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가로축’ DMZ일대 곳곳 토막 ‘생태계 분단’
녹색연합 실태보고서
19개 도로 관통, 13㎞마다 잘려 난개발 징후 확인
환경영향평가 등도 없이 길 내…불법개간도 잦아
국토의 핵심 생태축을 이루는 비무장지대 일원이 무려 19개의 도로에 의해 분단돼 생태계 단절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은 2006~2007년 동안 현지조사를 통해 25일 발간한 비무장지대 일원 환경실태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비무장지대는 한반도 중부지역 248㎞가 동서로 끊이지 않고 연결된 생태계로서, 한반도의 세로축인 백두대간과 함께 가로축을 형성하는 핵심 생태축이다.
보고서를 보면,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포장도로는 판문점을 지나는 기존 국도 1호선과 2000년 남북정상회담 결과 복원된 경의선과 동해선 등 3개이다.
여기에 앞으로 남북협상과 경협의 진전에 따라 비무장지대를 관통할 남북 연결도로로 검토되고 있는 곳은 강원도 철원군의 국도 3호선 등 6곳에 이른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민통선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경기도 파주의 장단반도에서 동해안의 강원도 고성까지 모두 19개의 도로가 민통선을 관통하고 있다.(그림 참조) 민통선 안쪽에 13㎞마다 도로가 지나가 생태계 단절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강원도 양구 을지전망대 주변도로는 양구군청이 무리하게 도로를 건설한 뒤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절개지 붕괴로 인한 재해위험과 산림훼손이 심각한 상태라고 녹색연합은 밝혔다.
이들 도로는 2차선 아스콘 포장도로이고 불필요하게 도로 폭이 넓은데다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고 건설된 것이 대부분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군사지역이어서 사전환경성검토나 환경영향평가 등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비무장지대 철책선까지 연결된 민통선 관통도로들은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관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환경진단과 저감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비무장지대 일원을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등으로 지정한다면 비무장지대는 핵심지역, 그 외곽의 민통선 안쪽은 완충·전이지역이 되기 때문에 비무장지대를 위해서도 민통선의 도로대책에 특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은 "생태축 단절을 피하기 위해 장차 지하터널로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도로를 연구할 만하다"며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길이 4㎞의 지하도로를 뚫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영농자에 의한 불법개간도 중서부 민통선 지역의 습지파괴, 외래종 유입, 산림훼손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경기도 파주시에서는 업자들이 민통선 안에 굴삭기와 지뢰제거장비를 반입해 농지를 개간한 다음 지역 농민에게 경작권을 파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 출입영농증을 받은 뒤 군부대의 감시를 피해 허가 없이 산을 개간해 인삼이나 콩을 재배하는 일도 잦다. 이런 불법영농은 감시체계가 없는데다 일단 작물을 심으면 수확 때까지 통제할 수단이 없어 갈수록 늘어나는 형편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경기도 연천군 민통선 지역에서는 산지를 율무밭으로 불법개간하는 사례가 많고, 강원도 철원군에서도 과도한 농지개간이 습지를 훼손해 두루미가 찾는 천통리 철새도래지가 원래 모습을 잃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일반행정의 사각지대인 비무장지대 일원에서 생태가치가 파악되기도 전에 난개발의 초기 징후가 확인되고 있다"며 정부에 지적 현황 등 행정조사와 비무장지대 생태조사 실시, 친환경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지원 등을 촉구했다.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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