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숙명, 침팬지도 안경이 필요해

조홍섭 2016. 1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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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보노보, 상대 털 고르기 거리 30대 후반부터 급격히 길어져

노안은 생활방식 탓 아니라 사람과 침팬지 공통조상부터 진화해


bo2_Heungjin Ryu.jpg » 나이든 보노보(왼쪽)이 어린 보노보의 털을 골라주고 있다. 사람이 신문을 멀리 놓고 보듯이 멀리서 팔을 뻗어 털을 고르는 모습이 이채롭다. 류흥진


어느 날 마트에서 집어 든 물건의 성분 표시가 가물거릴 때 우리는 중년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한다. 40대가 되면 갑자기 찾아오는 노안은 책과 스마트폰의 잔글씨를 너무 보는 우리의 생활양식 때문일까. 아니면 사람과 침팬지의 공통조상 때부터 물려받은 진화의 소산일까.


일본 교토대 영장류연구소 연구자들은 콩고민주공화국 왐바에 있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 속의 야생 보노보 무리를 관찰하면서 이들에서도 노안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안경을 낄 리 없는 보노보의 노안을 털 고르기 행동에서 찾아냈다.


노안이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눈 근육이 약해져 가까운 거리의 상이 망막 뒤에 맺히기 때문에 가까운 물체가 흐릿하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사람은 30대 말부터 40대 초에 걸쳐 이런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된다.


bo3_Heungjin Ryu2.jpg » 서로 털을 골라주고 있는 보노보 무리. 가운데 보노보는 정상적인 거리에서 털 고르기를 하고 있고 멀찍이서 털을 고르고 있는 보노보는 나이 든 개체이다. 류흥진


연구자들은 11살에서 45살에 걸쳐 있는 다양한 나잇대의 보노보 14마리를 관찰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털 고르기를 하는 상대와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보통 보노보는 상대의 털에 눈을 바짝 들이대고 털을 고르기 때문에 거리는 10㎝가 안 된다.


그러나 40살 보노보는 그 거리가 두 배로 늘었고, 45살이 되면 40㎝ 이상으로 멀어졌다. 마치 노안이 온 중년이 신문을 점점 멀리 떼어 놓은 채 읽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자들은 생애에 걸쳐 노안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추적하지 못했지만 2009년 비디오로 촬영한 35살짜리 보노보의 털 고르기 영상으로 그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9년 12㎝이던 털고르기 거리는 2015년 17㎝로 늘어났다.


bo4.jpg » 사람과 보노보의 나이별(가로축) 최소 초점거리(세로축). 굵은 실선은 사람 평균이고 붉은 점은 보노보의 관측 결과이다. 30대 말부터 40대 초에 걸쳐 급속하게 노안이 진행하는 점에서 사람과 보노보는 매우 흡사하다. 류흥진 외 <커런트 바이올로지>


보노보는 30대 말부터 40대 초에 걸쳐 급격하게 노안이 진행되는 점에서 사람과 놀랍게 비슷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는 노안이 가까운 것을 많이 보면서 눈에 무리를 주는 현대적인 인류의 생활방식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님을 가리킨다.”라며 “눈의 노화는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사람과 침팬지가 분화하기 훨씬 전부터 있었던 현상임을 알 수 있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 연구는 류흥진 일본 교토대 영장류연구소 박사과정생 등이 수행했으며,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7일 치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eungjin Ryu, et al. Long-sightedness in old wild bonobos during grooming, Volume 26, Issue 21, pR1131–R1132, 7 November 2016, Current Biology, DOI: http://dx.doi.org/10.1016/j.cub.2016.09.01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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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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