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사진가의 예의-기다림과 배려

윤순영 2017. 05.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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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사진에 먕원렌즈와 위장막은 필수, 새의 처지에서 생각하자

탐조 때도 튀는 옷 삼가고 훔쳐보는 자세 피해야 덜 놀라


크기변환_DSC_8073.jpg » 망원렌즈와 위장막은 새를 촬영할 때 꼭 필요한 장비이다. 새를 놀라게 하지 않고 오래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엔  새와 꽃을 사랑하는 사람보다 디지털카메라가 훨씬 빨리 늘어났다. 새와 꽃을 촬영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들 가운데 잘 몰라서 또는 더 좋은 사진을 찍으려고 동물을 학대하거나 식물을 훼손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새들이 번식하고 산과 들에 꽃들이 만발하는 계절을 맞아 자연을 촬영하는 예절에 대해 알아본다.


먼저 나쁜 촬영 사례를 알아본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진이지만 따라 해서는 안 될 보기로서 다시 한번 살펴보자.


크기변환_YSJ_9251.jpg » 잘라진 가지위에 훤히 들어난 긴꼬리딱새 둥지, 알을 품고 기르는 동안 외부로 노출되어 천적의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어미가 불안하게 알을 품고 있다. 긴꼬리딱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크기변환_2015_06_13.JPG »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시야를 가리는 둥지 위 나뭇가지를 모두 제거했다. 맹금류 등 천적에게 먹이가 여기 있다고 알리는 셈이 됐다. 백로 새끼는 불안에 떨고 있다.


크기변환_8.jpg » 어미도 앉기 불편할 만큼 굵은 배롱나무 가지에 새끼들이 나란히 앉아 있다. 날지 못하는 새끼를 둥지에서 꺼내 일렬로 앉힌 것 같다. 보통 때라면 먹이를 가져온 어미에게 서로 먼저 달라고 아우성을 쳤을 오목눈이 새끼들이 사람 손에 시달려서인지 먹이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인다. 사진 출처: 사진 출처: <한국사진방송> 갤러리


크기변환_5.jpg » 솜털이 아직 가시지 않아 둥지에 있어야 할 새끼들이 둥지 밖 나뭇가지에 나란히 서 먹이를 보채고 있다. 영문도 모른 채 '유괴'되어 끌려나온 혐의가 짙다. 지나친 후처리로 인해 구분하기 어렵지만 노랑할미새로 추정된다. 앞의 사진가 작품의 하나이다. 사진 출처: <한국사진방송> 갤러리


올바른 새 사진 찍기


새 사진을 촬영하는 데는 기본 원칙이 있다. 나약한 야생생물들은 항상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특히 새는 예민한  동물이다. 따라서 사냥을 하거나 새끼를 기르는 등 새들의 자연스런 모습을 찍으려면 새를 놀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크기변환_DSC_9394.jpg » 물가에 앉아 호반새가 여유롭게 쉬고 있다. 큰 주황색부리가 인상적이다.


크기변환_DSC_11[1].jpg » 물총새가 사냥감을 물고 물 밖으로 나온다.


크기변환_YS1_5256.jpg » 갓 태어나 어미 등에 올라 탄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뿔논병아리 수컷.


크기변환_YSJ_1260.jpg » 다섯 마리의 새끼를 기르려면 큰유리새 부부는 힘겹다.


우리가 주변에 있는 야생생물을 벗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그들을 영화나 사진 속에서만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환경 변화가 새에게 줄 엄청난 위협과 심리적, 신체적 긴장 상태를 새의 처지에서 헤아려 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새 사진촬영의 기본자세다


새끼를 옮기거나 둥지가 훤히 드러나게 손을 대고 차량으로 계속해서 추적하는 등의 행태는 촬영윤리에 어긋난다. 한밤중에 플래시를 터트리면 새는 일시적으로 실명하게 되지만 새끼를 포기하지 못하는 어미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새를 촬영할 때 지켜야 할 행동을 살펴본다.

 

■ 망원렌즈와 위장막은 필수, 새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안정감 주기


사전에 촬영하고자 하는 새의 생태적 특성과 습성을 아는 것이 좋다. 또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새에게 안정감을 심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300이상의 망원렌즈를 사용하여 거리를 유지해 새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 기본이다


촬영할 때 산새류는 20m, 물새류는 50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새를 지속적으로 뒤쫓으며 촬영하면 새가 계속해서 거리를 두어 새의 뒷모습만 쫒아 다니게 된다. 방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위장막은 필수 장비이다. 위장막을 사용할 때는 거리가 10m일 때는 300렌즈, 25m이면 500~600의 렌즈가 적합하다. 새의 크기와 새가 안정되었는지의 여부 등 환경적 요인에 따라 거리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촬영자의 몫이다. 야간촬영은 스트로보보다 지속광을 사용하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 알을 품을 때는 접근하지 않기


크기변환_YSY_5675.jpg » 알을 품는 검은머리갈매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보호종이다.


둥지를 짓거나 알을 품을 때는 굉장히 민감한 시기이다. 둥지와 알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접근을 삼가야 한다. 오히려 새끼가 부화한 뒤에는 모성애에 이끌려 둥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 한 번에 모든 촬영 준비를 끝내고 불필요한 행동은 삼가기


크기변환_YSJ_0902.jpg » 완벽한 위장을 하고 촬영을 하는 모습.


새들은 소리와 큰 행동에 민감해 불안해 한다. 그곳 환경과 어울리는 옷차림과 정숙한 기다림은 좋은 사진을 얻는 지름길이다.


■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를 함부로 치지 않기


크기변환_SY1_6695.jpg » 자연스럽게 울창한 숲길. 새는 나뭇가지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둥지를 만지거나 여러 명이 촬영하는 것보다 단독으로 촬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명 이상은 넘지 않도록 한다. 여러 번 둥지를 방문하여 해를 끼치지 않는 모습을 새가 익히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방법이다.


■ 새들의 잠자리를 넘보지 말기 


크기변환_DSC_7337~1.jpg » 재두루미 무리의 잠자리.


특히 무리를 지어 지정된 곳에서 잠을 자는 새들의 잠자리를 방해하면 안 된다. 추운 겨울에 놀라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어두운 밤 방향감각을 잃은 채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생체변화가 생겨 고통이 따른다. 안정된 다른 잠자리를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두루미, 쇠기러기, 큰기러기, 큰고니 등이 여기 해당한다.


■ 새는 민감하고 예민하다 


크기변환_YS1_2361.jpg » 둥지에서 새끼를 기르는 물까치.


요컨대 환경 변화가 새에게 줄 엄청난 위협과 심리적, 신체적 긴장 상태를 새의 처지에서 헤아려 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새 사진촬영자의 기본자세다.


◈ 올바른 탐조 활동 요령


본격적으로 새 사진을 찍지 않고 망원경 등으로 새를 관찰할 때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탐조할 때 주의할 점을 알아본다.


튀는 색깔의 옷과 이상한 소리 피하기


크기변환_YS2_3294.jpg » 청딱다구리.


새들은 소리에 민감해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매우 불안해 한다. 정숙한 관찰자가 새와 더 많이 친해진다. 시끄럽게 떠들거나 함부로 뛰어다니면 안 된다. 새는 사람보다 시력이 8~40배 뛰어나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는 색깔의 옷을 입어야 한다. 새들은 우리들이 가까이 가면 갈수록 위협을 느낀다.


■ 몰래 훔쳐보는 자세 피하기


크기변환_DSC_9628.jpg » 탐조를 할 때 쌍안경은 필수적인 장비이다.


그런 자세는 새들을 더 경계하게 한다. 산새류는 20m 이상, 물새류는 5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런 거리에서 새를 자세히 보려면 쌍안경이 꼭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며 새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 나무나 풀을 훼손하지 않기


크기변환__3983[1].jpg » 식물의 열매는 새들에 소중한 먹이가 된다.


크기변환_크기변환_dnsYSY_0392[1].jpg » 산딸기를 입에 문 큰유리새 암컷.


크기변환_크기변환_dnsYSJ_7523[1].jpg » 정지비행을 하면서 산초 열매를 따먹는 노랑딱새 수컷.


둥지 주변이나 서식지의 나무나 풀 등 환경을 훼손하면 새들은 그곳을 다시 찾지 않게 된다. 들풀, 덩굴 등을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특히 들풀 씨는 새들의 먹이가 된다. 산수유, 도토리, 산딸기, 머루, 다래와 같이 새들의 먹이가 되는 열매도 함부로 채취하면 안 된다.


■ 둥지나 알을 만지지 않기


크기변환_YSJ_6899.jpg » 새끼와 다정한 한때를 보내는 검은머리갈매기.


둥지에 있는 풀이나 나뭇가지도 그대로 놔두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알이 부화하지 않는다. 조류의 번식 기간에는 번식지에  대한 불필요한 출입을 삼가야 한다.


■ 여러 명이 모여 움직이지 않기


사람들이 몰려 있으면 새들이 금방 알아차린다. 함께 움직이는 인원은 3~5명을 넘지 않도록 한다. 사람들이 많을 때에는 여러 그룹으로 나누어 움직인다.


■ 새가 날아오르는 장면을 보기 위해 돌을 던지거나 쫒지 않기


차.jpg » 차량을 몰아 두루미를 날려 촬영하려는 사진가.


고니는 한 번 날아오를 때 30분간 먹은 에너지를 한순간에 소모한다고 한다. 두루미는 한 번 날기 위해 300개의 낱알을 먹어야 한다. 돌을 던지거나 위협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 쓰레기 버리지 않기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새들에게 해를 끼친다. 무심코 버린 비닐 끈에 발이 묶이거나 쓰레기를 먹고 죽는 새도 있다. 쓰레기는 봉투에 담아 집으로 되가져와야 한다.


자동차로 서식지 훼손하지 않기


pa8_쇠제비갈매기알YSJ_7735[1].jpg » 모래밭의 쇠제비갈매기 알. 가까이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곳을 자동차를 몰고 다니면 어떻게 될까.


땅바닥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새들도 있다. 자동차 바퀴는 이들의 서식처를 한 순간에 망가뜨릴 수 있다. 차량 통행이 허용된 도로와 주차장만을 이용해야 한다.


야생화 촬영 때 주의할 점


■ 함부로 채취하거나 꺾지 않기


크기변환__DSC_0534[1].jpg » 동강할미꽃. 깔끔한 사진을 얻기 위해 말라죽은 지난해 줄기를 제거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 하면 꽃샘추위에 얼어죽거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주변의 식물들을 자세히 관찰하여 밟거나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야생식물을 채취하여 촬영하기 좋은 장소로 옮겨 놓는 것도 삼간다. 촬영한 다음 절대로 야생식물을 뽑거나 꺾지 않는다.


■ 단체로 들어가 촬영하지 않기


크기변환_DSC_0877.jpg » 대엽풍란.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야생식물 자생지에 들어가면 주변 환경이 크게 훼손된다. 앞사람의 발자취를 따라 차례로 촬영하고 그 길을 따라 나오는 것이 좋다. 2~3명의 인원이 촬영한다.


■ 장비는 간소하게


크기변환_DSC_0589.jpg » 춘란.


카메라 장비는 간소하게, 소지품은 삼가하고 가방은 나무에 걸어둔다. 주변의 식물들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사진 윤순영/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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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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