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의 선물, '페트병 전구'로 빈민촌 밝힌다

조홍섭 2011. 12. 24
조회수 39073 추천수 0
햇빛 산란시켜 전기 없는 빈민촌에 전등 효과

내 보금자리 재단, 내년까지 필리핀 100만 가구에 설치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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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도 컴컴한 개발도상국 빈민가에 밝은 빛을 선사하는 적정기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버려진 페트병과 세제, 그리고 접착제만 있으면 전기 요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집안에 전등을 켠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태양 전구’가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판자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에서는 ‘내 보금자리 재단’이 주도하는 ‘1리터의 빛’ 캠페인(http://isanglitrongliwanag.org/) 결과 지난 6개월 동안 저소득층 약 2만 5000가구가 방안을 밝히는 성과를 거뒀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3일 보도했다.

 

페트병 태양 전등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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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의 몸체(왼쪽)는 페트병에 표백제와 물을 담은 것이다. 지붕에 단순히 구멍을 뚫으면 한 지점만 밝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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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은 페트병 속의 세제 성분과 만나 산란돼 전등처럼 주변을 밝힌다. 

 

이 장치의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버려진 페트병에 세제나 표백제를 탄 물을 채운 뒤 지붕에 구멍을 뚫고 꽂으면 된다. 지붕에 그냥 구멍을 뚫으면 빛이 들어온 곳만 밝지만 이 장치를 달면 햇빛이 세제나 표백제 성분과 만나 흩어지기 때문에 방안이 전반적으로 밝아지는 것이다.
 

망치, 리벳, 금속판, 사포, 에폭시만 있으면 5분에 작업 끝나고 비용은 1달러 정도면 된다. 재단 쪽은 이 페트병 하나가 55W 가량의 전등을 켠 것과 같은 밝기를 낸다고 밝혔다. 물론 이 ‘태양 전등’은 해가 떠 있을 동안만 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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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태양 전등을 지붕에 설치하는 모습. 사진=내 보금자리 재단. 

 

하지만 어둑어둑한 판자촌 주민들에겐 이런 변화가 삶의 질을 크게 높여준다. 메트로 마닐라의 한 빈민가에 사는 에두아르도 카릴로는 <가디언>과의 회견에서  “아이들이 이제는 집안에서도  무서워하지 않고 웃고 떠들며 논다”며 “어둡고 위험한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놀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하늘에서 지붕을 타고 전해준 진정한 싼타의 선물이라고 기뻐한다.
 

필리핀에 는 인구 40%가 하루 2달러 이하의 수입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도 전기값은 비싸, ‘필리핀에서 싸지 않은 게 하나 있는데, 그게 전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이 때문에 약 300만 가구의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가구뿐 아니라 전기가 들어오는 많은 빈민 가구에서도 아예 전등을 켜지 않거나 촛불을 켜놓고 살다가 종종 화재가 일어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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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하던 방에 환해지자 기뻐하는 주민들. 사진=내 보금자리 재단. 

 

내 보금자리 재단의 설립자이자 사회기업가인 일락 디아즈는 내년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거나 꺼놓고 사는 1200만 가구 가운데 100만 가구에 태양 전등을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1리터의 빛' 캠페인 공식 안내 동영상

 


애초 병을 이용한 태양 전구의 아이디어를 낸 것은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 학생들이었으나 브라질의 알프레도 모세르가 페트병으로 응용하는 방법을 내놓았고, 개도국마다 나름의 고안을 덧붙여 활용하고 있다.
 

디아즈는 “필리핀에서는 간단한 고안을 통해 지붕의 함석 슬레이트가 더위로 늘어나거나 줄어들어도 방수가 유지되고 잘 고정돼 몇 년은 거뜬히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태양 전등을 보급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해 현재 20명을 고용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페트병 태양 전등 제조 방법 동영상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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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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