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사슴벌레, 다 어디로 갔나

2011.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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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추억 깃든 곤충들, 정서 동물의 퇴장  

인간 중심 시각과 서식지 파괴로 보기 힘들어져
 

한국보전생물학회(회장 신현철 순천향대 교수)가 학회지 계간 ‘보전’을 냈다. 이 잡지는 “자연보전도 이제는 행동으로 옮길 때라는 전제 아래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학술지 대신 대중에게 다가가는 분석적 기사를 담은 전문잡지를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이 글은 잡지 창간호에 실린 것으로 한국보전생물학회의 허락을 얻어 전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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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풍뎅이의 힘 겨루기. 옛날 아이들은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를 잡아 싸움을 붙이며 놀곤 했다. 사진=<자연과 생태>.

 

21세기에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인류의 과제가 바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위기’라는데 대다수가 공감을 할 것으로 본다. 이런 자연의 재앙에는 인구증가, 무분별한 자원 남용, 환경오염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하루에 50~100종이 멸종하는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궁극적으로 인류의 존재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는 문제다. 이것은 지금까지 인간 중심의 사고로 자연을 보는 시각이 자연을 관리 및 활용하는 데 당위성을 부여했고 그 결과 자연의 섭리 및 순환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하늘소를 인간 축면에서 보면 나무에 구멍을 파고 살며 목재에 구멍을 내 목재로 쓰지 못하게 한다든가, 병해충을 옮기는 매개체여서 나무를 고사시키는 등 많은 피해를 주는 곤충이다.

 

그러나 자연 중심의 사고로 본다면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늘소는 자신이 살기 위해 나무의 구멍을 파고 섬유질을 먹으며, 나무는 하늘소 때문에 생긴 상처에 송진과 같은 수액을 분비한다. 수액은 나비, 풍뎅이, 사슴벌레, 벌, 개미 등을 불러들이고, 이들은 먹이 사슬로 연결이 되어 결국 새들의 서식처까지 제공하게 된다.

 

이처럼 자연 중심의 시각에서 보면 하늘소 한 마리의 생활 방식이 수십 또는 수백 종의 생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모기는 어떠한가? 인류가 가장 싫어하는 곤충으로 지구에서 사라지길 바라는 대상이지만 담수 동물들에게 모기 유충(장구벌레)은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먹이이다. 모기 유충이 없는 담수 세계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생태적 지위’라는 용어가 있다. 생물마다 특정한 서식 공간이 있으며 그 곳에서 특정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의미다. 자연에서는 다양한 생물들이 나름대로 생태적 지위를 갖고 살며, 이를 통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늘소나 모기 유충도 생태적 지위를 갖고 나름대로 자연의 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한다. 인간 사회도 건강하고 풍요롭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면 그것이 곧 사회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아담스미스의 국부론 개념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외국에서도 생물다양성 위기에 촉각을 세우듯 우리나라에서도 생물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적색목록집(Red Data Book)을 발행하기 시작했고, 올해 조류, 어류, 양서․파충류 편을 발행했으며, 앞으로 다른 분류군도 발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어떤 종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그 원인은 무엇인지 밝혀내고, 그 종에 대한 증식 및 복원을 시도해야 하는데, 실제로 어떤 종이 얼마 만큼 사라졌는지에 대한 근거 자료를 내놓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것은 꾸준한 관찰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데, 그동안 이런 기초적인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라져가는 생물이라고 판단할 근거 자료가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생물에 관한 이야기하라면 엄청 많을 것 같은데, 막상 어느 정도 감소했는지 객관적인 근거를 찾으려면 쉽지 않다. 얼마나 많은 종이 우리의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지 빨리 헤아려서 더 늦게 전에 그들과 공존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생물을 곤충을 통해 살펴보았다. 과거에 친숙했던 종 중 인간 활동에 의한 서식처 파괴 및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사라져 간 것으로 보이는 곤충 몇 종을 소개한다. 그들에 대한 추억과 그들이 왜 사라져 갔는지 그 이유를 더듬어 보자.

 

땅강아지(Gryllotalpa orientalis Burmeister,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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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처럼 생긴 앞발을 벌리는 힘이 강한 땅강아지. 사진=<자연과 생태>.

 

메뚜기목에 속하고, 몸길이는 30~35㎜이며 몸 색깔은 황갈색 내지 어두운 갈색을 띠며 몸이 부드러운 털로 덮여 있다. 앞다리가 땅을 파기에 적합한 구조이며. 주로 밭이나 유기물이 풍부한 땅 속에서 산다.

과거에는 논과 밭에서 흔히 보였고, 도시 근교 산자락에서도 불빛에 잘 날라 왔던 곤충이다. 어릴 적에 땅강아지를 만지면서 “꼭 두더지 같이 생겼네.”라며 손바닥에 올려놓고 장난치던 기억이 난다.

 

땅강아지는 앞발 힘이 무척 세다. 그 힘으로 땅속에 구멍을 파고 식물의 뿌리나 지렁이 등을 먹고 사는 잡식성 곤충이다. 어릴 적에 엄지와 검지로 땅강아지의 앞다리를 좌우에서 누르면서 버티는 힘이 얼마나 센지 팔씨름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또 침 흘리는 동생에게 필요하다 하여 땅강아지를 잡아 어머니께 갖다 드린 기억이 있다. 속신어 중에 ‘게발두더지(땅강아지)를 구워 먹으면 침 흘리는 아이가 낫는다.’란 말이 있는데, 어머니께서 침을 너무 흘리는 동생에게 치료제로 쓰신 것이다.

 

당시 어린 동생이 기름에 볶은 땅강아지를 먹고 침 흘리는 것을 금방 멈춘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지금 생각해 보니 아마 고단백질을 섭취한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1960년대 후반 도시 변두리에 살던 나의 어린 시절 땅강아지와의 추억들이다.

그런데 이 정겨웠던 땅강아지들이 근래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살던 서식처가 아파트나 주택 같은 주거지나 공장으로 변했고, 농경지에서는 예전보다 더 다양하고 강한 살충제를 살포해 점차 사라졌을 것으로 보인다. 아주 깊은 시골이나 가야 어쩌다 볼 수 있는 곤충이 되어 버렸다.

 

최근 웰빙 바람으로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짓는 곳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땅강아지가 다시 우리 주변에 나타나 더불어 사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 물방개(Cybister japonicus Sharp, 1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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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찾아 보기가 힘들어진 물방개. 사진=<자연과 생태>.

 

딱정벌레목에 속하고, 몸길이는 34~42㎜이며 긴 타원형이다. 몸은 녹색을 띤 검은색이며, 측면에 황색 띠가 있다. 연못이나 저수지의 수초가 많은 곳에 살면서 수서곤충이나 작은 물고기 등을 먹고 산다.

어린 시절 논가 도랑에서 족대로 물고기를 잡을 때 물방개도 심심찮게 잡혔다. 또 밤에 불빛에도 날아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야바위꾼들이 물방개로 일종의 룰렛 같은 게임을 하는 것을 종종 보았다.

 

큰 양동이 가장자리에 번호를 매겨 칸을 나누어 놓고, 물방개가 들어가는 칸 번호를 맞추면 이기는 게임이었다. 몇 번 호기심으로 해 본 기억이 난다. 참으로 못 살던 어린 시절에도 어른들이 “코 묻은 어린아이의 돈을 따먹기 위해 비상한 머리를 굴렸구나” 생각하니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일전에 어느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의 장면도 기억난다. 지역 축제에서 물방개 수영대회를 열어 몇 번 라인의 물방개가 일등으로 들어오는지 경주를 펼쳤다. 그렇게 흔하던 물방개가 도심 주변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우선 우리 주변에서 습지가 엄청 많이 사라졌다. 농촌도 물이 토양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으려고 시멘트로 수로를 만든 곳이 많아 졌다. 여기에 또 강한 농약 살포가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우리가 먹고 살려고 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위안을 삼기에는 좀 씁쓸한 느낌이 든다. 어떤 지역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 이들의 이름을 크게 부르짖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많은 지역들이 지역 홍보와 생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특정 곤충 특히 깃대종을 브랜드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함평 나비축제와 무주 반딧불이축제다. 말 그대로 축제 기간에 수십만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루며, 그 곤충의 이름으로 지역의 명성을 지켜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조만간 아직도 물방개가 잘 살고 있는 청정지역이라고 알리면서 물방개 축제 소식이 들릴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넓적사슴벌레(Dorcus titanus castanicolor Motschulsky, 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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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적사슴벌레 수컷. 사슴벌레 중 마을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보던 종이다. 사진=자연과생태.


딱정벌레목에 속하고, 몸 길이는 수컷이 20~50㎜, 암컷은 20~35㎜이며 몸은 검은색으로 넓고 납작하다. 수컷의 큰 턱은 끝이 안쪽으로 구부러져 있으며, 큰 턱 안쪽에 톱날 같은 작은 돌기가 있다. 참나무가 있는 숲에서 관찰되며 성충은 나무의 진이나 잘 익은 과일을 먹는다.

비교적 크기가 큰 사슴벌레 종류에는 넓적사슴벌레, 왕사슴벌레, 사슴벌레, 톱사슴벌레 등이 있다. 그중에서 민가 근처에서 자주 보았던 것은 넓적사슴벌레다. 마을 주변 야산의 활엽수에서 자주 눈에 띄곤 했다.

 

어린 시절에 사내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사슴벌레 만한 것이 또 있었을까? 사내 아이들은 칼싸움이나 사슴벌레 싸움붙이기를 하며 놀았다. 아마도 아이들이 가지고 놀 만큼 주변에 사슴벌레는 흔했기 때문일 텐데 근래에는 관찰하기 어려워졌다.

이유가 뭘까? 성충과 유충의 주요 서식지인 참나무가 사라진 것이 원인일까? 특히 유충이 먹고 사는 죽은 참나무들이 없어져서가 아닐까? 근래 버섯 키우는 데 참나무를 쓰는데 민가 주변의 참나무들이 그처럼 다른 용도로 사라져 가기 때문인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분명히 산림 생태계에 인위적 변화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요즘 어린들에게 애완용 곤충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장수풍뎅이와 더불어 사슴벌레가 대표적인 애완 곤충이다. 이들의 유충이나 성충을 판매하는 곳도 많아졌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도 물고기 수족관 옆에 당당히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이들을 어린이들의 놀이거리인 상품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산책이나 등산하다 마주치는 정다운 이웃 같았으면 좋겠다. 

 

반딧불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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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반딧불이. 앞가슴 등판에 검은 세로줄이 있다. 사진=<자연과 생태>


우리에게 낯익은 반딧불이는 애반딧불이(Luciola lateralis Motshulsky, 1860), 운문산반딧불이(Luciola unmunsana Doi, 1931) 그리고 늦반딧불이(Lychnuris rufa (Olivier, 1790))가 있다.

 

애반딧불이(몸 길이: 7~10㎜)는 주황색 앞가슴 등판 중앙부에 세로로 검은 줄이 있고, 운문산반딧불이(10~14㎜)는 검은 줄이 없다. 늦반딧불이(몸길이: 15~18㎜)는 두 종과는 생김새가 확연히 다르다.

 

빛의 밝기로 보면 늦반딧불이가 가장 밝은 빛을 내며 그 다음으로 운문산반딧불이이며, 애반딧불이 불빛이 가장 약하다. 성충이 출현하는 시기는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대체로 운문산반딧불이가 가장 먼저 출현하며(5월 중순~6월 말), 애반딧불이(6월 중순~7월 중순), 늦반딧불이(8월 중순~9월 초)가 뒤를 잇는다.

 

생태적 특성을 마저 비교해 보자. 애반딧불이 유충은 논이나 물 흐름이 완만한 농수로 같은 곳에서 물달팽이, 다슬기 등을 먹고 사는 전형적인 수서생활 특성을 보이나, 운문산반딧불이나 늦반딧불이는 하천이나 수로 옆의 습한 지역에서 주로 육상 달팽이를 먹고 사는 습지성 생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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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달팽이를 잡아먹는 늦반딧불이 애벌레. 사진=<자연과 생태>.

형설지공, 우리 조상은 겨울에는 눈 빛, 여름에는 반딧불이 빛으로 공부했다고 한다. 어르신들 이야기를 들으면 여름밤에 반딧불이 비행 장면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장관이었다고 한다. 나는 군대 시절 피곤한 몸과 무거운 눈꺼풀을 힘겨워하며 야간 행군을 할 때 논두렁 옆 수풀에서 벌어진 반딧불이의 불빛 향연에 취해본 적이 있었다.

올해 무주군의 반딧불이(무주 일원 반딧불이와 그 먹이 서식지는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되어 있다.)를 조사할 기회가 있었다. 아직까지 적지 않은 반딧불이가 살고 있어 큰 위안이 되었다.

 

서식지 환경 조건에 따라 종이 다르고 관찰 시기에 따라 출현하는 반딧불이가 달랐다. 그 오묘한 자연의 섭리란! 빛은 짝을 찾는 아주 중요한 통신 수단인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그들만의 아지트에서 그들만의 시간대에 만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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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수놓은 늦반딧불이 불빛. 사진=<자연과 생태>.


일본에서는 반딧불이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자연환경의 건강성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되는 반딧불이를 자신이 사는 지역의 강이나 논에서 살 수 있도록 보전하는 노력과 사라진 반딧불이를 복원하려고 노력한다. 반딧불이가 우리 주변에서 날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인간과 비슷한 환경에서 사는 생물이 바로 반딧불이다. 인간이 떠난 곳에는 의외로 반딧불이가 번성하지 못한다. 인간이 만든 논이나 수로 같은 습지가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의 삶 주변에서 사는 생물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과 예전처럼 공존하는 방식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다.

 

조영복/ 한남대학교 자연사박물관 박사

 

■ 사슴벌레로 설명이 달렸던 첫 번째 사진은 장수풍뎅이므로 바로잡았습니다. 2012년 1월3일 18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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