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상징 참수리 머리에 웬 물새 댕기깃?

윤순영 2017. 03. 08
조회수 6210 추천수 1
수리류 뒷머리엔 댕기깃 없고 비오리, 해오라기 등에나 있어
2005년 독수리서 참수리 바꾼 문양 실제 모습과 많이 달라

c1.jpg » 참수리의 다앙한 모습. 경찰 상징 문양에서는 뒷머리에 댕기 깃을 달아 실제와 다른 느낌을 준다.

창설 60돌을 맞은 경찰은 2005년 경찰의 상징을 기존의 독수리에서 참수리로 바꿨다. 썩은 고기를 먹는 독수리보다는 최고의 사냥꾼인 참수리가 경찰의 이미지에 맞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참수리의 모습을 형상화한 상징물은 경찰관의 모자를 비롯한 가슴이나 어깨, 차량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날개 위의 저울은 법 앞에 평등을 상징하고 발톱으로 움켜쥔 무궁화는 국가와 국민을 상징한다.

c2.jpg » 경찰이 형상화해 사용하고 있는 참수리의 모습.

c3.jpg » 참수리는 어깨와 다리, 꼬리에 흰색 깃털이 있어 다른 수리들과 구별된다.

참수리는 매우 신중하여 함부로 움직이지 않으며, 굉장히 용맹하다. 특히 사냥을 위해 하루 종일 자리를 뜨지 않고 기다리며 사냥감이 눈에 들어오면 정확하게 낚아챈다. 4km 밖에 있는 사냥감도 단번에 날아가 망설임 없이 채는 모습은 신기에 가까울 정도다. 

잡은 먹이를 다른 맹금류에게 뺏기는 일도 없다. 발차기 기술이 뛰어나며 흰꼬리수리 여러 마리의 집단 공격도 몸을 사리지 않고 거뜬하게 막아내는 타고난 싸움꾼이다. 참수리는 하늘의 제왕으로, 또 경찰의 상징으로 손색이 없다.

c4.jpg » 참수리(왼쪽)가 흰꼬리수리를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c5.jpg » 여러 마리의 흰꼬리수리가 참수리를 공격하지만 대담한 모습으로 당당히 앉아 있다.

이처럼 참수리가 우리나라 경찰의 상징으로 부족함이 없지만 형태는 직감적으로 어색하다. 머리 뒤에 그려넣은 댕기 깃 탓이다. 어차피 형상화란 어떤 소재를 작가가 예술적으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또 만든 지도 10년이 넘어 정색하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그렇다. 하지만 이상한 건 분명해 누군가 한 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어 보인다.

c6.jpg » 믿음직한 참수리의 육중한 모습.

참수리 특징적인 머리 모양은 없어지고 참수리 뒷머리에 부리 크기 만한 댕기 깃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이름 없는 새가 되었다. 서울경찰의 블로그를 보면, 이렇게 그린 설명이 나와 있다. "머리위에는 깃털을 세워 언제나 날렵한 참수리의 이미지를 강조함으로써 국민의 요구에 언제나 신속히 대응하는 경찰의 준비된 자세를 표현하였습니다."

바람을 가르며 날면서 깃털이 휘날리는 것을 표현했다는 얘기다. 예술가의 창작 의도는 이해가 간다. 문제는 결과물이 새를 사랑하는 사람이 보기에는 영 어색하다는 것이다. 

크기변환__DSC1634.jpg » 뒷머리에 난 댕기 깃이 특징인 물새인 댕기물떼새.

댕기깃1s.jpg » 댕기 깃이 뚜렷한 물새인 뿔논병아리. 김진수 기자

크기변환_YSY_0209.jpg » 희귀한 겨울철새인 호사비오리도 뒷머리에 댕기 깃이 있다.

수리과의 새들 가운데 이런 댕기 깃이 난 것은 없다. 댕기물떼새, 비오리, 백로, 해오라기 같은 물새 또는 여름철새인 후투티나 멧새, 홍여새 등에서 댕기 깃을 볼 수 있다. 예술가의 창조적 변형은 좋지만, 그렇더라도 새의 특징을 왜곡해 그 새를 떠오르게 하지 않는다면 곤란하다.

c7.jpg » 사냥감을 노리는 참수리의 눈이 한곳에 고정하고 있다.

c8.jpg » 참수리의 부리는 다른 수리들에 비해 크고 두툼한 것이 특징적이다.

지난해 경찰 제복은 8번째로 바뀌었다. 때가 잘 타는 이전 근무복의 단점을 보완하고 외근에 적합하도록 구김이 덜 가고 통풍성과 신축성이 뛰어난 소재를 사용했다고 한. 국민 안전의 보호자이자 법 집행기관으로서 경찰의 신뢰성을 부각하고 미래지향적인 상징성을 구현했다고 한다.

c9.jpg » 참수리는 정확한 사냥솜씨는 거의 실패가 없다.
 
c10.jpg » 참수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한치 흔들림이 없다.

경찰 참수리 문양이 하루빨리 제 모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수리를 잘 알지 못하는 국민은 참수리에 오리나 해오라기처럼 댕기 깃이 있는 줄 알 것 아닌가. 

글·사진 윤순영/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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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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