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감춘 핵발전의 진실 8가지

김찬국 2016. 11. 29
조회수 9123 추천수 0

환경상식 톺아보기

활성단층 뻔히 알고 핵발전소·방폐장 짓고, 결국은 해체해 10만년 관리해야

결국은 사람이 작동하는 시설, 완벽하게 안전한 핵발전소는 세상에 없어


05416968_P_0.JPG » 정부와 원자력계는 시민에게 원전의 위험성과 대대로 이어질 부담을 제대로 알려 주었나.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선박이 지난해 10월 고리원자력발전소 신고리 3·4호기 앞에 상륙해 신고리 5·6호기 추가 건설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울주/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진이 나는 곳에 지은 방폐장


많은 시민이 평생 모르고 살 수 있다면 더 좋았을 최태민 일가의 가계도를 파악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던 11월 2일 정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 선정 절차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 의미를 간단하게 해석하자면, 경주는 지진이 나는 곳이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짓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면 다행이긴 하지만 경주에는 이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하 경주 방폐장)이 있고, 활성 단층대 위에 운영되는 핵발전소가 우리나라에는 아주 많다. 


올해 9월 경주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많은 시민이 경주에 있는 우리 이웃의 피해를 안타까워하면서 동시에 그곳에 있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하 경주 방폐장)의 안전을 걱정하기 시작하였다. 핵발전소나 방폐장은 지진이 나지 않는 곳에 짓는다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05356205_P_0.JPG » 경주 방폐장이 첫 가동을 시작한 지난해 7월13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북면 방폐장 지하 동굴 5번 처분고에서 방폐물 16드럼이 첫 처분되고 있다. 경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그곳에 활성 단층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왜 그 사실을 (경주 시민을 포함하여) 우리에게 알리지 않고 핵발전소와 방폐장을 지었을까? 


기억을 되짚어 보면 글쓴이가 대학교에 다니던 약 20여 년 전, 어느 강연에서 우리나라 동남부 지역은 지진이 발생할 수 있어 핵발전소를 두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필자는 대학 학부에서 자연과학과 교육학을 공부할 때니 핵발전이나 지진에 대해 그리 깊이 이해하지도 못했다. 


불완전한 기억만으로 글을 쓸 수 없어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적어도 1990년대 중반에는 이 지역에 있는 활성 단층대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보고서 한 편이 최근 주목을 받았다.


그것은 2012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에 제출한 ’활성 단층 지도 및 지진 위험지도 제작’(연구 기간 2009년 3월~2012년 2월) 연구용역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를 보면, 국내 활성 단층은 1992년 일본 교토대학의 오카다 교수에 의해 양산단층대가 처음 확인됐다. 1995년 굴업도 사태(굴업도 방폐장 건설 반대 주민운동)를 전후로 우리나라 자체 연구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졌고 특히 핵발전소가 밀집한 우리나라 동남부 지역의 활성 단층이 조사되었다(한국자원연구소, 1998).1) 

03436318_P_0.JPG » 경북 포항에 있는 유계단층의 현장조사 모습. 약 2000년 전 활동한 우리나라 가장 최근 활성단층의 하나이다. 김영석 부경대 환경지질학과 교수.


현재 우리나라 핵발전소 주변에 약 50여개 지점에서 활성 단층 노두가 있고, 양산단층, 울산단층 등 17개 활성 단층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다. 1993~1999년 당시 일개 대학생이 들어본 내용을 우리 정부나 전문가들이 몰랐을 리는 없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알리지 않은 채로) 2005년 주민투표를 통해 경주에 방폐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하였을 것이다. 


2016년 11월 정부가 고준위 방폐장 건설 후보지에서 경주 지역을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 지역의 지진에 대한 우리 시민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겠지만, 사실 훨씬 이전부터 이곳에 활성 단층대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최근 새누리당 유력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최순실의 존재에 대해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현직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겪은 많은 정치인이나 우리나라 현대사를 이해하는 언론인 등에게 최태민 일가는 낯선 주제가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2016년 우리나라 시민들이 확실하게 알게 된 사실은 최태민 가계의 3대 족보와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곳에 핵발전소와 방폐장이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왜 핵발전소와 방폐장을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곳에 지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을까? 아니 우리는 왜 진실을 모른 채 지낼 수 있었을까? 이것 말고도 우리가 핵발전에 관해 놓치지 말아야 할 진실이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 먼저 30년 전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사고와 이곳에서 현재 일어나는 일을 살펴보자. 


30년 전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일 


n1.jpg » 사고 후 콘크리트로 덮어놓은 체르노빌 4호기. 위키미디어 코먼스.


1986년 4월 26일 일어난 체르노빌 핵발전 사고는 체르노빌의 원자로 4호기에서 이루어진 실험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발생하였다. 당시 실험은 ‘핵발전소 가동이 일시 중단될 경우 관성으로 도는 터빈이 생산하는 전기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냉각펌프에 전력을 공급해줄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즉, 비상용 디젤 발전기로 전력을 공급하기까지 1분 동안 버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다. 


실험 당시 운행 미숙으로 열 출력이 떨어졌고, 수동으로 제어봉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제어봉을 너무 많이 끄집어냈다. 게다가 실험 지휘부가 안전을 위해 저절로 멈추려는 원자로를 수동으로 돌리고 비상 노심 냉각시스템마저 끄면서 결국 노심이 녹아내리는 사고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사망 9300명 이상, 피폭 800만 명 이상의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체르노빌 사고 후, 남아있던 핵연료 등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콘크리트 봉인시설인 ‘석관’을 씌워 원자로 4호기 건물을 덮었다. 하지만 봉인 당시부터 응급처치일 뿐이라는 평가가 많았고, 이 석관은 건설 후 30년이 지나는 동안 노후하여 붕괴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체르노빌의 현재 모습: 콘크리트는 30년, 강철 덮개는 100년, 그다음은?


n2.jpg » 체르노빌 핵발전소 4호기를 덮어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해 만들고 있는 새로운 봉인 시설. 위키미디어 코먼스.


체르노빌 핵발전 사고 이후 30년이 지난 현재 체르노빌에는 새로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체르노빌 4호기를 봉인한 오래된 석관을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봉인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2004년부터 유럽 부흥개발은행(EBRD) 주도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높이 108m, 길이 162m, 너비 275m에 무게는 3만6000t에 달하는 ‘강철 덮개’를 씌우기 위해 총 20억 유로(약 2조3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 덮개는 석관 붕괴의 위험을 예방하고, 방사성 물질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앞으로 100년 이상 기능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로 안에 아직도 최소 4t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는데 강철 덮개가 버틸 수 있는 기간 안에 연료봉을 포함한 고준위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지 않으면 그때는 강철 덮개 이상의 무엇인가가 필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연료봉 등의 고준위 폐기물은 10만년 이상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면, 아마 100~200년 이후에는 강철 덮개를 보완하는 더 크고 웅장한 시설을 만들어야 할지 모른다. 


그들이 우리에게 말하지 않는 핵발전에 관한 또 다른 진실들


05299577_P_0.JPG »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핵발전소 참사 29주년인 지난해 4월2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북쪽으로 160km 떨어진 슬라부티치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사고 뒤 핵발전소에서 정화작업을 하다가 숨진 작업대원들의 사진 앞에 추모 촛불이 밝혀져 있다. 당시 소련 정부에 의해 사고 현장에 투입된 작업대원들은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채 작업하다 몇주 만에 방사능 오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EPA 연합


겨우 100여 년을 버텨 줄 체르노빌의 거대한 강철 덮개나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이 흘러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약 4600억 원을 투입한 ‘얼음벽’ 설치 작업의 실패는 핵발전에 대해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진실을 보여준다. 


핵발전 사고는 언제든 날 수 있지만 인류는 아직 그러한 사고에 대처할 충분한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 또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정상 작동한 핵발전소도 30~40년 정도의 운행 기한이 지나면 해체해야 하는데 그 해체 기술 역시 확보되지 않았다. 누가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더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핵발전에 관한 진실 몇 가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 우리나라의 지진 위험이 있는 활성 단층대 위에 핵발전소와 방폐장이 있다. 


※ 고준위 핵폐기물은 지진, 지하수 유입이 없는 방폐장에서 10만년 이상,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적어도 수백 년 동안 주변 환경으로부터 차단해 안전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경주 방폐장은 지진은 물론 지하수 유입으로부터도 안전하지 않다.) 


※ 핵발전소는 결국 해체해야 한다. 1978년 가동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이 종료된 2007년 가동연장 허가를 받았으나 40년째인 2017년 운영을 영구히 마치게 된다. 


※ 우리나라는 2029년까지 핵발전소 12기의 수명이 끝날 예정이지만 아직 해체 기술을 갖추고 있지 않다. 


※ 상대적으로 안전한 핵발전소는 혹시 있을지 몰라도 완벽하게 안전한 핵발전소는 이 세상에 없다. 


※ 핵발전소는 사람이 작동하는 시설이다. 1979년 스리마일 사고, 1986년 체르노빌 사고, 2011년 후쿠시마 사고는 모두 냉각시스템의 작동 이상으로 노심 용융이 발생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운전자의 작동 실수나 판단 착오가 있었다. 


※ 세계적으로 핵발전소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스리마일 사고, 체르노빌 사고, 후쿠시마 사고와 같이 노심 용융2)이 발생한 경우만 하더라도 약 7~8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고, 작은 규모의 사고는 매년 수없이 일어난다.

 

※ 핵발전소 주변에 사람들이 매우 많이 살고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반경 30㎞ 이내에 거주민이 약 17만 명이었는데 반해, 우리나라 고리 핵발전소와 월성 핵발전소는 그 반경 30㎞에 각각 약 380만 명과 약 130만 명이 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핵발전소는 안전한가? 


05199342_P_0.JPG »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과 간사들이 4월8일 오전 전남 영암군 홍농읍 한빛핵발전소 앞에서 '부실부품을 사용하는 원전 3, 4호기 정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한빛핵발전소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를 상징하는 십자가 160개로 묘지로 만들고 원전 위험을 알렸다. 그린피스는 한빛원전 3, 4호기의 경우 부실자재 인코넬(Inconel) 600을 원전 핵심설비인 증기발생기와 원자로헤드의 전열관으로 사용해 잦은 사고와 고장이 일어난다며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앞서 핵발전소 운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광/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벌써 30년 전인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에서 핵발전 사고가 났을 때, 우리나라와 일본의 핵발전 산업 종사자와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의 핵발전소가 체르노빌과 달리 안전한 방식이라고 주장하였다.3) 또한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국내 핵발전 전문가 중에는 ‘다행히’ 우리나라의 ‘가압식’ 핵발전4)은 후쿠시마의 ‘비등식’과 달리 안전하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5)


기회가 된다면 이들 발전 방식은 어떻게 다르고 그동안 발생한 주요한 핵발전 사고를 통해 우리나라의 핵발전소는 정말 안전한지 다루어 보고 싶다. 우리 스스로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해 알아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05048921_P_0.JPG »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방사능 유출 사고가 벌어진 뒤인 2011년 3월28일, 후쿠시마에 위치한 한 피난처로 피신한 여성이 아이를 업은 채 서 있다. 로이터연합


그런데, 우선은 핵발전의 안전성이 발전 방식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핵발전의 안전성은 위치한 곳의 지질학적 안정성, 운행과 안전 관리의 엄격성, 사고 발생 시 대응 체계 등 수많은 요소가 관련되어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있다. 아무리 이론적, 기술적으로 개선된 핵발전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상상하기도 힘든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안전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핵발전소 부품 비리가 언론에 수시로 등장한다면(<서울경제> 2016.9.29. ‘원전 비리 수사 중에도 엉터리 부품 공급한 강심장들’


-전력 공급 상실, 폐연료봉 추락, 냉각시스템 고장 등의 심각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면 (노컷뉴스2012.03.14. ‘전원상실 사고 은폐 고리 1호기 폐쇄 여론 거세져’


-크고 작은 사고를 계속 숨긴다면 (부산일보 2012.04.03. ‘부산 고리 원전 정전사고 은폐의 위험’) 


-뻔히 알고 있는 활성 단층대 위에 방폐장과 새로운 핵발전소를 짓는다면 (SBS 2016.9.13. ‘양산단층에 빼곡한 원전·방폐장...안전한가?’) 


-지하수가 새는 곳에 방폐장을 짓는다면 (JTBC 2014.08.26. ‘방폐장에 매일 1300톤 지하수 콸콸...방사능 오염 우려’)


핵발전소는 기껏 30~40년 사용하기 위해 10만년 이상 기간에 걸친 부담을 지는 결정이고, 그 누구의 작동 실수나 판단 착오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정에 수많은 이들의 안전을 맡기는 방식이다. 물론, 핵발전 산업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은 더 많은 이들의 안전을 위해 애쓰고 있을 것에 분명하다. 


04477463_P_0.JPG » 핵발전 정책의 폐지와 태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펴라고 촉구하는 시민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새로운 에너지 전환의 시기까지 현재의 핵발전을 한동안 유지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나는 그저 작고 소박한 상식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현재 운영되는 핵발전소가 결정적인 사고 없이 그 수명을 다하고 그사이 혹시 발생하는 작은 사고도 투명하게 공개되기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핵발전소 운영에서 부품 비리와 같이 저열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핵발전소 해체 이후 남은 핵폐기물은 지진도 지하수 유입도 전혀 없는 곳에서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기를. 


소박한 상식이 이루어지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다 보면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김찬국/ 한국교원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 환경과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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