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은 범보다 사자에 가깝다…게놈 해독

조홍섭 2016. 11.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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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표범 게놈 우리 연구자 손으로 처음 완성, 보전·복원 위한 기초정보 확보

유전다양성 극히 낮아 멸종위험 실증…표범은 호랑이보다 사자에 가까워


표2.jpg » 한국표범(아무르표범)의 세계에서 유일한 야생 집단이 있는 러시아 연해주의 표범의 땅 국립공원에서 표범 한 마리가 눈 위를 걷고 있다. '표범의 땅 국립공원' 제공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고양이과 대형 포식자인 한국표범(아무르표범)을 보전하기 위한 기초자료인 유전체(게놈) 지도가 우리나라 연구진에 의해 완성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표범의 보전과 복원은 물론 육식 때문에 발생하는 사람의 건강 문제를 유전자 차원에서 이해할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표범은 과거 서식지의 98%가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사라져, 현재 러시아 정부가 연해주에 마련한 ‘표범의 땅 국립공원’에서 약 8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관련 기사한국표범 복원 청신호…연해주 '표범 땅' 번식 순조).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와 범보전기금 등 민간단체 주도로 비무장지대 등에 표범을 복원하기 위한 장기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표1.jpg » 러시아 연해주의 '표범의 땅 국립공원'과 표범 추가 도입 예정지 위치.


국립생물자원관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와 지난해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고양이과 동물의 게놈 해독을 위한 국제 컨소시엄에 참여해 연구한 결과 한국표범의 게놈 지도를 완성했다고 1일 밝혔다. 이 결과는 과학저널 <게놈 바이올로지> 2일 치에 실린다.


연구자들은 대전동물원에서 2012년 자연사한 표범 ‘매화’의 근육을 분석해 표준 게놈 지도를 만들었고, 러시아에서 야생 아무르표범의 혈액을 확보해 전장 게놈을 해독했다. 표준 게놈(Reference genome)이란 가장 정밀하게 작성해 그 생물을 대표할 만한 유전체 지도를 말하며, 전장 게놈(Whole genome)은 저밀도로 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한 지도로 표준 게놈과 비교해 개체 사이의 변이를 확인하는 데 쓰인다.


표3.jpg » 고양이과 동물의 유전체 비교. 1만 9000여개 유전자 가운데 1만 1700여개를 5종이 공유한다. 표범은 호랑이보다 사자와 유전적 거리가 가깝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결과 한국표범의 유전 다양성이 매우 낮아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여 있음이 확인됐다. 연구자들은 “한국표범의 유전 다양성은 호랑이나 사자보다 낮고 눈표범과 치타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런 극도로 낮은 유전 다양성은 서식지 고립이나 근친교배의 결과로 보인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유전 다양성을 토대로 추정한 고양이과 포식자의 개체수 변동을 보면, 대형 포식자가 1000만년 전부터 줄곧 감소한 양상이 두드러진다. 특히 표범은 200만~90만년 전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병목 현상’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표4.jpg » 표범은 치타, 눈표범과 함께 유전 다양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생물자원관


표5.jpg » 표범은 200만~90만년 전 정체불명의 병목현상을 겪어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다. 국립생물자원관


표범 개체수는 이어 회복추세를 보이다가 약 30만년 전부터 다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이런 병목 현상을 일으킨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반적인 개체수 감소는 육식동물의 일반적인 속성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논문의 주 저자인 김순옥 국립생물자원관 박사는 “고양이과 포식자는 먹이로 오로지 고기만 먹는 절대적 육식동물인데 이런 동물은 진화과정에서 쉽사리 멸종하기 쉽다”고 말했다. 화석기록을 보아도 초식동물이나 잡식동물에 견줘 육식동물은 종이 멸종하기까지의 기간이 짧은데, 이는 육식을 하는 최상위 포식자로서 개체수가 적은 것과 관련이 있다. 


많은 전문적 포식자 가운데는 가까운 친척이 북극곰, 회색곰, 판다, 여우처럼 잡식성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육식동물로 살아남기가 불안정하다는 증거라고 논문은 설명했다.


육식이 초식이나 잡식보다 훨씬 더 특화된 적응이라는 점을 연구에 참여한 조윤성 울산과학기술원 연구원은 학회지가 낸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표범의 게놈을 이용해 다른 포유류 게놈과 비교했더니 육식동물은 먹이 적응과 관련한 유전자에 대해 강한 선택압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잡식이나 초식동물에서는 분명치 않은 점이지요. 예를 들면, 소는 건강을 크게 해치지 않고도 고기를 먹을 수 있지만 표범이 (독성물질이 든) 풀을 먹는다면 (식물 독소를 해독하지 못해) 금세 죽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고기만을 먹고 생존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죠.”


실제로 연구자들은 육식성인 고양이과와 잡식성인 사람과(영장류 등), 초식성인 소과 동물 28종의 게놈을 정밀 비교했더니 식성에 따라 특화된 유전자를 찾아냈다. 표범을 포함한 고양이과 동물의 게놈에는 근육 운동과 신경 전달, 빛 감지 능력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잘 보존돼 있지만 아밀라제와 같은 탄수화물을 소화하는 유전자와 식물 독소의 해독에 관련한 유전자가 퇴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6.jpg » 고양이과, 사람과, 소과에 공통적인 유전자와 특이한 유전자 수(A), 공통된 유전자와 특이한 유전자의 기능 예측 결과. 국립생물자원관


이번 연구결과로 나온 포유류의 계통도를 보면, 고양이과 포식자 가운데 표범은 호랑이보다는 사자와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호랑이는 표범과 사자의 공통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기 때문이다. 또 고양이와 가장 가까운 동물은 치타로 밝혀졌다.


대형 고양이과 동물 가운데 게놈 정보가 처음 해독된 동물은 호랑이로 2013년 우리나라가 주도한 국제 연구로 이뤄졌고 이후 치타, 사자 등의 게놈 지도가 작성됐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oonok Kim, et. al., Comparison of carnivore, omnivore, and herbivore mammalian genomes with a new leopard assembly, Genome Biology (2016) 17:211, DOI 10.1186/s13059-016-1071-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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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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