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임신' 물고기 해마, 진화의 비밀 밝혀져

조홍섭 2016.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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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꼬리지느러미, 이, 갈비뼈 잃고 수컷 보육낭 얻고…1억년 동안 빠른 속도로 진화

유전자 중복으로 ‘수컷 임신’ 가능…세계적 멸종위기종이지만 한약재로 남획 


s5_Ralf Schneider.jpg » 해마는 형태나 번식습성 면에서 가장 특별한 물고기이다. 그 진화의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 해마의 일종인 히포캄푸스 바르부리. Ralf Schneider


해마는 말처럼 생긴 머리에 꼬리로 해조를 감는 독특한 모습에다 수컷이 새끼를 낳는 독특한 행동으로 널리 알려진 동물이다. 그러나 해마가 실고기 과의 물고기이다.


다른 물고기와 비교해 보면 해마가 얼마나 특별한 모습인지 실감한다. 대부분의 물고기에 있는 이가 없고 턱이 융합된 긴 관처럼 생긴 주둥이로 플랑크톤 같은 먹이를 물과 함께 빨아들인다. 비늘 대신 몸 밖에 골질판이 달려있어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도 특이하다.


s4.jpg » 꼬리로 거머리말을 감아 해조에 쓸려나가지 않고 몸을 고정시킨 다도해 소안해마. 국립공원연구원


해마에는 또 배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가 없다. 꼬리지느러미는 붙잡을 수 있는 기다란 꼬리로 바뀌어 조류에 쓸려나가지 않도록 몸을 고정하는 구실을 한다. 이런 몸의 구조 때문에 꼿꼿이 선 자세로 헤엄친다.


무엇보다 해마는 일부일처제인 데다 번식기가 되면 짝짓기를 한 뒤 암컷이 수컷 배에 있는 주머니인 보육낭에 알을 낳는 ‘수컷 임신’으로 유명하다. 수컷은 수정란을 돌보고 부화시킬 뿐 아니라 태어난 새끼가 독립할 때까지 뱃속에서 키우는 극진한 부성애를 보인다.


s3.jpg » 임신중인 수컷 소안해마. 목에 연구를 위한 표지를 달고 있다. 국립공원연구원


그렇다면 이렇게 특별한 형태와 번식방법은 어떻게 나타나게 된 것일까. 린창 중국과학원 생물학자 등 중국, 독일, 싱가포르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네이처> 15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해마의 유전체(게놈)를 해독해 진화의 비밀을 분자 수준에서 해명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해마가 진화적으로 짧은 기간에 혁신적인 형태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생물의 유전적 다양성이 어떻게 일어나고 그 유전적 토대가 뭔지 알아보기에 적절한 대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해마와 다른 물고기의 유전체를 비교 분석한 결과 특정 유전자의 상실과 중복, 특정 조절 인자의 상실이 이런 급속한 진화를 불렀음을 알 수 있었다고 논문은 밝혔다.


s1.jpg » 보육낭에 새끼를 담고 있는 수컷 소안해마. 국립공원연구원


해마에는 단단한 이를 형성하는 유전자가 통째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척추동물 가운데는 해마뿐 아니라 새, 거북, 고래, 개미핥기 등에서도 이런 상실이 나타난다.


해마는 또 냄새를 감지하는 유전자도 많이 쇠퇴해, 물고기 가운데 후각 유전자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논문은 밝혔다. 대신 해마는 주로 시각을 이용해 사냥하는데, 카멜레온처럼 두 눈을 따로 움직여 먹이를 추적하는 능력이 있다.


해마는 배지느러미를 만드는 유전자인 tbx4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유전자는 진화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데, 사람이라면 이 유전자가 있어야 다리가 정상적으로 생긴다. 제브라피시로 실험해 보니 이 유전자를 제거했더니 물고기의 배지느러미가 나오지 않았다고 논문은 밝혔다. 다른 물고기 가운데는 복어와 뱀장어 등도 배지느러미가 없다.


s2.jpg » 알에서 깨어난 새끼 해마는 난황을 달고 있어 수컷의 보육낭에서 독립할 때까지 자란다. 국립공원연구원


게놈의 일부는 복제돼 중복된 형태로 존재할 수 있으며 종종 새로운 기능을 맡기도 한다. 해마에는 중복된 유전자 6개 가운데 5개가 수컷의 보육낭에서 고도로 발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컷의 임신이 가능하게 만든 것은 유전자의 중복이었다.


유전자의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는 식으로 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하는 조절인자도 진화에 영향을 끼친다. 해마에는 모든 척추동물에 있는 핵심 조절인자인 뼈대 발달과 관련한 인자가 없다. 이 때문에 해마에는 갈비뼈가 없고 대신 몸 밖에 딱딱한 골질판이 나 있다.


nature20595-f1.jpg » 해마 신체구조의 특징(a)과 단백질 서열을 기준으로 작성한 계통도. 다른 물고기와의 유전적 거리가 나타나 있다. <네이처> 2016


연구자들은 해마가 다른 조기어강(등지느러미에 가시처럼 단단한 뼈가 나 있고 부드러운 피부로 그 사이가 이어진 물고기로 대부분의 물고기가 여기 해당)과 분리해 진화한 것은 한반도 남부와 중부 일부에 공룡이 어슬렁거리던 중생대 백악기 약 1억년 전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마는 짱뚱어보다는 송사리에 가까운 물고기인 셈이다. 또 다른 물고기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해마 진화의 비밀이 일부 밝혀졌지만 해마는 이미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놓여 2004년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국제 거래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한약재로 널리 쓰여 해마다 2천만 마리가 잡히는 것으로 알려진다.


I, Jonathan Zander.jpg » 약재로 쓰기 위해 말린 해마. I, Jonathan Zander, 위키미디어 코먼스


해마는 얕은 연안 수초대에 분포하며 서식환경 변화에 민감해 각국이 연안 생태계 보전을 위한 깃대종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8종이 사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최근 국립공원연구원 해양연구센터는 다도해 소안도에서 소안해마의 산란 특성을 야생상태에서 규명하기도 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in et al.: The seahorse genome and the evolution of its specialized morphology. Nature, 15 December 2016. Vol 540, No. 7633. DOI: doi:10.1038/nature20595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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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언론인/ 자연작가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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