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아재비는 왜 반짝이는 노란 꽃을 피울까

조홍섭 2017. 0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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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평평한 겉면이 거울처럼 빛 반사, 아래 녹말·공기층은 빛 산란

새·나비 무늬처럼 ‘박막 간섭 효과’ 이용 광택 내…식물 중 유일


Stan Shebs_Ranunculus_japonicus_7s.jpg » 광택이 있는 노란색이 특이한 미나리아재비 꽃. 꽃잎 속에 비밀이 있다. Stan Shebs, 위키미디어 코먼스


6월 개울가에 흔하게 피는 미나리아재비의 노란 꽃은 마치 꽃잎에 에나멜을 발라놓은 듯 반짝이는 밝은 노란색이어서 눈길을 끈다. 과학자들이 100년 넘게 그 이유를 궁금해 했는데 최근 그 수수께끼가 풀리고 있다.


카스퍼 반데르 쿠니 스위스 로잔대 생물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미나리아재비 꽃잎의 해부학적 구조를 조사하고 광학 모델을 이용해 해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왕립학회 인터페이스> 22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주사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조사해 보니 미나리아재비 꽃잎의 표면은 다른 꽃잎과 전혀 달랐다. 보통 꽃잎은 표면이 울퉁불퉁해 빛을 모든 방향으로 반사하지만 미나리아재비는 표면이 매끈매끈해 거울처럼 빛을 특정 방향으로 반사한다.


연구자들은 이 꽃잎 겉면은 국지적으로 매우 평평하고 세포 하나 두께로 얇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겉면 밑에는 녹말 세포층이 놓여있고 두 층 사이에는 공기층이 자리 잡았다. 


butter.jpg »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본 미나리아재비 꽃잎의 단면 모습과 구조. (a) 화살표는 평평한 얇은 겉면, 그 밑에 별표는 녹말층, 그 아래 있는 것은 잎살(m)이다. (b) 위로부터 겉면(박막), 녹말층, 잎살, 아래 겉면. 쿠이 외 <왕립학회 인터페이스>


먼저, 미나리아재비 꽃이 광택을 내는 이유는 얇은 막처럼 덮여 있는 겉면 때문이다.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고농도로 포함된 이 표면에 빛이 닿으면 푸른빛을 흡수하고 나머지 빛을 반사해 노란색으로 보인다. 


연구자들은 이 얇은 막이 ‘박막 간섭 효과’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빛이 얇은 막을 투과해 다른 재질의 물질 속으로 들어갔다 반사될 때 스펙트럼의 특정 파장 부위는 증폭하고 다른 부위는 감쇠시키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도로에 고인 빗물에 흘러든 기름이나 비눗방울 표면에 보이는 무늬가 그런 박막 간섭 효과의 예이다. 이 때문에 미나리아재비 꽃은 멀리서도 특정한 방향에서 보면 반짝이는 광택을 낸다고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밝혔다.


John_Dieselrainbows.jpg » 빗물 표면의 얇은 기름막이 만든 광택. 미나리아재비 꽃잎의 얇은 막은 기름막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John, 위키미디어 코먼스


꽃잎의 얇은 막을 투과한 빛은 지방층과 잎살 층에 부닥쳐 산란한다. 되 튕겨 나온 빛은 꽃잎 표면의 얇은 막에서 다시 한 번 걸러진다. 쿠니는 이런 현상을 두고 “얇은 막의 색소는 두 번 쓰인다. 한 번은 빛이 표면에 부닥칠 때 또 한 번은 꽃잎 속에서 산란해 나온 빛을 거르는 데 쓰인다”라고 온라인 과학지 <라이브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미나리아재비 꽃은 무광의 노란색을 나타내게 된다.


이처럼 박막 간섭 효과를 이용해 두드러진 색깔을 내는 사례는 새 깃털이나 나비 날개의 화려한 무늬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식물 가운데 이런 구조의 꽃잎이 있는 무리는 미나리아재비 말고 없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그렇다면 왜 미나리아재비는 유독 이런 광택을 내는 쪽으로 진화한 것일까. 연구자들은 광택에 두 가지 기능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먼저 반짝이는 빛은 멀리서도 곤충의 눈길을 끌어 꽃가루받이를 유리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두 번째는 가열 효과이다. 미나리아재비 꽃은 접시 안테나 모양으로 생겨 반사된 적외선과 빛이 꽃 중심부의 생식기관에 모이게 돼 있다. 주변보다 몇도 온도가 높은 덕분에 꽃가루와 씨앗의 성숙이 빨라지고 곤충을 유인하는 효과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05533673_P_0.JPG » 미나리아재비과 봄꽃인 복수초. 꽃잎이 밝은 광택을 내지만 내부 구조가 어떤지는 밝혀진 바 없다. 김진수 기자


꽃잎에 광택이 있는 식물은 대부분 미나리아재비속에 포함된다. 이 속에는 세계적으로 500종 이상이 있다. 


한편, 우리나라 봄꽃 가운데 가장 먼저 피는 미나리아재비과 식물인 복수초와 늦은 봄에 피는 동의나물도 광택을 내는 노란 꽃을 피운다. 그러나 이들도 이번 연구의 대상인 유럽 미나리아재비와 같은 원리로 독특한 색깔을 내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an der Kooi CJ, Elzenga JTM, Dijksterhuis J, Stavenga DG. 2017 Functional optics of glossy buttercup flowers.

J. R. Soc. Interface 14: 20160933. http://dx.doi.org/10.1098/rsif.2016.093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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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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