍섭 | 2018. 10. 16

    녹지·공원 늘면서 급증…도심선 파리가 주 먹이, 사체 청소도생태계 건강 입증, 병해충 막는 기능도…피해 줄이는 관리 필요우리나라에서 사람에게 가장 큰 신체적 손해를 끼치는 동물은 말벌일 가능성이 크다. 반려동물 급증과 함께 개 물림 사고...

  • 바다 천덕꾸러기 해파리, 생태계 기초 식량 가능성바다 천덕꾸러기 해파리, 생태계 기초 식량 가능성

    조홍섭 | 2018. 10. 12

    펭귄, 다랑어, 뱀장어, 해삼…다양한 포식자가 먹어칼로리 낮지만 쉽게 잡고 소화 잘돼…’보릿고개’ 식량보름달물해파리만 잔뜩 걸린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민은 ‘바다는 비어가고 해파리가 그 자리를 채운다’고 한탄한다. 남획과 수질오염 등으로 물...

  • 고래처럼 턱 부풀려 사냥하는 심해 ‘풍선장어’고래처럼 턱 부풀려 사냥하는 심해 ‘풍선장어’

    조홍섭 | 2018. 10. 11

    아래턱에 펠리컨 닮은 자루 풍선처럼 부풀려 사냥태평양과 대서양서 잇따라 살아있는 모습 촬영 성공온대와 열대바다에서 가끔 어선에 잡히는 풍선장어는 수수께끼의 심해어이다. 75㎝ 길이의 몸은 길쭉한 뱀장어이지만 몸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 멸종 위기 수원청개구리, 5곳서 ‘지역 절종’ 사태멸종 위기 수원청개구리, 5곳서 ‘지역 절종’ 사태

    조홍섭 | 2018. 10. 11

    이대 팀, 3년 간 첫 전국조사 결과북부와 남부 서식지 분단, 멸종 재촉전국서 울음 확인 2510마리뿐, “논 지켜야”우리나라에는 두 종의 청개구리가 산다. 흔한 청개구리는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일본·러시아 등 동북아에 널리 분포하며 낮 동안 ...

  • 곤충계 최고 포식자 사마귀, 물고기도 잡아먹는다곤충계 최고 포식자 사마귀, 물고기도 잡아먹는다

    조홍섭 | 2018. 10. 02

    하루 2마리씩 구피 사냥, 닷새 동안 이어져척추동물 중 새 이어 물고기도 먹이 목록에체온을 높이려고 농로나 등산로에서 나와 아침 햇살을 쬐는 사마귀가 많이 눈에 띈다. 커다란 집게발을 가지런히 앞에 모으고 뒷발로 선 이런 모습을 보고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