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뻐꾸기, 지금 강남 아닌 아프리카에 있다

조홍섭 2016. 11. 15
조회수 23517 추천수 0

중·영 탐조가, 베이징서 초소형 위성 추적장치 부착 결과

동남아 아닌 인도 거쳐 인도양 사흘 만에 횡단, 소말리아에


c1_skybomb_Credit Terry Townshend.jpg » 베이징에서 인도와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이동한 뻐꾸기 `스카이봄'. 등에 초소형 위성 추적장치를 부착하고 있다. Terry Townshend


초여름을 알리던 여름 철새 뻐꾸기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어른이라면 ‘따뜻한 강남’이라 할 테고 어린이라면 ‘동남아’라는 답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반도에서 개개비 등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맡겨 번식하는 뻐꾸기가 겨울을 어디서 나는지는 수수께끼다. 아무도 그런 조사를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올여름 우리나라를 찾아온 뻐꾸기는 지금쯤 아프리카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에서 위성 추적기를 부착해 날려 보낸 뻐꾸기의 이동 경로로부터 미루어 짐작해 본 것이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뻐꾸기는 같은 종으로 유라시아 전역에 분포한다.


c2_Vogelartinfo.jpg » 여름철새 뻐꾸기. 탁란행동이 널리 알려져 있으나 어디서 월동하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다. Vogelartinfo


중국과 영국의 탐조가와 전문가는 지난 5월부터 ‘베이징 뻐꾸기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베이징 야생동물 구조 및 재활 센터, 중국 탐조회, 영국 조류학 트러스트 등이 참여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중국 뻐꾸기의 이동 경로와 월동지를 규명하고, 이 과정에 학생과 일반인이 참여해 환경교육과 조류 보호 등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사업이다.


연구자와 탐조가들은 포획한 뻐꾸기 등에 초소형 위성 추적 장치를 붙였다. 무게 4.5g인 이 장치는 태양광 전지로 작동하며 위치 정보를 주기적으로 위성을 통해 발신한다. 뻐꾸기 5마리에 이 장치를 붙였고, 현재 3마리가 정보를 보내오고 있다. 뻐꾸기가 현재 어디 머물러 있는지는 트위터나 누리집을 통해 실시간으로 알려져 일반인과 학생이 조류 이동의 신비를 맛보고 환경 수업에 응용하도록 하고 있다.


map.jpg » 11월 13일 현재 뻐꾸기의 이동 경로. 주황색이 스카이봄, 붉은색이 플래피, 푸른색은 밍을 가리킨다.


이 프로젝트의 누리집을 보면, 11월 13일 현재 뻐꾸기 3마리 가운데 2마리가 동아프리카에 도착했고 나머지 한 마리는 인도에 머물고 있다. 가장 먼저 이동한 ‘스카이봄’은 10월 말 아프리카 소말리아에 도착했는데, 현재 케냐로 남행길을 재촉하고 있고 적도를 넘어섰다.


베이징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던 스카이봄은 9월 중순 동남아로 갈 것이란 일반의 예상을 뒤집고 미얀마에서 방향을 서쪽으로 틀어 인도로 향했다. 몬순을 맞아 비가 오는 인도에서 갓 출현한 애벌레로 배를 채웠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 놀라운 일은 10월 벌어졌다. 인도 중부에서 머물던 이 새는 갑자기 아프리카로 향해 곧장 비행을 시작했다. 인도양을 건너 동아프리카까지는 3700㎞ 거리다. 


아프리카의 몬순과 때를 맞춰 바람을 등지고 논스톱 대양 횡단을 시도한 것이라고 주최 쪽은 설명했다. 일반인이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이 뻐꾸기는 800m 상공에서 직선 경로로 사흘 만에 대양을 무사히 건넜다. 마지막 날에는 풍향이 역풍으로 바뀌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소말리아 해안이 힘겨운 날갯짓을 도왔을 것이다.


Flappy McFlapperson.jpg » 아라비아 반도를 경유해 아프리카로 가는 경로를 택한 뻐꾸기 플래피. '베이징 뻐꾸기 프로젝트' 누리집 갈무리.


또 다른 뻐꾸기 ‘플래피’는 조금 더 북쪽 루트를 이동했다. 인도 북부에서 아라비아 해를 건너 오만에 도착한 뒤 이어 소말리아로 향했다. 세 번째 ‘밍’은 스카이봄과 비슷한 경로로 인도까지 왔지만 인도 서해안에 머물며 대양 횡단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20161108bird2.jpg » '베이징 뻐꾸기 프로젝트'를 활용한 환경 수업 모습. '베이징 뻐꾸기 프로젝트' 누리집 갈무리.


주최 쪽은 “베이징 뻐꾸기 프로젝트는 과학과 보전, 대중의 참여와 환경교육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누리집에서 밝혔다.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보낸 이들 뻐꾸기는 내년 봄 이동 경로를 되짚어 베이징 근처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쓸모없다고? 코끼리 사회에서 늙은 수컷도 중요하다쓸모없다고? 코끼리 사회에서 늙은 수컷도 중요하다

    조홍섭 | 2020. 09. 22

    젊은 수컷에 역경 이길 지식과 경험 제공…‘불필요하다’며 트로피사냥, 밀렵 대상나이 든 아프리카코끼리 암컷의 생태적 지식과 경험이 무리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늙은 수컷 또한 암컷 못지않게 코끼리 사회에서 ...

  • 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

    조홍섭 | 2020. 09. 18

    캐나다 북극토끼 사체 청소동물 24종, 4종의 다람쥐 포함 캐나다 북서부 유콘 준주의 방대한 침엽수림에서 눈덧신토끼는 스라소니 등 포식자들에게 일종의 기본 식량이다. 눈에 빠지지 않도록 덧신을 신은 것처럼 두툼한 발을 지닌 이 토끼는 ...

  • ‘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

    조홍섭 | 2020. 09. 17

    `늑대+고래’ 독특한 울음 특징…4천m 고원지대 서식, ‘멸종’ 50년 만에 확인오래전부터 호주 북쪽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 뉴기니에는 독특한 울음소리의 야생 개가 살았다. 얼핏 늑대의 긴 울음 같지만 훨씬 음색이 풍부하고 듣기 좋아 ‘늑...

  • ‘겁 없는 야생닭’ 골라 10대 육종했더니 가축 닭 탄생‘겁 없는 야생닭’ 골라 10대 육종했더니 가축 닭 탄생

    조홍섭 | 2020. 09. 16

    1만년 전 가축화 재현 실험…온순해지면서 두뇌 감소 현상도동남아 정글에 사는 야생닭은 매우 겁이 많고 조심스러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8000∼1만년 전 이들을 가축화하려던 사람들이 했던 첫 번째 일은 아마도 겁 없고 대범한 닭을...

  • 코로나 록다운에 ‘자연이 돌아왔다’…좋기만 할까?코로나 록다운에 ‘자연이 돌아왔다’…좋기만 할까?

    조홍섭 | 2020. 09. 15

    외래종과 밀렵 확산 등 ‘착한, 나쁜, 추한’ 영향 다 나타나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도시 봉쇄)은 못 보던 야생동물을 도시로 불러들였다. 재난 가운데서도 ‘인간이 물러나자 자연이 돌아왔다’고 반기는 사람이 많았다.그러나 록다운의 영향을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