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 애먼 야생조류 마녀사냥

윤순영 2016. 12. 30
조회수 6017 추천수 0
 빽빽하게 키우는 공장식 사육이 근본 원인
 겨울철새 날아오는 시기엔 발병 사례 없어

04961963_P_0.JPG » 11일 오후 살처분을 하루 앞둔 충북 음성군 대소면 동일농장 계사 안에 닭들을 키워 온 홍기훈 대표가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음성/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해마다 겨울철이면 연례행사처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번진다. 그때마다 병의 원인으로 야생조류 탓을 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AI로 2014년 한 해에 도살 처분된 가금류가 1446만 마리였는데, 올해는 2000만 마리를 넘어서 모두 산 채로 땅에 묻혔다. AI가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고 사람이 AI에 걸리면 치사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는 야생조류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H5N8 같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는 일반적으로 “좁은 공간의 비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자라는 가금류한테서 볼 수 있는 질병”이다. 근본 원인은 사람의 과욕이 불러온 전염병으로 보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마녀사냥 당하는 야생조류는 억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닭·오리 등 가금류는 어떻게 키우고 있을까. 거의 대부분은 빽빽한 곳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공장식으로 속성 사육되고 있다.

일괄편집_해프닝_01.jpg » 우리는 땅에 묻는 것으로 AI를 통제해 보려고 한다.

 충청북도에서 닭을 키우는 동물 복지농장은 모두 23곳으로, 이곳들만큼은 AI가 접근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 3년간 동물 복지농장에서 AI에 감염된 경우는 한 곳도 없었다고 한다. 2014년 AI 발생 농가와 인접한 농장 2곳에서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됐을 뿐 이후 검사에서도 AI 양성반응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겨울철새는 10월 초 우리나라를 찾아와 중간기착지에 머물다가 11월 말경이면 월동장소로 자리를 옮겨 정착한다. 철새들은 이동 경로와 취식 장소가 정해져 있어 환경적 변화가 없으면 정착한 뒤에 이곳저곳을 이동하지 않는다. 남하시기인 10~11월에는 AI 발병사례가 없다. 그리고 철새들의 북상 시기는 2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이때는 오히려 인가쪽 농경지로 먹이를 찾아 다가오지만 2월에도 역시 AI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

04942067_P_0.JPG » 19일 오전 전북 부안군 줄포면 신리 한 오리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오리들을 살처분하기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취재는 방역당국이 설정한 통제선 밖에서 망원렌즈 400, 800 mm 렌즈로 쵤영함)부안/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만약 철새가 AI의 주범이라고 치더라도 예방 방법으로 도래지에 공중방역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새들이 놀래 다른 곳으로 이동해 전염을 더욱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철새 먹이주기를 금지하는 것도 예방 방법으로 적당하지 않다. 먹이를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 때문에 먹이를 지속적으로 더 공급하여 한 곳에 모여서 생활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예방 방법이다. 지역 주요 철새 도래지에 먹이 터를 마련하여 운영하고 철새의 이동 경로 및 습성을 파악하여 관리하는 것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후진국성 환경에서 발생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에 대한 가금류의 사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근본적으로 복지사육 환경을 권장하는 면적과 가이드라인,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 닭과 오리의 밀식 사육이 변종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이 높일 수 있고 항생제 과다 투여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민의 세금낭비와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막아야 한다.

05689811_P_0.JPG » 조류인플루엔자(AI)의 양성확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양천구 습지공원 입구에서 한강사업본부 직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농장들은 HPAI 확산을 막기 위해 효율적인 차단방역 조치가 필요하다. 감염 지역 안팎으로 흘러 들어가거나 나오는 물에 대한 모든 접촉은 금지되어야 하며, 살아있는 혹 죽어있는 가금류의 이동, 가금류 제품, 조류 사료, 의약품, 축산용 기구 및 농장을 왔다 갔다 하는 차량들은 국제적으로 합의된 FAO(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매우 엄격하게 제한되고 통제되어야 한다. 
 가금류 사육 종사자나 관계되는 사람들의 이동 또한 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통제되고 감시되어야 한다. 주변의 감염되지 않은 농장들도 위와 같은 가이드라인을 따라야한다. 예측 할 수 없는 차량의 이동이 전염을 확산시키는 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AI는 서쪽 지역에서 집중 발생하고 우리나라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주범으로 몰리는 야생조류가 절멸하는 사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만든 병을 잡겠다고 야생조류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죄 없는 가금류를 몰살시키는 행위는 비인간적이다. 인간의 잘못된 과오는 인간만이 바로잡을 수 있다.
 윤순영/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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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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