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뱀은 쥐의 마지막 심장박동까지 센다
먹이 감기는 평소보다 에너지 7배 소모, 심장박동 감지해 푸는 시점 결정
도마뱀 사냥, 몸통 이동의 진화적 흔적인 듯…다른 뱀도 마찬가지 가능성
▲인공심장을 단 쥐를 휘감은 보아. 사진=스콧 보백.
이로 문 뒤 먹이를 칭칭 감아 질식시켜 머리부터 삼키는 뱀의 사냥술은 다른 어떤 포식자도 흉내 내지 못하는 뱀만의 기술이다. 특히 보아 뱀, 비단뱀 같은 대형 뱀은 큰 먹이도 가공할 만한 근육으로 감아 서서히 죽음에 몰아넣는다.
하지만 조이는 과정에는 평소보다 7배나 에너지가 많이 든다. 또 조이기는 보아의 경우 9~16분이나 계속돼 먹이가 언제 질식해 반격이나 도망을 하지 못하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된다. 먹이를 통째로 삼키는 뱀에게 너무 오래 조여 먹이가 으깨지는 것은 걱정거리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낭비되는 에너지는 막아야 하는 것이다.
미국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보아가 먹이의 심장박동을 감지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으며, 이 신호에 따라 죄는 압력과 시간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아는 아마존 등 아메리카에 사는 길이가 4m에 이르는 대형 뱀으로 독은 없지만 강력한 조이기로 유명하며, 쥐와 도마뱀, 새는 물론이고 멧돼지 등 포유류까지 잡아먹는다.
▲조르기의 명수 보아. 아메리카 원산이다. 사진=스콧 보백.
스콧 보백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디킨슨 캠퍼스 박사 등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 18일치 온라인 판에 실린 논문에서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인공심장을 갓 죽은 쥐 몸 속에 설치하고 심장박동을 조절해 가며 보아가 조이는 압력, 시간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심장이 박동하는 쥐일수록 보아는 더 강하고 오랫동안 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이 뛰지 않는 쥐는 평균 12분 동안 감았지만 심장이 뛰는 쥐는 그 2배 가까운 22분 동안 휘감았고, 계속 감는 자세를 고쳐가면서 압박 강도를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보아가 심장이 뛰는 쥐에게 가한 압력을 모두 합치면 무려 132기압에 이르렀다. 심장 박동을 약 10분 뒤 멈췄더니 보아는 조이는 강도를 느슨하게 하다 곧 풀었다.
사육장에서 태어나 한 번도 산 먹이를 먹어보지 않은 뱀도 이 심장박동 실험에서 조이는 강도를 변화시켰다. 이런 반응이 선천적임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 야생 뱀이 사육 뱀보다 먹이를 더 강하고 오래 감는 것으로 나타나, 뱀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감는 능력을, 배워가면서 개선해 더 효율적인 포식자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논문은 밝혔다.
▲심장 박동 지속 시간에 따른 보아의 감는 시간 비교. 가로축은 시간(분), 세로축은 압력(mmHg)이다. (a)계속 박동 (B)박동 안 함 (C)10분간만 박동. 그림=<바이올로지 레터스>.
새나 포유류 등 항온동물은 산소 요구량이 많아 몇 분이면 질식사하는데도 보아가 20분 이상 힘든 조이기를 계속한 데 대해 연구진은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뱀이 그만큼 심장 박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인데, 이는 오랜 옛날 변온동물인 도마뱀 등을 잡아먹던 때 진화시킨 능력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구아나는 물속에서 4시간 반 동안 잠수할 수 있는데, 이때는 5분에 한 번만 심장이 뛴다. 도마뱀, 악어, 뱀 등은 산소가 없는 상황에서도 한 시간 반까지 살아남는다. 따라서 대형 변온동물을 잡아먹던 뱀의 조상은 먹이의 움직임보다 심장박동을 통해 죽음을 확인해야 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이런 예민한 감각은 아마도 뱀이 발을 버리고 몸통으로 이동하면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발 없이 육상을 이동하려면 배 표면 여러 곳에 무게를 정교하게 분산하는 예민한 감지력을 발달시켜야 한다.
이 논문은 이런 진화적인 배경에 비추어 “보아 이외의 다른 뱀에게도 (먹이의 심장박동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의 원문 정보
Snake modulates constriction in response to prey‘s heartbeat
Scott M. Boback, Allison E. Hall, Katelyn J. McCann, Amanda W. Hayes, Jeffrey S. Forrester and
Charles F. Zwemer
Biol. Lett. published online 18 January 2012 doi: 10.1098/rsbl.2011.1105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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