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백두산 분출은 지구에 ‘여름 실종’ 불렀나

조홍섭 2016. 12. 01
조회수 13262 추천수 0

미·영·북한 학자들 백두산 가스 분출량 기존 추정보다 23배 많다는 새 연구결과

지구 기온 떨군 1815 탐보라 화산보다 많은 황 분출…고위도·겨울이어서 효과 최소


p_Kayla Iacovino4.jpg » 백두산의 대규모 부석 분포지대. 부석은 가스가 많은 마그마가 폭발하면서 생기는 가벼운 돌이다. 대규모 부석층이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큰 규모의 폭발이 있었음을 보여주며 다량의 가스가 분출과 함께 방출됐음을 가리킨다. Kayla Iacovino


백두산 분화는 역사상 가장 큰 화산폭발의 하나로 꼽힌다. 946년 일본 홋카이도에 5㎝ 깊이의 화산재 지층을 남긴 이 화산활동은 세기말 즈음에 발생했다 해서 ‘밀레니엄 분화’라고도 불린다. 


백두산에서 분출된 화산재, 부석 등의 양은 23㎦(약 230억t)에 이른다. 세계 전역의 지진계를 흔들며 1991년 폭발한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에서 분출된 양은 5㎦였다. 


p1_Kayla Iacovino.jpg » 북한 쪽에서 본 백두산 천지. 대규모 화산 폭발이 화구 안쪽이 무너져 내려 생긴 칼데라 호이다. Kayla Iacovino


화산폭발 때 방출되는 가스의 무게는 암석에 견줘 훨씬 작지만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아황산가스, 불소, 염소 등이 포함돼 지구기후와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친다. 피나투보 화산은 가스 방출량이 특히 많아 황 1000만t이 아황산가스 형태로 나왔다. 그 영향으로 1993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은 0.5도 낮아졌고 성층권 오존층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피나투보 화산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최근에 분출한 화산의 가스 방출량은 인공위성의 원격탐사 기법을 이용해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백두산처럼 과거에 활동한 화산에서 얼마나 많은 가스가 방출됐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CSIRO_ScienceImage_605_Sunset_After_Mt_Pinatubo_Eruption_in_1991.jpg » 1991년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한 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본 석양 모습. 화산 분출물이 대기를 가려 붉게 물들었다. CSIRO


그동안 백두산 분화 때 방출된 황은 200만t 정도로 추정됐다. 화산분화 전과 후 광물 속의 기체함량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통해 방출량을 추정하는 암석학적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백두산처럼 폭발적 분출을 한 화산에서는 이런 방법이 가스 방출량을 과소평가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마그마의 점성이 높아 끈적한 화산에서는 가스와 증기가 쉽게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갇힌 가스의 압력이 한계를 넘으면 폭발한다. 


따라서 마그마의 점성이 높은 백두산 같은 화산에서는 화산 분출 이전에 이미 생긴 가스와 증기에다 분출 때 생겨난 양을 모두 합쳐 화산가스 방출량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폭발 이전에 생긴 가스와 증기량은 폭발 때 생기는 양보다 수십 배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gas.jpg » 밀레니엄 분화 때 백두산에서 방출된 가스 양. 왼쪽부터 폭발 이전에 형성된 가스, 폭발 때 생긴 가스, 총계를 나타낸다. 수증기, 이산화탄소에 이어 황(S), 불소(F), 염소(cl) 비중이 높다. 양의 단위 Tg은 100만t을 가리킨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미국과 영국, 그리고 북한 과학자들이 백두산에서 현장연구와 새로운 연구방법을 동원해 백두산 분화의 화산가스 방출량을 새롭게 추정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30일 치에 실린 연구자들의 논문은 백두산에서 방출된 아황산가스가 황 무게로 4500만t에 이르러 기존 추정치의 22.5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불소가스는 5800만t, 염소가스는 2000만t 방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카일라 이아코비노 미국지질조사국 지질학자 등 연구자들은 폭발뿐 아니라 폭발 이전에 이미 생긴 증기와 가스양을 모두 더해 추정하는 방법을 썼다. 그 결과 마그마가 6000~9000년 동안 화구 밑에 체류하면서 생긴 가스·증기의 양이 전체 마그마 부피의 30% 이상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황만 본다면, 전체 분출량의 90% 이상이 폭발 이전에 생성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graph.jpg » 백두산 분출물의 영향 범위(위)와 주요 화산의 가스방출량 비교. 검은 막대가 황, 회색 막대는 불소와 염소의 합을 가리킨다. 붉은 막대가 이번 연구 결과이다. 막대 위의 표시는 연구방법을 가리킨다. P는 암석학적 방법, IC는 알래스카 얼음 코어, RS는 인공위성을 통한 원격탐사이다. 방출량 단위(Tg)는 100만t을 가리킨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화산에서 분출된 아황산가스는 성층권에서 연무 질(에어로졸)을 형성해 햇빛을 가리기 때문에 지구 기온을 낮춘다. 몇 년 동안 지구에 한랭화의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것이다. 또 오존층을 약화해 오존 구멍을 크게 만든다.


1815년 분화한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은 역사 기록에 남은 가장 큰 화산폭발로 알려져 있다. 폭발음은 2600㎞까지 들렸고 화산재는 1300㎞ 거리까지 날아갔다. 쓰나미 등으로 9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nasa_1024px-Tambora_EFS_highres_STS049_STS049-97-54.jpg » 탐보라 화산의 위성 사진. 둥근 칼데라 호가 보인다. 나사(NASA).


화산가스 영향으로 지구 기온은 0.53도 떨어졌고 이듬해엔 세계적으로 ‘여름 실종 사태’를 불러 곳곳에서 가뭄 피해를 낳았다. 이 화산에서 방출된 아황산가스는 역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추정한 백두산의 화산가스 방출량은 탐보라 화산의 규모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백두산이 폭발했을 때도 지구에 핵겨울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을까. 알래스카 빙상에 남아있는 증거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자들은 알래스카에서 시추한 얼음 코어 데이터를 보면, 탐보라 화산의 황 퇴적물이 ㎢당 40㎏인데 비해 백두산 것은 9㎏에 그쳤다.


이제까지 과학자들은 백두산의 황 배출량이 200만t에 그쳤던 것이 그 이유였을 것으로 보았다. 백두산이 고위도에 있는 데다 폭발 시기도 겨울이었기 때문인 점도 고려가 됐다. 


p_Kayla Iacovino3.jpg » 화산 폭발돼 탄 채 묻힌 나무 등걸. 나이테를 통해 분출 시기가 겨울인 것으로 밝혀졌다. Kayla Iacovino


실제로 연구자들은 백두산에서 발굴된 탄화목의 나이테를 분석해 폭발 시기가 겨울이었음을 밝혔다. 고위도 성층권에서는 에어로졸이 기후를 교란하는 효과가 더 작고 기간도 짧다. 또 겨울철엔 에어로졸이 더 쉽게 제거된다.


연구자들은 “백두산에서 방출된 거대한 양의 황과 할로겐 화합물에는 북반구 대기와 지표에 몇 년 동안 영향을 끼칠 잠재력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런 증거는 밝혀진 바 없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학계에서는 이제까지 백두산의 방출량 자체가 적은 것을 이유로 들었고 기후와 지리적 위치를 부차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백두산의 방출량 자체는 엄청나게 많지만 고위도에 있고 겨울이라는 시기 때문에 황 에어로졸을 북극으로 운송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p_Kayla Iacovino5.jpg » 미국, 영국 과학자들이 북한 연구자들과 백두산 화산을 조사하고 있다. Kayla Iacovino


이번 연구는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와 영국 왕립협회가 북한 당국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국제 백두산 지구과학 그룹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이 연구사업의 결과로 지난 4월 백두산 지하에 대규모 마그마 방이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관련 기사: “백두산 지하에 마그마 있다”). 


남·북한은 그동안 백두산에 지진계 설치 등 백두산 화산 연구를 위한 전문가 교류를 추진했지만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 경색에 따라 일체의 논의가 중단된 상태이다. 대신 북한은 미국, 영국 등과 함께 백두산에 지진계를 설치해 지진과 화산 연구를 활발히 펼치고 있다(■ 관련 기사북한쪽 백두산에 미·영 지진계 6기 설치).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ayla Iacovino et al, Quantifying gas emissions from the “Millennium Eruption” of Paektu volcano,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China, Science Advances, 2016;2: e1600913

http://advances.sciencemag.org/content/2/11/e160091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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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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