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얼음 대부분 녹았던 직접 증거 확인

조홍섭 2016. 1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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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 3㎞ 굴착해 기반암 분석, 지난 110만년 새 28만년 동안 지표 노출

“수백, 수천 년 안에 얼음 사라지는 사태 올 수도”, 해수면 7m 상승 재앙


g1_Joshua Brown_UVM.jpg » 북반구 최대의 빙상이 있는 그린란드가 지구 차원의 재앙을 초래할 것인가. 과학자들은 과거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추적하고 있다. 그린란드 동해안의 모습. Joshua Brown, 버몬트대


국제 사회가 기후변화를 예측해 대책을 세울 때 고려하지 않는 사태가 있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구 차원의 재앙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지만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남극이나 북극 빙상이 녹는 일, 심해저 메탄가스가 분출되는 일, 북극 근처의 동토가 녹아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그린란드의 얼음 감소는 점점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린란드의 빙상과 북극해의 해빙은 최근 온난화와 함께 감소 추세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현재 지구의 해수면은 연간 3㎜씩 상승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약 4분의 1은 그린란드 얼음이 녹은 탓이다. 그린란드의 빙상은 남한 면적의 17배 규모인데, 얼음 깊이가 2000~3000m에 이른다. 이 얼음이 모두 녹는다면 지구 해수면은 7m 상승해 대부분의 해안 도시가 잠길 것으로 예상한다. 1990년대 이래 그린란드의 얼음 감소량은 곱절로 늘었고, 지난 4년 동안 1조t 이상의 얼음이 사라졌다. 


Greenland_-_panoramio_-_Johannes_Geiger_(12).jpg » 해안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그린란드 빙하. Johannes Geiger,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렇지만 과연 그린란드의 빙상이 모두 녹는 사태가 벌어질지, 또 그 시기는 언제가 될지 등은 논란거리다.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는 금세기 말까지 해수면이 90~120㎝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여기에는 그린란드 빙상의 용융 가능성은 포함돼 있지 않다.


그린란드의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과거 지구가 온난했을 때 어땠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미국 연구자들이 지난 110만년 동안 그린란드가 적어도 1번 이상 28만년 동안에 걸쳐 빙상의 대부분 녹아 지표가 드러났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그린란드에서 얼음이 대부분 사라진 상태가 장기간 지속했다는 직접 증거가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가설이 받아들여진다면 기후 재앙에 관한 예측을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른다.


Greenland_-_panoramio_-_Johannes_Geiger_(1).jpg » 최고 3000m 깊이의 얼음층에 덮여있는 그린란드 내륙에서 기반암을 채취해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Johannes Geiger, 위키미디어 코먼스


요르크 섀퍼 미국 컬럼비아대 고기후학자 등은 과학저널 <네이처> 8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가설을 제기했다. 연구 시료는 1993년 그린란드 한가운데에서 3040m 깊이의 얼음층과 13m의 퇴적물과 얼음이 뒤섞인 층을 뚫고 마침내 기반암을 1.55m 깊이로 굴착해 구했다. 굴착과 시료 채취에만 5년이 걸렸다.


빙하는 기온 변화에 따라 덮였다가 녹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빙하에 얼마나 오랜 기간 덮였는지, 또는 계속 빙하에 덮인 상태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과학자들은 우주선 기원의 핵종을 분석한다. 초신성 폭발로 생긴 우주선이 암석에 포함된 원소인 베릴륨과 알루미늄을 때려 특별한 방사성 동위원소로 만든다. 


이런 동위원소는 지표 수 미터 깊이에만 생기기 때문에 이를 측정하면 공기(우주선)에 노출됐는지, 곧 빙상에 덮여 있었는지 아니면 녹아서 땅이 드러났는지를 알 수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속도를 통해 얼마나 오래 대기에 노출됐는지도 계산한다.


g2_Schaefer et al., Nature, 2016.jpg » 미국 연구진의 모델링 결과. 왼쪽은 100% 얼음층에 덮였을 때, 오른쪽은 5% 덮였을 때. 원은 굴착 지점. Schaefer et al., Nature, 2016.


그린란드 중심부의 기반암을 측정한 결과 연구자들은 지난 110만년 동안 적어도 한 차례 이상 28만년에 걸쳐 얼음이 없는 상태였다는 결론을 얻었다. 수천 년 동안의 더 짧은 기간 동안 얼음이 녹은 일도 간빙기 동안 여러 차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자들은 시료를 채취한 그린란드 중심부는 얼음이 녹기 가장 힘든 곳이어서 온난화 때 전체 빙상의 90% 이상이 녹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논문의 주 저자인 섀퍼는 “불행하게도 이번 연구결과로 그린란드의 빙상은 훨씬 더 불안정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자연적인 원인으로 과거에 일어난 일은 앞으로도 되풀이될 수 있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저자의 하나인 리처드 앨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빙하학자는 “이 연구가 당장 내일 그린란드 빙상이 바다로 변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며 “우리가 지금처럼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면 수백, 수천 년 안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patano_Il_gigante_galleggia_-_panoramio.jpg » 그린란드에서 떨어져 나온 대규모 빙산. 빙상의 붕괴를 가속시키는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patano,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린란드의 빙상이 급격히 사라지게 하는 요인은 논란거리이지만, 과학자들은 표면에서 얼음이 녹은 물이 빙상 바닥에 윤활제 노릇을 하거나 대량의 얼음 녹은 하천이 빙산을 떼어내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섀퍼는 “이 연구는 우리가 (그린란드 빙상)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무언가 큰 것을 놓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급히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한편, <네이처> 같은 호는 그린란드 동부 해저 퇴적층의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지난 750만년 동안 그린란드 동부가 빙하에 계속 덮여 있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실었다. 두 연구는 상충해 보이지만 그린란드 대부분이 녹은 뒤에도 동부에 빙상이 잔존해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도 모른다. 논문 주 저자인 폴 비어만 미국 버몬트대 지질학자는 “두 연구는 각각 다른 지점에서 옳은 기록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oerg Schaefer et al, Greenland was nearly ice-free for extended periods during the Pleistocene, Nature 540, 252–255 (08 December 2016) doi:10.1038/nature2014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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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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