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식민지에 미래가 있을까

조성화 2017. 02. 21
조회수 6019 추천수 0
영화로 환경읽기 17. <패신저스>
지구 안에서처럼 지구 밖에서 식민지 찾는 ‘병원체 문명’
아무리 발달한 첨단기술도 인간관계와 자연 제공 못 해

미래전쟁의 시작.JPG » 공상과학영화가 그리는 지구의 모습은 언젠가부터 푸르지 않다. 영화 <터미네이터-미래 전쟁의 시작>의 한 장면.

언제부턴가 공상과학영화 속 지구는 생기를 점차 잃고 죽어가는 행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2014년에 개봉해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지구는 모래 폭풍이 쉴 새 없이 몰려오는 황량한 곳이다. 봉준호 감독이 2013년에 제작한 영화 <설국열차> 속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얼음 행성이고, 2015년에 리메이크된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지구는 황량한 사막이 끝없이 이어지는 곳이다. 공상과학영화의 고전 격인 <터미네이터>에서도 지구는 전쟁으로 황폐해져 로봇이 장악해 버린 곳으로 그려진다. 이렇게 많은 공상과학영화에서 지구가 더는 푸르지 않다. 

05395531_P_0.JPG » 영화에서 지구는 종종 생기 없고 죽어가는 행성으로 묘사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한 장면.

공상과학영화는 개봉된 시점에서는 내용이 다소 엉뚱해 보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내용이 현실화되는 경우가 많다. 인류가 우주로 나가기 이전부터 이미 우주여행을 주제로 한 영화가 만들어졌고, 최근 실현되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이 영화에 등장한 것은 수십 년 전이다. 

다시 말해 공상과학영화는 현재의 첨단과학과 기술 요소에 감독의 상상력이 더해진 결과이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를 통해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대부분의 공상과학영화에서 지구가 매우 어둡게 묘사된다는 것을 우리는 조금 더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2016년에 개봉한 영화 <패신저스>에서도 ‘어두운 지구’ 컨셉트는 그대로 이어진다. <패신저스>는 지구를 떠나 외계의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 가는 우주 여행자들을 다룬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지구는 문명이 시작된 곳이긴 하지만 더는 인류가 거주하기에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지구를 떠나 외계의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게 되고, 다른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미지_패신저스02.jpg » 지난해 개봉된 영화 <패신저스> 포스터.

새로운 행성은 지구의 식민지

영화에는 식민지 행성 사업을 하는 기업이 등장한다. 이 기업은 인간의 생존 조건에 맞는 행성을 찾고, 이 행성에 이주할 사람들을 모집한다(그들이 이 새로운 행성을 “식민지(colony)"라고 부르는데, 보통 이곳은 인간이 살지 않았던 지구의 초기 모습인 푸른 자연을 갖추고 있다). 이주민은 냉동 상태로 우주선을 타고 100년이 넘는 시간을 거쳐 이 ‘식민지’로 이동한다.

이미지_패신저스03-1.jpg » 냉동 상태로 식민지 행성을 향해 120년간 날아가는 이주민들.
 
주목할 것은 이렇게 식민지 행성으로 떠나는 사람들은 많은 돈을 기업에 내야 하고, 새 행성에서 정착해 살아가는 내내 기업에 계속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식민지 사업을 통해서 기업은 엄청난 부를 쌓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새 행성이 지구와 같이 점차 쇠락해 가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설정은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던 18, 19세기의 식민지 시대를 연상케 한다. 당시 먼저 산업화가 진행된 서구 유럽 국가들에 의해서 식민지 건설 경쟁이 시작되었고,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식민지로 전락하였다. 서구 유럽인의 관점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는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었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삶과 자연이 파괴되었다.

이미지_패신저스04.jpg » 식민지 시대를 풍자하는 만화.

결국 <패신저스>의 설정은 지구 안에서 식민지를 넓혀왔던 인간의 방식을 지구 밖으로 확장하는 것이 된다. 이는 마치 숙주의 효용가치가 다하면 다른 숙주로 이동하는 병원체 같기도 하다. 지구라는 숙주에서 충분히 영양분을 흡수하고, 숙주가 건강을 잃자 건강한 새로운 숙주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다행히(?) 건강한 숙주 행성을 찾았고, 그 행성으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새로운 숙주를 찾지 못하면 결국 숙주든 병원체든 모두 죽게 된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지구 이외의 행성을 아직 찾지 못했다. 찾는다 하더라도 그 행성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몇 개의 여유 식민지 행성을 찾아 놓은 사람들처럼 행동한다. 

첨단과학과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성과 자연

영화 속 주인공은 식민지 행성으로 이동하던 중 시스템 고장으로 냉동 상태에서 혼자 깨어난다. 새로운 행성에 도착하려면 80년이 더 남은 시점이었고, 다시 냉동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주선에서 혼자 살다가 늙어 죽어야 하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이미지_패신저스05.jpg » 혼자 깨어난 주인공.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주선이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먹고, 자고, 운동하고, 놀며, 살아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의 형태를 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로봇들이 있어서 살아가는 데 특별한 불편함도 없다. 이 상황에서 주인공이 갖지 못한 것은 단 두 가지뿐인데, “사람”과 “자연(생명체)”이 바로 그것들이다. 주인공은 우주선에서 혼자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우주선 생활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고 만다. 

이미지_패신저스06-1.jpg » 사람과 자연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우주선.

우리는 의식주가 해결되면 살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밀치고, 다른 생명체를 억압하곤 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장면을 통해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자연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영화는 첨단과학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서 자연에서 멀어지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점점 깨지고 있는 우리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결국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식민지를 넓히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조성화/ 환경과교육연구소 대표, 수원시기후변화체험교육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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