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폐기물, 사람에겐 퀴퀴 바닷새엔 향긋

조홍섭 2016. 11. 11
조회수 17558 추천수 0

후각 예민 슴새류, 썩은 플라스틱서 먹이 단서인 황화합물 냄새 맡아

플라스틱 조각 바다 표면 5조개 떠돌아…펭귄, 거북 등도 조사 필요


JJ Harrison_Diomedea_exulans_in_flight_-_SE_Tasmania.jpg » 바다 표면에서 예민한 후각을 무기로 먹이를 찾는 알바트로스. 그 단서가 되는 화학물질이 플라스틱 조각에서 생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JJ Harriso, 위키미디어 코먼스


우리가 무심코 내던진 비닐 포장지부터 치약과 화장품 속에 든 미세 플라스틱까지 모든 플라스틱 폐기물은 언젠가 바다로 간다. 세계의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은 250만t에 이르며, 그 수는 5조 개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점점 작은 조각이 되어 바닷물 표면을 떠돈다.


많은 바다 동물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먹는다. 바닷새부터 물개 등 해양 포유류, 바다거북, 물고기 등 200종에서 폐기물이 발견됐다. 뱃속에 미세한 플라스틱이 쌓이면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지고 결국 굶어 죽고 만다. 


pl4.jpg » 하와이 제도의 산 산호초에서 죽은 채 발견된 바닷새 알바트로스 한 마리의 위장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조각. 뉴질랜드 더니든 왕립 알바트로스 센터에 전시된 것이다. 케이트 휴슨(Kate Hewson)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해 먹은 동물은 영양실조, 창자 막힘, 플라스틱에서 녹아 나온 독성 물질에 중독 등의 피해를 본다. 폐사한 대형 바닷새 앨버트로스의 뱃속에서는 그야말로 한 바구니에 담을 만큼 많은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바다 동물은 플라스틱 조각을 먹는 걸까. 과학자들은 대부분 바다 표면에서 장기간 떠다닌 플라스틱 조각이 동물의 먹이와 비슷해 착각을 일으켰을 것으로 보았다. 


Sarah Youngren.jpg » 폐사한 바다제비의 뱃속에 플라스틱 조각이 잔뜩 들어있다. Sarah Youngren


매튜 새보카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생물학자 등 연구자들은 여기엔 단지 시각이 아니라 후각도 작용한다는 새로운 가설을 내놓았다. 그는 이 연구에 착수한 배경을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이런 문제를 풀려면 동물의 시각에서 보아야 합니다. 동물이 무슨 결정을 내릴 때는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동물이 바다에서 플라스틱을 먹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동물이 어떻게 먹이를 찾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다에서 플라스틱 조각을 특히 많이 먹는 새는 슴새류이다. 앨버트로스, 슴새, 바다제비 등이 포함돼 있는데 윗부리에 관 모양의 콧구멍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 약 120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멸종위기에 놓여 있기도 하다.


이 새들은 번식할 때를 빼고는 망망대해를 몇 달씩 비행하면서 바다 표면에서 먹이를 찾는다. 이때 관 모양의 콧구멍을 통해 먹잇감이 풍기는 미세한 냄새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


blue petrel_J.J. Harrison.jpg » 바다 표면을 날면서 먹이를 찾는 바다제비류. John Harrison


1970년대에 관 모양의 콧구멍이 있는 슴새류는 짙은 안갯속에서도 예민한 후각으로 먹이를 찾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90년대엔 그 냄새 물질이 ‘디메틸 설파이드’라는 황화합물임이 드러났다.


바다에 사는 식물플랑크톤인 조류의 세포가 파괴되면 이 물질이 생성된다. 크릴 같은 갑각류가 먹이를 조류를 섭취할 때 문제의 화학물질이 새어 나오는 것이다. 넓디넓은 바다를 날아가며 먹이를 찾는 슴새류는 이 냄새를 단서로 먹이를 찾는다. 조류를 먹는 크릴이 있다면 작은 물고기 등도 모여들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썩은 달걀처럼 느끼지는 디메틸 설파이드가 슴새류에는 향긋하게 느껴질 것이다.


연구자들은 혹시 플라스틱 조각이 먹이 냄새를 풍기는 것 아닌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물망 속에 가장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인 고밀도 폴리에틸렌, 저밀도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3종의 플라스틱 조각을 넣고 바닷물에 잠근 채 3주일 뒤 꺼냈다.


matthew-savoca.jpg » 주 저자인 매튜 새보카가 캘리포니아 해안에 플라스틱 조각을 바닷물에 장기간 잠구는 실험을 하고 있다. 매튜 새보카 제공.


이어 이 플라스틱 조각에서 나오는 기체를 정밀 분석했더니 과연 디메틸 설파이드가 검출됐다. 그 농도는 슴새류가 감지할 수 있는 것보다 1만배나 높았다. 플라스틱 표면에 조류 등이 붙어 증식하는데, 그 과정에서 세포가 파괴돼 디메틸 설파이드가 새어 나온 것이다.


연구자들이 지난 50년 동안 플라스틱을 먹는 슴새류에 관한 연구를 분석했더니 디메틸 설파이드를 단서로 먹이를 찾는 종이 그렇지 않은 종보다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조각은 단지 해양동물을 착각하게 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먹이를 흉내 내어 유인하는 구실을 하는 셈이다.


1weimerskirch3HR.jpg » 장기간 대양을 비행하면서 먹이를 찾는 군함조. 플라스틱 폐기물을 종종 먹는 종이다. 바닷새 이외의 펭귄이나 바다거북, 물고기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weimerskirch


새보카는 “이번 연구로 플라스틱이 해양동물에 끼치는 영향이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특히 육상에 둥지를 트는 앨버트로스보다 덩치가 작고 굴속에 은밀하게 둥지를 틀어 개체수 변동이 잘 드러나지 않는 슴새와 바다제비가 플라스틱 조각에 더 이끌리는 것으로 드러나 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라이브 사이언스>에 기고한 글에서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연구로 드러난) 새뿐 아니라 플라스틱을 섭취하는 펭귄, 바다거북, 물고기 등 다른 동물군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디밴시스> 11일치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 S. Savoca, M. E. Wohlfeil, S. E. Ebeler, G. A. Nevitt, Marine plastic debris emits a keystone infochemical for olfactory foraging seabirds. Sci. Adv. 2, e1600395 (2016). DOI: 10.1126/sciadv.1600395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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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언론인/ 자연작가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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