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만의 200만 마리 쥐 사상 최대 박멸작전

조홍섭 2011. 05. 11
조회수 28603 추천수 0

 helicoper.jpg

 ▲ 쥐약을 싣는 헬기. 사우스 조지아 섬에는 2대의 헬기가 한 달 동안 50t의 쥐약을 살포했다.


“200년 만에 처음으로 안심하고 둥지를 틀었어요.”

만일 남대서양에 사는 새들이 말을 한다면 이렇게 입을 열었을 것이다.

알바트로스, 펭귄, 바다제비 등 바다새 새끼 수백만 마리가 해마다 그만한 숫자의 집쥐들에 잡아먹혔다. 그러나 쥐들의 잔치에 올 봄부터 중대한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쥐 퇴치 사업이 영국령 사우스 조지아 섬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view1.JPG

사우스 조지아 섬 전경. 18세기 말부터 물개, 고래 잡이 배가 드나들면서 집쥐를 옮겨왔다

. 

남미 끄트머리에서 약 2000㎞ 떨어진 대서양의 제법 큰 외딴 섬인 사우스 조지아는 물고기가 많은 풍요로운 곳이었다. 수많은 새와 물개, 고래가 이곳에 모여들었다.

1775년 제임스 쿡이 발견한 이래 1700년대 말~1800년대 초에 걸쳐 영국과 미국의 물개잡이 어선이 처음 진출했고 고래잡이 어선이 뒤를 이었다.

사람들이 들락거리면서 집쥐들이 배의 로프를 타고, 또는 난파한 배에서 헤엄쳐 섬에 정착했다. 쥐들은 곧 엄청난 먹잇감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챘다.

 

 albatros.JPG  pipit.JPG

▲사우스 조지아 섬에 둥지를 튼 알바트로스(왼쪽)과 사우스 조지아 논종다리.

 

사우스 조지아 섬은 현재도 세계 최대 규모의 바다새 서식지이다. 새들은 바다에서 먹이를 찾지만 알은 육지에서 낳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남극에 가까운 기후 조건 때문에 섬에는 나무 한 그루 없다. 새들은 땅 위나 땅 속에 둥지를 만들어 번식했다. 이들은 처음 보는 쥐를 피할 줄도 모르고, 또 피할 곳도 없다.

이 섬에 서식하는 새는 모두 29종이며 이 가운데는 사우스 조지아 논종다리와 사우스 조지아 고방오리처럼 세계적으로 희귀한 새들도 포함돼 있다.

쥐 피해는 일상적으로 계속됐지만, 기후변화는 과학자들이 더는 지체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을 초래했다. 기온이 오르면서 섬을 몇 개로 나누던 빙하가 점차 녹아 천연의 차단벽이 사라져 국지적이던 쥐 피해가 섬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glacier.JPG

사우스 조지아 섬의 쥐 확산을 막아주는 천연 방벽인 빙하. 기후변화로 녹고 있다. 

 

환경보호단체인 사우스 조지아 헤리티지 트러스트는 섬 당국의 허가를 받아 바다새 서식지 복원 프로젝트를 출범시키고 지난 3월 1단계 사업을 벌였다.

총 면적 8만㏊인 섬의 13%에 28일 동안 헬기 2대가 50t의 쥐약이 묻은 펠릿을 살포했다. 단 한 마리의 쥐도 남김없이 죽이기 위해 1㏊당 2㎏의 쥐약을 뿌렸다.

쥐약 성분은 브로디파쿰으로 내출혈과 장기 기능 마비를 일으킨다. 쥐는 자연먹이보다 이 펠릿을 더 좋아한다. 또 빛을 무서워하게 만들기 때문에 쥐약을 먹은 쥐는 대개 굴속에서 죽게 된다.

과학자들은 생태계에 끼칠 부작용도 평가했다. 약 성분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식수원 오염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쥐약이나 죽은 쥐를 먹을 가능성이 있는 오리, 스쿠아, 갈매기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기로 했다.

 

rat.JPG

밧줄을 타고 배에서 탈출하는 집쥐.

 

쥐 퇴치 사업은 오는 2015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사업 책임자인 토니 마틴 영국 던디대 교수는 사우스 조지아 헤리티지 트러스트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1단계 사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새들은 200년 만에 처음으로 쥐 없는 세상에서 안심하고 둥지를 틀었다”고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수중 ‘밑밥 캠’ 1만5천대 깔았는데 “상어가 안보인다”수중 ‘밑밥 캠’ 1만5천대 깔았는데 “상어가 안보인다”

    조홍섭 | 2020. 08. 03

    세계 58개국 대규모 조사, 19%서 암초상어 관찰 못 해 산호초에서 평생 살거나 주기적으로 들르는 암초상어는 지역주민의 소중한 식량자원일 뿐 아니라 다이버의 볼거리, 산호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실태...

  • 바다거북은 엉성한 ‘내비' 의존해 대양섬 찾는다바다거북은 엉성한 ‘내비' 의존해 대양섬 찾는다

    조홍섭 | 2020. 07. 30

    “여기가 아닌가 벼”…때론 수백㎞ 지나쳤다 방향 돌리기도 아무런 지형지물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바다거북이 어떻게 자신이 태어난 해변과 종종 수천㎞ 떨어진 먹이터를 이동하는지는 찰스 다윈 이래 오랜 수수께끼였다. 위성추적장치를 이용한 연구 ...

  • 파리지옥 풀은 어떻게 파리를 알아볼까파리지옥 풀은 어떻게 파리를 알아볼까

    조홍섭 | 2020. 07. 27

    30초 안 감각털 2번 건드리면 ‘철컥’…1번 만에 닫히는 예외 밝혀져 찰스 다윈은 파리지옥을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식물”이라고 했다. 세계에 분포하는 식충식물 600여 종 대부분이 먹이를 함정에 빠뜨리는 수동적 방식인데 파리지옥은 유일하게 ...

  • 날개 치지 않고 5시간, 콘도르의 고효율 비행날개 치지 않고 5시간, 콘도르의 고효율 비행

    조홍섭 | 2020. 07. 23

    전체 비행시간의 1%만 날개 ‘퍼덕’…상승기류 타고 비상·활공 독수리나 솔개 같은 맹금류는 상승기류를 탄 채 날개 한 번 퍼덕이지 않고 멋지게 비행한다. 그렇다면 날개를 펴면 길이 3m에 몸무게 15㎏으로 나는 새 가운데 가장 큰 안데스콘도르...

  • 사람도 ‘귀 쫑긋’ 개·고양이와 마찬가지사람도 ‘귀 쫑긋’ 개·고양이와 마찬가지

    조홍섭 | 2020. 07. 17

    귀 근육 신경반응과 미미한 움직임 확인…새로운 보청기에 응용 가능 개나 고양이가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려면 귀가 어느 쪽을 향하는지 보면 된다. 낯설거나 큰 소리, 중요한 소리가 들리면 동물의 귀는 저절로 그리로 향하고 쫑긋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