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다거북 보호 위해 한국 새우 수입 금지

육근형 2016.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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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그물에 거북 탈출 장치 등 보호 프로그램 없어
미 1989년 자국 의무화…1996년부터 전세계로 확대

noaa.jpg » wikimapia, 위키미디어 코먼스.

당분간 미국에 머물고 있는 우리 유학생들은 밑반찬 목록에서 새우볶음은 빼야할 것 같다. 지난 5월 미 국무부가 한국으로부터의 새우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부고시를 통해 새우를 잡을 때 바다거북을 보호하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국가를 공표했는데, 한국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번에 새우수입 금지 조처에서 벗어난 국가는 모두 40개국이다. 우선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바다거북 혼획 방지 조치를 했다고 인정한 14개 국가가 있다.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에쿠아도르, 엘살바도르, 가봉, 과테말라, 기아나, 온두라스, 멕시코, 니카라구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파나마, 수리남으로, 대개 카리브해와 서대서양,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일부 국가가 눈에 띈다. 나머지 26개 국가는 바다거북의 서식지에서 벗어난 영국이나 노르웨이 같이 추운 곳에 있는 나라들이다. 또 다른 예외는 5인 이하 선원으로 구성된 소규모 어업을 하고 있어 바다거북에 별 영향이 없다고 인정한 국가들이다. 중국이나 스리랑카 등이 해당된다. 
 사실 미국은 꽤 오래 전부터 새우조업 과정에 바다거북이 혼획되는 국가에 대해 새우 수입금지 조처를 내려왔다. 여기서 촉발된 ‘바다거북-새우 수입 분쟁사건’은 과거 1990년대 국제 무역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의 하나이다.
 
 1990년대 가장 중요한 국제 무역분쟁

z4.jpg » 바다거북 탈출장치가 있는 새우 그물 개요도. http://www.saveourseasmagazine.com/the-story-of-ted/
 
 새우조업과 바다거북의 사연은 40여 년 전으로 올라간다. 1973년 미국에서는 ‘멸종위기종법’이 제정됐는데, 당시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일본과 철새보전에 관한 양자협정을 맺은 상태였다. 또 국제협약인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이하 사이테스협약)’이 같은 해에 채택되었다. 미국은 사이테스협약의 국내 이행법률로 멸종위기종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목적으로 이 법을 제정했다. 
 바다거북은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 생물로, 사이테스협약의 부속서에 포함되어 있어 이를 수출하는 국가나 수입하는 국가 양쪽에서 허가를 얻어야 한다. 또 학술적인 목적을 제외하고는 국제거래가 불가능하다. 미국은 이처럼 멸종가능성이 높은 바다거북을 보호한다는 취지의 ‘멸종위기종법’에 따라 1989년부터 자국 내 전 해역의 새우잡이 그물에서 바다거북이 탈출할 수 있는 장치(TED)를 장착하도록 하였다. 

640px-Loggerhead_Sunrise_(18423413069).jpg » wikimapia, 위키미디어 코먼스.

 1991년에는 탈출장치의 적용 범위를 자국 해역을 넘어 카리브해와 서대서양의 국가들에게까지 확대하였다. 당시 적용대상이 되던 멕시코 등 카리브해의 국가들은 크게 반발하며 국제무역기구에 미국의 조처를 제소했다. 국제무역재판소는 미국의 해당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는데, 흥미롭게도 미국의 새우수입 금지 조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카리브해 등 일부 국가에만 해당조처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었다. 즉, 해당 해역의 국가들에만 바다거북 보호조처를 적용하는 것은 차별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1996년부터 바다거북과 관련된 새우수입 금지 조치를 전 세계 모든 국가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후에 나온 판결에 따라, 탈출장치를 장착하고 새우를 어획했다 하더라도, 미국이 승인하지 않은 국가의 새우수입은 전면적으로 금지하기에 이른다. 즉, 미국은 새우수입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가지고 자국 내에서만 이루어지던 바다거북에 대한 보호 조처를 전 세계로 강제화한 셈이다. 
 
 10년 동안 새 그물 기술 개발하고 설득
 
 미국이 외국에서 들여오는 새우수입을 금지하는 조처에 이르는 과정과 함께 그들이 자국 내에서 바다거북 보전을 위해 새우조업을 어떻게 관리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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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은 1989년부터 자국 내 전 해역에 대해 바다거북 탈출장치 설치를 강제화했다. 하지만 미 정부는 강제화하기 10년 전부터 기술적인 준비를 해왔다. 우선 탈출장치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탈출장치를 단 그물에서 새우의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러나  이후 현재의 탈출장치와 유사한 형태를 고안하면서 새우의 어획량은 탈출장치가 없을 때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늘어났다.
 이후 탈출장치에 자신감을 가진 담당부서는 어업인 교육이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새우잡이 그물에 바다거북 탈출장치를 달도록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어민들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 반대하거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결국 탈출장치 부착은 10년이 지나면서 법적으로 의무화 되었다. 또한 그 장착 비용은 바다거북 혼획의 원인을 제공한 어업인이 부담하도록 하였다. 기본적인 원칙이 오랜 준비와 검토 과정을 거쳐 관철된 것이다. 
 미국의 사례를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할 일은 아니지만 바다거북이라는 대상을 보호하겠다는 정책목표를 향해 취한 국내외적인 조처는 매우 인상적이다. 우선 보호에 필요한 새로운 그물을 고안하고 이를 기술적으로 완성시켰다. 이후 10년에 가까운 긴 시간 이해관계자들에게 그 필요성을 알리고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확산시켰다. 결국 법적으로 필요한 조처를 강제화했고, 이 과정에서 원인행위자가 책임지도록 하는 원칙도 지켜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자국민에게만 바다거북에 대한 보전 노력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국제무역환경에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요구하고 확산시켜 나갔다는 점이다. 

U.S. Fish and Wildlife Service.jpg » wikimapia, 위키미디어 코먼스.
 
 우리 정부 제때 대응조차 안해
 
 비록 이번에 우리가 외부에서 요구하는 부담을 타율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점은 유감이지만, 부담을 요구한 미국이 준비한 일련의 조처는 매우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임에 분명하다. 적어도 이 건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 앞서 가기는커녕 제때에 대응하지도 못했다. 멕시코 등이 미국에 무역분쟁을 제기한 것이 25년 전이고, 이후 스리랑카나 나이지리아 같이 우리보다 경제적인 개발수준이 낮다고 생각하는 국가들도 그 사이 어떤 방식으로든지 그들의 생태계 보호조처를 준비해 인정받았다. 
 국제연합은 2015년 천명한 지속가능발전목표(UNSDG) 17개 중 하나로 ‘바다와 그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제시했다. 수산업은 바다의 자원을 이용하는 가장 영향력이 크고 대표적인 행위이다. 더 이상 공유지인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기만 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올해 우리의 새우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공문을 보내오지 않았어도, 우리의 수산업이 해양생태계 보전과 함께 갈 시기가 되었고 우리도 이를 위해 정책의 변화를 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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