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는 어떻게 바다를 건너뛰어 퍼져 나갔나

조홍섭 2016. 12. 07
조회수 12135 추천수 0
동아시아 전역 분포
개구리 자연사 비밀

한국 고유 희귀종 수원청개구리
중국에 대규모로 서식하는  
‘무늬 없는 청개구리’와 동종 확인
 
빙하기 육지였던 서해에 같이 살다
물 차오른 뒤 나뉘었을 가능성
 
변이 거듭해 결국 유전적 거리 먼
‘고리 종’으로 다른 종이라는 가설도
 
산개구리 등 100종 이상인 ‘개구리 속’
중국 남서부에서 기원해
아메리카·유라시아 ‘아웃 오브 아시아’
 
한반도·중국 널리 분포 무당개구리
동해 생기고 백두대간 솟을 때 분화
북한산에 유전적으로 다른 집단 살아 
 
수원청_장이권.jpg » 벼 포기를 붙잡고 울고 있는 수원청개구리.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알려졌지만 유전적으로 중국 동부에 분포하는 무늬 없는 청개구리와 같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이권 이대 교수

청개구리는 우리나라 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논에도 산다. 겨울 끄트머리인 2월 초에 벌써 번식에 들어가는 산개구리와 산간 마을의 논과 계곡에서 보는 무당개구리는 중국과 러시아 연해주에도 흔하다. 

습지가 있어야 번식을 하고 멀리 이동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들 개구리는 어떻게 동아시아 전역에 살게 됐을까. 그 기원과 진화의 비밀이 개구리의 유전자 속에 들어 있다. 최근의 연구 성과를 통해 동아시아 개구리 자연사의 비밀을 알아본다.
 
‘적색목록’에서 빠지게 될까
 
f1.jpg » 경기도 수원에서 처음 발견된 뒤 파주 등 경기도와 충청, 전북 등지에서 소수의 집단이 발견된 수원청개구리. 파주환경운동연합

청개구리는 우리나라와 일본 전역, 중국 동북부, 러시아 연해주 등에 널리 분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청개구리가 2종 있다. 보통 청개구리와 수원에서 처음 발견된 수원청개구리가 그것이다. 

수원청개구리는 일본의 양서류학자 구라모토 미쓰루가 1977년 수원 농촌진흥청 앞 논에서 채집해 학계에 신종으로 보고했다. 세계에서 수원에만 사는 청개구리로, 특별한 무늬가 없고 머리가 더 뾰족하지만 주로 울음소리로 청개구리와 구별한다(■ 관련 기사: 챙 챙 챙…우는 개구리를 보셨나요, 수원청개구리 탐사 현장). 최근 파주 등 경기도 일대와 충청, 전북 등지에서도 수원청개구리가 발견됐지만 서식지가 급속히 사라져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된 희귀종이다.
 
그런데 중국에도 수원청개구리가 대규모로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새로 발견된 게 아니라 중국 중부와 동부·동북부에 널리 분포해 1888년 이미 학계에 보고된 ‘무늬 없는 청개구리’(Hyla Immaculata)가 수원청개구리와 같은 종으로 드러난 것이다. 

640px-Laubfrosch_H. immaculata_wiki.jpg » 서해에 인접한 중국 동부에 널리 분포하는 무늬 없는 청개구리(Hyla immaculata). 해수면 높이가 낮았을 때 한반도 서해안의 수원청개구리와 한 집단을 이뤘다는 주장이 나왔다. Laubfrosch, 위키미디어 코먼스

마티아스 슈퇴크 일본 히로시마대 방문연구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비엠시 진화생물학> 11월23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동아시아 청개구리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분화’를 해왔음이 유전자를 이용한 계통 생물지리학 연구로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기후변화와 지각변동을 겪으면서 청개구리 무리가 고립되어 분화하는 과정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수원청개구리와 중국의 무늬 없는 청개구리는 최근 빙하기 때 해수면이 현재보다 120m 낮아 서해가 육지로 드러났을 때 연결된 하나의 서식지에 살다가 물이 차오른 뒤 나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수원청개구리는 우리나라 서해안을 비롯해 개성 등 북한 서해안, 발해만, 중국 동해안 등 서해를 둘러싸고 고리 형태로 분포한다”고 말했다.

지도.jpg

이런 연구는 뜻밖의 결과를 빚는다. 수원청개구리는 우리나라 고유종일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는데, 이번 연구가 받아들여진다면 먼저 기재된 무늬 없는 청개구리로 통합되고 개체수도 많아 위기종을 모은 ‘적색목록’에서 빠지게 된다.
 
그러나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릴 수도 있다. 장 교수는 수원청개구리가 진화의 유력한 증거로 유명한 ‘고리 종’일 가능성을 연구 중이다. 어떤 종이 약간의 변이를 거치더라도 서로 교배가 가능하다. 

그런 이웃이 차례로 이어지면 마지막 이웃은 처음 출발한 종과 유전적 거리가 멀어져 교배가 불가능한 다른 종이 되고 만다. 북극해나 히말라야 주변을 둘러싸고 분포하는 조류 가운데 이런 사례가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서해를 둘러싸고 약간씩 유전형질이 다른 수원청개구리가 고리처럼 분포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장 교수는 “진행 중인 연구에서는 수원청개구리와 중국의 무늬 없는 청개구리가 충분히 다른 종으로 볼 만큼 유전적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며 “수원청개구리의 지역별 변이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인데 고리의 한 부분인 북한 쪽 연구가 빠져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이 논문은 동아시아 청개구리가 현재 알려진 단일종이 아니라 2종이며 하나는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 몽골, 러시아 연해주, 일본 남서부에 분포하고 다른 한 종은 일본 북동부와 러시아 사할린 등에 산다고 밝혔다. 이들이 분화한 건 500만년 전인 신생대 마이오세 말 동아시아에 지각변동이 심했을 때였다.

f4.jpg » 청개구리 분포도. 위는 현재로 붉은 색으로 갈수록 분포 확률이 높은 곳이다. 아래는 약 2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 해수면이 낮아 서해가 육지로 변했을 때 청개구리 분포도. 한반도와 서해, 일본 열도에서 분포할 확률이 가장 높아 이곳이 피난처였음을 알 수 있다. <비엠시 진화생물학> 2016.11.23
 
‘아웃 오브 아시아’ 가설
 
개구리 속은 100종 이상의 종이 포함된 대표적 개구리 종류로 툰드라에서 열대우림까지 전세계에 걸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는 한국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등 3종이 여기 해당한다. 그런데 이들 개구리가 동아시아에서 기원해 세계 모든 대륙으로 퍼져 나갔다는 ‘아웃 오브 아시아’ 가설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야핑 중국 과학아카데미 쿤밍 동물학연구소 연구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시스티마틱 바이올로지> 6월10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진화와 생태 연구의 모델로 쓰이는 개구리 속의 진화사를 규명했다. 그 결과 이 개구리는 중국 남서부에서 기원했는데 4800만~3400만년 전 사이 두 차례에 걸쳐 육지로 연결돼 있던 베링해를 건너 북아메리카 동부와 서부로 각각 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대 에오세 동안 ‘베링 육교’는 숲으로 이어졌는데, 동아시아와 북미 동부의 숲에 유사한 식물 종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f3.jpg » 아직 겨울인 2월 산속 계곡에 알을 낳은 북방산개구리. 아시아에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간 개구리 속에 포함된 종이다. 조홍섭 기자

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세계로 퍼져 나갔는데, 이를 ‘아웃 오브 아프리카’ 가설이라고 부른다. 사람의 조상은 빙하기 때 육지로 연결된 베링해를 건너 남아메리카까지 빠르게 퍼져 나갔다. 마찬가지로 개구리도 비슷한 경로로 남하하면서 다양한 종으로 갈라졌다.
 
아메리카와는 달리 유라시아로의 확산은 매우 느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아시아와 유럽을 가르던 고대 바다인 투르가이 때문이었는데, 이것이 사라진 2900만~2500만년 전 동아시아 개구리는 유럽과 중앙아시아로 퍼져 나갈 수 있었다. 동아시아에서는 약 2000만년 전 신생대 마이오세 때 지각변동과 함께 종의 분화가 가속됐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map2.jpg » 동아시아의 개구리 속이 세계로 퍼져 나간 경로. <시스티마틱 바이올로지> 2016.6.10
 
한반도 개체수 급증은 벼농사 덕
 
무당개구리는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 동북부와 러시아 연해주에 주로 산다. 중국 베이징과 산둥 반도에는 이 무리와 유전적으로 구별되는 집단이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 한반도에 다양하게 진화한 무당개구리 집단이 따로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브루스 월드만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등 한국과 중국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분자 계통유전학 및 진화> 1월4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주장을 펼쳤다. 가평·춘천·태백산·강릉·연천 등 한국 중부지방에서는 중국 동북부와 연해주에서 볼 수 있는 북방계 무당개구리와 남한 일대에서 발견되는 남방계가 함께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북한에는 북방계가 서식할 것으로 추정되나 확인이 불가능하고, 남방계가 일부 분포할 가능성도 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f2.jpg » 2003년 5월2일 강원도 인제군 점봉산 계곡에서 만난 도롱뇽 알과 무당개구리.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흥미롭게도 북한산에서 다른 집단과 유전적으로 분명히 구분되는 무당개구리 집단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집단이 언제 어느 집단에서 유래했는지 등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논문은 밝혔다. 또 제주의 무당개구리는 남한에서 이주했지만, 제주가 여러 차례 육지와 이어졌음에도 164만~761만년 사이 단 한 번 옮겨 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동아시아의 무당개구리가 분화한 것은 최근의 빙하기가 아니라 따뜻한 기후가 계속된 마이오세 동안”이라며 “동해가 갈라져 일본이 대륙에서 떨어져 나가고 한반도에 백두대간이 솟는 지각변동이 종 분화의 계기가 됐다”고 풀이했다. 또 한반도 남쪽 집단만이 지난 1만여년 동안 개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벼농사가 도입되면서 무당개구리의 산란 터가 늘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hristophe Dufresnes et al, Phylogeography reveals an ancient cryptic radiation in East-Asian tree frogs (Hyla
japonica group) and complex relationships between continental and island lineages, BMC Evolutionary Biology (2016) 16:253
DOI 10.1186/s12862-016-0814-x

ZHI-YONG YUAN et al, Spatiotemporal Diversification of the True Frogs (Genus Rana): A Historical Framework for a Widely Studied Group of Model Organisms, Syst. Biol. 65(5):824–842, 2016, DOI:10.1093/sysbio/syw055
Advance Access publication June 10, 2016

Fong JJ et al, Influence of geology and human activity on the genetic structure and demography of the Oriental fire-bellied toad (Bombina orientalis), Mol Phylogenet Evol. 2016 Apr;97:69-75. doi: 10.1016/j.ympev.2015.12.019. Epub 2015 Dec 3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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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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