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뛰어난 미래 AI는 왜 인간이 될 수 없나

권혜선 2017. 04. 19
조회수 4485 추천수 1
영화로 환경읽기 19. <공각기동대>
육체와 정신이 상호작용해야 인간, 심신이원론과 인간중심주의 파탄
기술발달로 인간과 기계 경계 불분명해질수록 '인간은 무엇인가' 질문 나와

scarlett_johansson_ghost_in_the_shell-wide.jpg » 일본 만화 <공각기동대>가 루퍼트 샌더슨 감독의 실사 영화로 최근 개봉됐다. 이 영화는 로봇과 인공지능 등 첨단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이 제기되는 상황을 그렸다.

1995년, 애니메이션 한 편이 개봉되었다. 뛰어난 영상과 함께 인간과 생명, 실존 등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과 대담한 답을 담아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이 애니메이션은 ‘사이버 펑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마니아 팬 층을 형성하였으며, 영화 <매트리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본 만화 <공각기동대>를 원작으로 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 얘기다. 그리고 최근 이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동명의 실사 영화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가 개봉되었다(루퍼트 샌더슨 감독). 

이미지 1.jpg »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왼쪽)와 루퍼트 샌더슨 감독의 영화 <공각기동대>(오른쪽)

영화의 배경은 2029년, 과학 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가까운 미래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층 빌딩 사이 고가도로 위에는 자동으로 운행되는 자동차가 줄지어 있으며, 도시 곳곳에는 건물보다 큰 홀로그램 입체 광고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건강한 아이를 낳으라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기계는 인간의 일상생활에 매우 깊숙한 곳까지 퍼져 있다.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일은 정밀한 로봇과 인공지능(AI) 등이 대신하며, 많은 사람이 신체의 일부를 기계화한 의체를 가지고 있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불분명하며, 모든 것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이미지 2.jpg » 과학과 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2029년의 모습.

영화의 주인공 메이저(스칼렛 요한슨 역)는 뇌를 제외한 모든 것이 의체(로봇)인 사이보그이다. ‘섹션 9’라는 특수 부대에서 강력 범죄와 테러 사건을 담당하는 그녀는 과거 테러를 당해 뇌만 살아남았으며, 이 뇌를 전신 의체에 성공적으로 연결한 제1호 ‘미래형 인간’으로 알려져 있다. 
  
메이저는 팔이나 다리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도 육체적 고통이나 심리적 상실을 느끼지 않으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이 아닌 배터리가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로봇이 아닌 인간으로 대접 받는다. 
  
그 이유는 그녀가 인간의 육체는 없지만 인간의 뇌를 가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로봇에 없는 ‘고스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전신이 기계임에도 ‘고스트’가 있어 인간이며, 로봇과 다른 인간으로서의 자부심이 있다. 

이미지 3.jpg » 메이저는 뇌를 제외한 모든 것이 기계이지만, 고스트가 있어 인간이다.

하지만 메이저는 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어느 날 그녀는 길거리의 한 매춘부를 찾아 의체가 아닌 인간이냐고 묻는다(영화 속에서는 겉모습만으로는 의체와 육체를 구분할 수 없으며, 의체가 없는 온전한 생물학적 육체를 가진 인간을 찾기도 어렵다). 그리고 온전한 육체를 가진 매춘부에게 화장을 지우고 맨얼굴을 보여 달라고 요청한 후, 그녀의 맨얼굴을 만진다. 매춘부는 메이저에게 질문한다. “넌 누구야?”
  
영화에는 수시로 ‘너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처럼 정체성과 관련한 질문이 등장한다. 정체성의 혼란은 메이저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의 물리적 육체는 쉽게 다른 것으로 바뀔 수 있으므로, 눈에 보이는 껍질(shell)을 ‘나’ 또는 ‘그 사람’, ‘그것’과 쉽게 동일시할 수 없다. 육체는 언제나 대체 가능하므로 사람들은 더욱 ‘고스트’와 ‘기억’에 집착한다. 

이미지 4.png » 온전한 육체를 가진 매춘부의 맨얼굴을 만져보는 메이저.

육체와 정신이 분리된 세계

영화는 ‘고스트’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흔히 육체와 반대의 속성을 지닌다고 말하는 정신, 이성, 마음, 영혼 등을 총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가 사는 곳은 정신과 육체가 완전히 분리된 극도의 이분법적 세계이다. 
  
이처럼 정신과 육체를 구분하고 육체보다 정신을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보는 것, 육체를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보는 것은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이 주장한 이데아론과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을 남긴 데카르트의 관념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플라톤과 데카르트 등으로 대표되는 서양의 전통 철학 사상인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은 현재 우리의 생활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육체를 사용하는 노동직보다 머리를 사용하는 사무직을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기계의 구조를 살펴보듯 몸속을 자세히 살펴보고, 아픈 부위를 도려내거나 같은 기능의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이미지 5-1.jpg » 데카르트는 인간의 육체를 운동을 하는 사물, 하나의 연장으로 보았다.

이미지 5-2.jpg » 데카르트가 몸과 정신의 이원구조를 그린 삽화. 데카르트는 외부 정보는 뇌의 감각기관에 전달된 뒤 비물질적인 영혼으로 옮겨간다고 보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육체와 정신의 구분과 차별은 자연에도 적용된다. 우리는 물질과 육체가 충만한 자연을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원 창고 정도로 여기며, 우리의 필요와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거나 변형시키는 것에 매우 익숙하다. 때로 자연의 파괴가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바로 인간이 피해를 입는 경우이다. 
  
우리가 거리낌이나 죄책감 없이 자연을 마구 개발하고 사용하는 것은 심신이원론에 기초하여 이성을 가진 인간만이 내재적 가치를 지니며, 환경은 인간을 위한 도구적 가치를 지닌다는 인간중심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자연적 존재는 더러운 골목의 떠돌이 개, 매춘부, 도시 변두리의 좁고 허름한 아파트에 사는 모토코(과거의 메이저)의 엄마와 그녀가 키우는 작은 화분 등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도 아무렇지도 않은 존재, 중요하지 않은 소외된 약자로 표현된다. 또 잘 등장하지도 않는다. 
  
영화 <공각기동대>는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며 정신에 최상위 가치를 부여한 극도의 이분법적 세계 속에서, 육체와 정신의 분리에 대해 그리고 정신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다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육체와 정신은 분리되며, 정신은 육체와 달리 대체 불가능한 무엇일까? 

메이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의 목 뒤에는 네 개의 접속 단자가 있다. 이 접속 단자는 고스트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사람들은 이 연결 장치를 통해 자신의 고스트를 컴퓨터나 로봇의 프로그램, 또는 다른 사람의 고스트에 접속시켜 정보를 수집하거나 프로그램을 조작한다(이를 전뇌화라고 한다). 또 같은 방법으로 외부의 프로그램에서도 인간의 고스트에 직접 접속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의 기억이나 생각을 낱낱이 파악하고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영화는 목 뒤의 접속 단자를 통해 물리적 육체와 대비되는 고스트가 오히려 물리적 장치를 통해 외부와 연결되며, 외부의 영향을 받아 쉽게 변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메이저나 영화 중반에 등장하는 청소부는 모두 외부에서 조작한 기억, 조작된 고스트를 가지고 살고 있었다. 

이미지 6.jpg » 목 뒤의 연결선을 통해 서로의 고스트에 연결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터넷이 아닌 거대한 고스트 네트워크를 만들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는 물리적인 육체를 통해 외부 세상을 경험하고 알아간다. 각 개인은 각자의 육체를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기억하며, 이것이 쌓여 각자의 의미와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즉 우리는 물리적 육체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며, 또 물리적 육체를 통해 우리의 정신과 정체성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메를로 퐁티는 몸과 세계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며 “나는 곧 몸이며, 나의 몸은 세계를 지향하고 세계와 부단히 소통하면서 세계의 다양한 의미로 충전되어 있다. 몸은 욕망의 덩어리나 물질이 아니라 세계를 향한 지향성”이라고 하였다. 
나의 육체가 지금의 육체와 다르다면 나의 정신 역시 지금의 정신과 다를 수밖에 없다. 영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육체를 기계에, 인간의 정신을 기계의 프로그램에 직접 대입하며, 육체와 기계의 경계가 불분명할 때 인간의 정신과 기계의 프로그램의 경계 역시 불분명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육체와 달리 정신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가?

영화 <공각기동대>에서 메이저와 동료들이 추적하는 범인인 ‘인형사’는 메이저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뇌와 전신 의체를 가진 사이보그이자 인간이었으며, 모토코(과거의 메이저)의 연인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메이저에게 영원히 네 곁에 있겠다는 달콤하지만 모호한 말을 하며 최후를 맞이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인형사’는 인간의 정신을 따라 만든 프로그램이다. 그는 한 번도 인간이었던 적이 없었음에도 자신이 하나의 생명체임을 주장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인간의 디엔에이(DNA) 역시 자기 보존을 위한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 생명이란 정보의 흐름 속에서 태어난 결절점 같은 것이다. 종으로서의 생명은 유전자란 기억 시스템을 가지며, 사람은 단지 기억에 의해 개인일 수 있다. 설령 기억이 환상의 동의어였다고 해도 사람은 기억에 의해 사는 법이다. 컴퓨터의 보급이 기억의 외부화를 가능하게 했을 때, 당신들은 그 의미를 더 진지하게 생각했어야 했다.”

이미지 7.jpg » 프로그램 ‘인형사’(가운데)는 부서진 기계 속에서 인간처럼 사고하고 기억하는 자신이 하나의 새로운 생명체임을 주장하였다.

<공각기동대>는 ‘인간의 육체와 기계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인간은 여전히 인간일 수 있는가?’ 라고 묻는다. 만약 육체가 아닌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라고 대답을 한다면, ‘인간처럼 사고하고 기억하며 학습하고 결정하는 프로그램은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가?’ 라고 질문한다.   
  
우리가 자연을 우리의 필요와 입맛에 따라 마음껏 그리고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인간이 지닌 이성과 같은 지적 능력에 가치와 도덕적 지위를 부여하였기 때문이다. 동물은 인간처럼 살아 움직이고 고통과 기쁨 등의 감정을 느끼지만, 이성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또는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인간으로부터 혹독한 환경에서 잔인하게 사육당하며 물건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이러한 논리와 태도라면, 먼 미래 혹은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정신과 다를 것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고 성장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을 때,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인간과 마찬가지로 존엄한 가치가 있는 존재로 대우해야 한다. 
  
또 만약 이 프로그램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훨씬 뛰어 넘는다면, 자연의 비루한 육체와 동물의 감정까지 가지고 있는 인간은 이 프로그램을 인간보다 더 가치 있는 존재로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자연적 물질과 육체가 충만한 자연 속에서 인간은 이성을 근거로 스스로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성이 극도로 발달한 세계에서 오히려 인간은 길을 잃을 수 있는 아이러니함을 영화는 보여준다. 
  
물론 <공각기동대>는 극도의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이야기로 현실성이 매우 낮다 (개인적으로 낮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학습해 의식조차 어려운 육체와 정신의 이원론과, 이를 기초로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간중심적인 관점이 과연 옳으며 좋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깊게 고민하고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우리의 특별한 이성을 이용해서 말이다.   

권혜선/ 환경과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단대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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