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동물 떼죽음은 왜일까

조홍섭 2012. 01. 03
조회수 132429 추천수 0

미국 검정지빠귀 이어 노르웨이 청어 떼죽음, 종말 전조 억측 불러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해, 발생 시점도 모두 세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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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트롬 해안에서 떼죽음해 널려 있는 청어 떼. 사진=얀 페터 요르겐슨.

 

미국 아칸소에서 이태째 검정지빠귀가 죽어 길바닥에 즐비하게 깔린 데 이어 노르웨이 해변에서 청어가 떼죽음해 해변을 가득 덮은 모습이 보도되면서 새해 벽두부터 동물의 떼죽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발행부수가 많은 일간지 <닥블라데트> 온라인판은 2일 유명 관광지인 트롬스 해변의 청어 떼죽음 소식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 얀 페터 요르겐슨(44)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리당 100~150g쯤 되는 청어가 약 20t가량 해변에 죽어 널려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언론은 미국 아칸소 주 비비에서 약 100마리의 검정지빠귀가 죽은 채 도로와 정원 지붕 위 등에 떨어져 있는 것을 2일 보도한 바 있다. 이 마을에선 지난해 연말에도 수 천 마리의 검정지빠귀가 무더기로 죽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동물의 떼죽음은 발생 시점과 충격적인 모습 때문에 세계적 재앙의 조짐 또는 고대 마야인들이 예언한 세상 종말의 전조가 아니냐는 억측까지 낳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건 현장에서는 오히려 과학적인 원인 분석이 차분하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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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떼죽음 사고가 발생한 트롬스 위치(붉은 색).

 

젠스 크리스티안 홀스트 노르웨이 베르겐 해양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닥블라데트>와 회견에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른다”면서도 “일단 떠오르는 생각은 청어 떼가 천적에 쫓기거나 큰 파도에 떠밀려 해변에 쓸려와 죽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요르겐슨도 “떼죽음이 일어난 해안엔 기다란 곶이 바다로 뻗어 있고 그 뒤로 강이 흘러나가 무언가에 놀란 청어떼가 민물로 쫓겨가 질식할 수 있다”며 “1980년대에도 비슷한 일이 이곳에서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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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칸소에서 떼죽음한 검정지빠귀의 모습. 

 

지난해 수 천 마리의 검정지빠귀와 함께 물고기 떼죽음도 함께 일어나 큰 소동이 났던 아칸소에서는 새의 죽음 원인이 폭죽에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기니 포터 아칸소 주 야생동물 및 어류국 대변인은 <에이피>와의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사고는 새들의 잠자리에 새 해 맞이 폭죽이 잇따라 터져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며 “올해에도 검정지빠귀 잠자리에서 폭죽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잠을 자던 새들이 폭죽이 터지는 소리에 놀라 급히 날아가다 나뭇가지, 건물 등 장애물에 부닥쳐 숨졌다는 것이다.
 

노르웨이와 미국의 떼죽음이 새해 벽두에 보도됐지만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모두 1월1일이 아닌 12월31일이었다. 연말연시가 아니라면 묻혀버렸을 소식이 뉴스가 부족한 시점에 지나치게 부각돼 보도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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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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