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원시, 남극 생태관광의 그림자

이은주 2016.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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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5만명 밟아, 10년 새 10배 증가…쓰레기 버리고 펭귄 교란하고

연구자는 야외조사 뒤 배설물로 갖고 오는데…규제 목소리 높아져


01809386_P_0S.jpg » 킹조지섬 러시아 벨링스하우젠 기지 앞 바닷가에서 관광객들이 물가로 나온 물범을 구경하고 있다. 류유종 기자


최근 들어 일반적인 관광지 위주의 여행에서 벗어나 생태관광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생태관광이란 “자연자원의 보전이 곧 지역주민의 편익이 될 수 있는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동시에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면서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하여 자연 지역으로 떠나는 의미 있는 여행으로 정의할 수 있다(생태관광학회).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생태관광(에코 투어리즘)은 우리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존중하는 인식을 일깨워 주며 그 보전을 위한 여러 활동을 포함한 관광을 의미한다


이렇게 환경과 생태에 대한 교육과 이해를 위해 시작된 생태관광이지만 생태관광이 늘면서 오히려 생태관광으로 환경과 지역 문화가 파괴되는 등의 부작용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다대표적 생태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 남극의 생태관광이 그런 예다. 극지방사막섬 지역 등 생태적문화적으로 희소한 지역의 생태관광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하는 까닭을 알 수 있다


01804768_P_0a.jpg » 남극 킹조지 섬에 있는 남극 세종기지 전경. 류우종 기자


지난 2009년과 2010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연구할 기회가 있어 남극 지역을 방문하였다. 그때 의외로 많은 사람이 생태관광 차 남극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실제로 남극 세종과학기지 주변을 지나가는 현대적인 대형 크루즈선을 종종 볼 수 있었다


Jason Auch _1280px-National_Geographic_Explorer_in_fast_ice,_Antarctica_-_edit_1s.jpg » 남극을 탐사하려는 일반인을 태우고 온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쇄빙선 모습. Jason Auch, 위키미디어 코먼스


남극이 더는 강한 심장을 가진 탐험가들에게만 열린 땅이 아니었다남극의 혹독한 자연환경과 어려운 접근성이 오히려 생태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다또한 남극에서만 볼 수 있는 펭귄 같은 야생동물이 많아 누구나 한 번쯤 보고 싶어하는 흥미로운 지역이다


칠레 일간지 <라떼르세라>(La Tercera)는 “1990년 여름 시즌에 칠레를 통해 남극 서부 해안으로 간 사람은 4600명이었지만, 2009년도에는 5만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다른 경로로 남극에 사람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최근에도 남극 방문객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640px-Tourism_in_Antarctica_(Cuverville_island).jpg » 남극의 생태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남극 큐버빌 섬.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렇게 남극 방문이 많이 늘어난 것은 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남극과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좁혀졌기 때문이다. 15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남극 세종기지 대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칠레를 오가는 '연락선'을 통해 편지로 가족들과 의사소통을 했지만 지금은 인터넷 전화를 이용해 시내전화 요금으로 통화한다심지어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도 한국 텔레비전 방송을 실시간으로 본다.


남극 생태 관광객들은 처음엔 크루즈선을 타고 남극 대륙 주위를 도는 정도에 그쳤지만 요즘엔 아예 경비행기를 타고 남극점까지 간다. 다른 관광상품에 비해 비싼 가격이지만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예약이 몰린다


01809017_P_0s.jpg » 지구에서 마지막 남은 원시 자연인 남극의 설경. 류우종 기자


남극 생태관광 가격은 얼마나 될까비행기로 가는 상품은 가장 싼 것이 약 4000달러 (460만원), 비싼 것은 2만달러(2300만원)가 넘는다여행객이 몰려들자 남극의 러시아 기지에선 여행객들에게 쇄빙선을 대여해 주기도 한다.


칠레 남단에 있는 푼타아레나스는 남극으로 가는 생태 관광객들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푼타아레나스 여행사에는 비행기를 이용한 12일 투어 비용이 3950달러라고 적혀 있었다남극의 여름철인 1월엔 성수기여서 예약이 거의 다 찬다고 한다


01817054_P_0s.jpg » 남극 빙상의 압도적 설경을 구경하는 관광객. 남종영 기자


하지만 국제적으로도 남극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과학계의 규제 움직임으로 지금이 대규모 상업적 생태관광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남극을 꼭 가봐야 할 여행지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환경적으로 실제 남극 지역은 가장 따뜻할 때가 0°C 정도이며추운 때는 영하 50도 이하까지 내려가는 등 기온이 너무 낮아 음식물 쓰레기가 잘 분해되지 않고 얼어 버린다생태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수백 년간 분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Mummified_Seal_Carcas_in_McMurdo_Dry_Valleys.jpg » 극도로 건조한 남극 대륙 맥머도 계곡에서 발견된 물범의 미라.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래서 남극에 있는 과학기지들은 쓰레기는 물론이고 종이 등을 태운 재도 다시 남극 밖으로 가지고 나간다물론 우리나라 남극 세종과학기지도 이렇게 쓰레기를 철저하게 처리하고 있다.


남극 현지의 펭귄 같은 생물에게 매일 마주치는 관광객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도 있다특히 짝짓기 기간과 어린 새끼를 키우는 양육 시기에는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이로 인한 서식지 변경이나 출산율 저하 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king jeorge_류유종s.jpg » 남극 킹조지 섬의 펭귄 번식지. 관광객이 늘면 번식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류우종 기자


관광객들이 뜻하지 않게 가지고 들어가는 외래 동·식물과 병원균은 아직 정착 사례가 많이 보고되지 않았지만 주의 깊게 살펴볼 부분이다만약 남극 생물이 새로운 질병에 노출된다면 취약한 남극 생물은 큰 피해를 받을 수 있다


남극은 지구에 하나 남은 가장 신비하면서도 독특한 환경을 지니고 있다그래서 남극은 최대한 오염시키지 않고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하자는 약속에 여러 국가가 1990년도에 합의했다


마리안_류s.jpg » 남극 환경은 매우 취약해 각국이 절대 보전을 약속했다. 마리안 소안 빙하의 모습. 류우종 기자


남극에서는 오염을 극도로 꺼리며 야외에 나가더라도 쓰레기나 소모품은 물론 배설물까지 다 가지고 돌아와야 한다그만큼 남극 지역은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며 인류가 더럽히지 않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지역이다.


그런데도 남극의 생태관광이 최근에는 양적으로도 크게 늘 뿐 아니라 방문객들이 남극 땅 위에 상륙하는 등 질적인 접근도 크게 확대되면서 생물자원을 무분별하게 채집하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것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01817059_P_0s.jpg » 남극은 보전과 훼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사진은 킹조지 섬 필데스 반도의 벨링스하우젠 기지. 러시아어로 쓰인 표지판이 이채롭다. 남종영 기자


남극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환경과 현지 생물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여행 방식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이것은 남극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표적인 생태 관광지인 비무장지대(DMZ) 인근 지역과 국립공원 등에 모두 적용된다발자국조차 조심스럽게 남기는 생태관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은주/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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