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속 헤엄치는 도마뱀의 특별한 호흡법

조홍섭 2016. 11. 18
조회수 25408 추천수 0

50배 느린 들숨, 기침하듯 뱉는 날숨으로 모래 막고

나머지 모래는 정교한 공기역학 구조로 걸러 배설 


k1_cc_PhotoCredit-Anna-Stadler_16x9.jpg » 사막에서 열기를 피하기 위해 주로 모래 속에 머무는 샌드피시. 호흡기에 모래가 들어가지 않는 수수께끼가 풀렸다. Anna Stadler


북아프리카의 서쪽 해안부터 사하라를 거쳐 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사막에는 물고기처럼 생긴 도마뱀이 산다. ‘샌드피시’(모래 물고기)라는 영어 이름처럼 모래 속을 빠르게 헤엄치듯 파고든다(세계적으로 애완동물로 많이 기르며 우리나라에선 도루묵도마뱀이라고 부른다).


성체는 20㎝까지 자라는데, 코가 긴 쐐기 모양이고 몸집이 유선형이며 다리와 꼬리는 짧고 반짝이는 비늘로 덮여 있다. 발이 없다면 영락없는 모래무지 모습이다. 실제로 엑스선 사진을 모면, 이 도마뱀은 모래 속에서 사지를 노처럼 젓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몸에 바짝 붙이고 악어가 헤엄치듯 몸을 굽이치며 파고든다.


샌드피시도마뱀이 모래 속에서 이동하는 모습



샌드피시도마뱀이 이렇게 진화한 것은 가혹한 사막의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다. 곤충 먹이 사냥과 짝짓기, 배설 때를 빼고는 온도가 적당한 깊이의 모래 속에 머문다.


이처럼 모래 속 생활을 하면서 코를 통해 허파로 들어오는 모래는 어떻게 제거할까. 모래 환경에 적응하느라 콧구멍이 작아졌지만 모래 입자가 흡입되는 것을 모두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나 스타들러 오스트리아 요하네스 케플러대 생물학자 등 오스트리아와 독일 연구자들은 이 도마뱀의 호흡계통을 3D 프린터로 고스란히 재현한 뒤 실험을 통해 모래가 제거되는 얼개를 알아냈다고 과학저널 <실험생물학 저널> 17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Wilfried Berns.jpg » 샌드피시도마뱀은 화려한 색깔과 귀여운 모습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애완용으로 기른다. 그러나 번식이 어려워 대개 야생에서 채집한 개체들이 팔리고 있다. Wilfried Berns,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 도마뱀은 모래 속에 숨어서도 호흡을 계속하지만 연구자들이 죽은 개체를 조사해 보았더니 기도와 허파에서는 모래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히 모래를 걸러내는 기관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콧속의 공간인 비강에는 먼지를 거르는 가는 털도 없었다. 그렇다면 비밀은 뭘까.


연구자들은 초소형 센서를 이용해 이 도마뱀의 호흡법이 모래 밖과 안에서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았다. 놀랍게도 모래 속에서는 호흡방식이 전혀 달랐다. 마치 명상 수련을 하듯 들숨은 아주 길고 조금씩 이뤄졌다. 모래 속의 날숨은 밖에 있을 때보다 60% 강해 기침하는 것 같았다. 이 과정에서 코로 들어온 모래의 일부는 제거된다.


평균적으로 들숨은 날숨보다 50배나 느렸다. 그런데 콧속을 들어오던 공기가 공간이 넓어지는 특정 지점에서 속도가 70%나 떨어졌다. 들숨에 들어있던 미세한 먼지는 이 지점에서 바닥에 떨어지는데, 그곳에는 점막이 있었다.


점막에 내려앉은 모래는 구개의 틈을 통해 구강으로 들어와 꿀꺽 삼켜지게 된다. 연구자들은 이 도마뱀 배설물의 40~60%가 모래로 이뤄진 것은 이런 모래 제거 활동의 결과인 것으로 분석했다.


table.jpg » 샌드피시도마뱀의 상부 호흡계 구조. 푸른색이 비강, 분홍색이 구강이다. 녹색 화살표는 공기 흐름을 나타낸다. 노란 화살표는 구강 속을 통과하면서 넓은 부위에서 유속이 떨어져 연두색 부위에서 점막에 모이는 것을 가리킨다. 이후 구개 틈을 통해 입으로 옮겨와 삼켜진다. 아나 스타들러 외(2016)


결국, 모래 속에 숨어 호흡하는 이 도마뱀이 모래를 전혀 들이마시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은 독특한 호흡법과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콧속 구조 덕분이라고 논문은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nna T. Stadler et al, Adaptation to life in aeolian sand: how the sandfish lizard, Scincus scincus, prevents sand particles from entering its lungs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16) 219, 3597-3604 doi:10.1242/jeb.13810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쓸모없다고? 코끼리 사회에서 늙은 수컷도 중요하다쓸모없다고? 코끼리 사회에서 늙은 수컷도 중요하다

    조홍섭 | 2020. 09. 22

    젊은 수컷에 역경 이길 지식과 경험 제공…‘불필요하다’며 트로피사냥, 밀렵 대상나이 든 아프리카코끼리 암컷의 생태적 지식과 경험이 무리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늙은 수컷 또한 암컷 못지않게 코끼리 사회에서 ...

  • 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

    조홍섭 | 2020. 09. 18

    캐나다 북극토끼 사체 청소동물 24종, 4종의 다람쥐 포함 캐나다 북서부 유콘 준주의 방대한 침엽수림에서 눈덧신토끼는 스라소니 등 포식자들에게 일종의 기본 식량이다. 눈에 빠지지 않도록 덧신을 신은 것처럼 두툼한 발을 지닌 이 토끼는 ...

  • ‘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

    조홍섭 | 2020. 09. 17

    `늑대+고래’ 독특한 울음 특징…4천m 고원지대 서식, ‘멸종’ 50년 만에 확인오래전부터 호주 북쪽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 뉴기니에는 독특한 울음소리의 야생 개가 살았다. 얼핏 늑대의 긴 울음 같지만 훨씬 음색이 풍부하고 듣기 좋아 ‘늑...

  • ‘겁 없는 야생닭’ 골라 10대 육종했더니 가축 닭 탄생‘겁 없는 야생닭’ 골라 10대 육종했더니 가축 닭 탄생

    조홍섭 | 2020. 09. 16

    1만년 전 가축화 재현 실험…온순해지면서 두뇌 감소 현상도동남아 정글에 사는 야생닭은 매우 겁이 많고 조심스러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8000∼1만년 전 이들을 가축화하려던 사람들이 했던 첫 번째 일은 아마도 겁 없고 대범한 닭을...

  • 코로나 록다운에 ‘자연이 돌아왔다’…좋기만 할까?코로나 록다운에 ‘자연이 돌아왔다’…좋기만 할까?

    조홍섭 | 2020. 09. 15

    외래종과 밀렵 확산 등 ‘착한, 나쁜, 추한’ 영향 다 나타나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도시 봉쇄)은 못 보던 야생동물을 도시로 불러들였다. 재난 가운데서도 ‘인간이 물러나자 자연이 돌아왔다’고 반기는 사람이 많았다.그러나 록다운의 영향을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