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년만에 풀린 과학 숙제, 타조 거시기의 비밀

조홍섭 2011. 12.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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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아닌 림프로 발기, 새들의 공통조상 때부터 진화

<네이처> 논문, 미 진화생물학자 해부로 1936년 논문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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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 암수. 오리와 함께 새들 가운데는 독특한 생식기를 지니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새들의 짝짓기 행동은 허무할 정도로 짧다.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껏 춤과 노래를 뽐내고 먹이까지 갖다 바치면서 정성을 다하기도 하지만 정작 수컷이 정자를 암컷에게 전달하는 행위는 순식간에 끝난다.
 

이것은 새들의 독특한 해부학적 구조 때문이다. 배설과 생식 기능을 나누지 않고 총배설강에서 모두 담당하는데, 새들의 교미는 암·수가 총배설강을 열어 서로 접촉하고 그 순간 수컷이 사정하는 것이 전부이다(관련 기사: 하루 두 번은 기본, 딱따구리의 짝짓기).
 

하지만 모든 새의 짝짓기가 그렇게 ‘점잖은’ 것은 아니다. 동물원에서 타조를 구경하다가는 민망한 광경을 보기 십상이다. 타조 수컷에게는 다른 새들과 달리 페니스가 있다. 그것도 아주 크다.
 

박석현 서울동물원 주무관은 “수컷 타조의 음경은 길이가 30㎝ 가량인데 짝짓기를 할 때 뿐 아니라 배설을 할 때도 총배설강이 뒤집히며 휘어져 나온다”며 “그러나 교미 시간은 다른 조류처럼 매우 짧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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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뮤.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 사는 날지 못하는 새이다. 사진=J. 폴머, 위키미디아 커먼스.

 

타조뿐 아니라 에뮤, 레아, 키위 등 날개가 퇴화해 땅에 사는 일부 새들과 오리에게도 음경이 있다. 왜 이들에게만 페니스가 있는 것일까. 또 이들과 파충류나 포유류의 음경은 어떻게 다를까.
 

이런 질문이 처음 나온 것은 1836년이었다. 독일 과학자 뮐러는 타조의 음경도 다른 척추동물과 마찬가지로 혈관이 확장하면서 발기한다고 보았다. 다른 견해도 있었지만 이 문제는 이후 170년 가까이 뚜렷한 결론 없이 과학계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패트리셔 브레넌 미국 매사추세츠 대 진화생물학자와 리처드 프룸 미국 예일대 조류학자는 과학 전문지 <네이처> 8일치에 실린 논문을 통해 이 오랜 숙제를 해결했다. 이들은 수컷 타조와 에뮤를 해부한 결과 생식기 바로 밑에 스펀지 모양의 림프 생성 조직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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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한 타조의 음경. 사진=P. 브레난, R.프룸.

 

타조 등은 음경이 혈액 아닌 림프에 의해 발기한다는 메커니즘을 밝힌 것이다. 림프는 혈액과 함께 동물의 주요한 체액으로, 노폐물의 제거와 면역세포의 전달 등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이번 발견은 진화론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논문은 “타조, 에뮤, 오리 등 일부 조류가 모두 림프를 이용한다는 사실은 이들의 공통 조상이 혈액 발기에서 림프 발기로 진화적 전환을 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주 저자인 브레넌은 <네이처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림프 발기 기전은 새 가운데에서 진화해 나온 것이 아니라 모든 새의 조상 에서 진화했음을 이번 연구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일부 새들이 혈관을 팽창시켜 발기를 하는 척추동물과 구조는 동일하면서도 혈액 대신 림프를 쓰도록 진화한 이유는 뭘까.
 

브레넌은 2009년 <영국 왕립학회보 B>에 림프 음경을 지닌 오리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오리 수컷의 음경은 길이가 40㎝에 이르며 나선형으로 꼬인 형태인데, 실험 결과 20㎝ 길이로 발기하는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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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수컷의 음경 모습. 사진=P. 브레넌.

 

브레넌은 강압적으로 짝짓기를 하려는 수컷과, 원치 않는 교미를 피하려는 암컷 사이의 ‘성 전쟁’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림프는 혈액보다 빠른 발기와 깊은 사정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타조와 에뮤는 오리와는 달리 림프 시스템이 음경의 길이를 늘리기보다는 정액을 음경 끝으로 보내는 동안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로버트 몽고메리 캐나다 퀸스유니버시티 진화생물학자는 <네이처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대부분의 새에게 페니스가 없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새들의 97%는 페니스가 없다. 음경은 암컷을 자극하고 생식 능력이 뛰어나다는 표시를 하며 수컷끼리의 경쟁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생식을 위해서는 부차적인 기관일 뿐이라는 것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의 원문 정보

The erection mechanism of the ratite penis
P. L. R. Brennan, R. O. PrumArticle first published online: 2 DEC 2011
DOI: 10.1111/j.1469-7998.2011.00858.x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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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환경전문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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