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한국표범, 두만강 건너 한반도 퍼질까

조홍섭 2017. 0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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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 혈통 한국표범 국내 도입 협의차 방한한 조 쿡 ALTA 대표 인터뷰

연해주 한 곳에 70마리 생존, 세계 동물원에 232마리…동물원이 유전 다양성 보루

연해주 서식지 넓히고 두만강 통해 백두대간 확산이 목표…한국서 새끼 연해주 보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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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경남 합천군 오도산에서 붙잡힌 1년생 표범은 남한에서 산채로 붙잡힌 마지막 한국표범(아무르표범)이었다. 창경원으로 보내진 이 표범은 ‘한표’란 이름으로 1973년까지 살았다. 1970년 경남 함안군 여항면에서는 마지막으로 표범이 죽임을 당했다.


한때 한국표범의 중심 서식지였던 남한이지만, 1970년대 이후 확인되지 않은 목격담 이외에 실제로 야생 표범이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그런데 한반도에 한국표범의 복원으로 이어질 의미 있는 사업이 벌어진다. 우리나라 동물원이 한국표범의 국제적 번식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해 혈통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표범을 기르게 된다. 


한국표범 도입을 위한 실무 협의를 위해 방한한 아무르표범 및 호랑이 보전 연맹(ALTA·알타) 조 쿡 대표를 12일 서울동물원에서 만나 한국표범의 미래를 물었다. 쿡은 영국 런던동물원에서 12년 동안 사육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 민간기구인 알타에서 한국표범과 호랑이의 번식관리를 총괄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am3.jpg » 러시아 두만강 건너 유일한 서식지에 사는 야생 한국표범. 알타


“2년 안에 한국표범의 혈통을 이어받은 표범이 한국에 들어올 것으로 믿습니다. 이상적으로는 러시아의 서식지가 확대돼 두만강을 넘어 한반도로 확산하는 겁니다. 이번 도입은 먼 미래에 이뤄질 한반도의 표범 서식지 복원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인의 열정과 인내를 강조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표범은 세계의 9개 표범 아종 가운데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야생 한국표범은 러시아 연해주의 두만강 건너 국경지대에 있는 서식지 단 한 곳에 약 70마리가 사는 게 전부이다. 


am6.jpg » 한국표범 서식지의 역사적 변천. 연자주색은 역사적 분포영역, 노란색은 현 서식지, 붉은색은 복원을 추진 중인 자롭스키 자연보호구역. 알타


한때 한반도 전역과 만주, 연해주에 분포했지만 서식지 파괴와 남획으로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고양이과 대형 포유류가 됐다. 한반도에 얼마나 많은 표범이 살았는지는 일제강점기인 1915∼1942년 동안 ‘해로운 동물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잡은 표범이 전국에서 624마리에 이르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알타는 야생 한국표범의 멸종을 막기 위해 현 서식지의 보전과 과거 서식지의 복원을 핵심 목표로 두었다. 서식지 복원은 최근 이 단체가 가장 힘을 기울이는 분야다. 첫 단계는 하나뿐인 연해주의 과거 서식지를 복원하는 것이다. 쿡 대표는 “러시아 정부가 새로운 서식지 복원 사업을 승인했다. 문제는 그곳에 50마리의 안정된 표범 집단을 어떻게 만드느냐이다”라고 말했다. 


그 원천은 바로 동물원이다. 근친교배를 피하고 유전 다양성을 늘리기 위해 세계의 주요 동물원들은 표범 정보를 교류해 증식에 이용한다. 현재 이렇게 관리되고 있는 한국표범은 유럽에 120마리, 미주에 99마리, 일본 13마리 등 232마리로 야생보다 3∼4배 많다.


am10.jpg » 서울동물원의 북중국표범. 전시장 개편 이전의 모습이다. 서울동물원


우리나라에도 동물원에 모두 13마리의 표범이 있지만 서울대공원에 있는 표범 4마리를 포함해 대부분 북중국표범이고 한국표범은 대전동물원에 1마리밖에 없다. 대전동물원의 수컷 표범 강산은 일본 히로시마 동물원에서 도입한 것이다.


이처럼 야생 개체수가 적다 보니 앞발이 희거나 스라소니처럼 뭉툭한 꼬리로 태어나는 등 열성화 조심이 나타나고 있다. 쿡 대표는 “이런 현상이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지만 앞으로 환경변화나 질병 등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것을 보여주는 불길한 징후”라고 말했다. 


am4-1.jpg » 열성유전자가 발현한 야생 한국표범. 왼쪽은 흰 앞발, 오른쪽은 뭉툭한 꼬리 모습. 알타


따라서 동물원의 유전 다양성을 야생에 돌려주는 일이 시급하다. 러시아에 새로 조성되는 서식지에는 세계 각국 동물원의 표범이 동원된다. 연해주 라좁스키 자연보호구역에 반자연 증식센터를 만들고, 각국에서 선발된 성체 암수 표범을 들여와 낳은 새끼는 야생에 방사하고 어미는 원래 동물원으로 돌려보낸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복원하는 데는 수십 년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쿡 대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각국 동물원이 반자연 증식장을 자국에 만들어 한국표범 새끼를 얻어 야생에 적응시킨 뒤 연해주 복원지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영국에선 스코틀랜드 고원 공원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유럽의 다른 동물원 4∼5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장차 한국에서도 한국표범 새끼를 연해주 복원지에 보내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am9.jpg » 영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2년 안에 설립될 스코틀랜드 고원 공원의 한국표범 반자연 증식장 설계도. 알타섥


멸종위기종의 복원을 러시아에 맡겨두지 않고 여건이 나은 유럽에서 증식을 대행하는 방식은 넓적부리도요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관련 기사: 새만금 간척으로 멸종위기 넓적부리도요, 인공증식 성공).


am7.jpg » 한국표범 서식지로 복원될 라좁스키 자연보호구역 모습. 알타


라좁스키 자연보호구역은 1970년대까지 한국표범이 살았던 곳으로 먹이가 풍부하고 철저한 보호가 이뤄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쿡은 이 지역의 유일한 단점을 꼽는다면 아무르호랑이 서식밀도가 높다는 점을 꼽았다. “보통 호랑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지대에서 멧돼지 같은 큰 먹이를 사냥하고 표범은 높은 절벽 지대에서 사슴을 주로 노리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호랑이가 표범을 공격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연해주 한국표범의 서식지가 늘어나 개체수도 불어난다면 두만강을 따라 백두산에 이르는 중국 쪽과 두만강 건너 한반도 백두대간으로 향하는 두 가지 확산 경로를 예상할 수 있다(■ 관련 기사: 한국표범 복원 청신호…연해주 '표범 땅' 번식 순조한국표범 복원이 두만강과 DMZ 수호신 될까).


알타는 이제까지 한국표범을 제공해 달라는 한국범보전기금 등의 요청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 연해주에 보낼 개체를 마련하기도 바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최근 한국 동물원의 시설개선과 러시아의 반입 조건 완화 등에 힘입어 한국 쪽의 끈질긴 요청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서울동물원이 고릴라와 피그미하마 도입과 관련해 국제 보전단체에 기여금을 내온 것도 작용했다. 멸종위기 동물 보전을 위한 파트너로 인정받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서울동물원1.jpg » 리모델링을 마친 표범 전시관 모습. 조홍섭 기자


먼저 서울동물원은 호랑이 우리에 이어 지난 연말 표범 우리를 대대적으로 개수해 선진국 수준의 친환경적이고 ’표범 친화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철창 형태의 우리는 간데없고 관람객과 격리된 상태에서 표범이 자연과 비슷한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시장은 마지막 표범이 잡혔던 오도산의 지형과 바위를 그대로 살렸다.


러시아의 반입 조건 완화는 세계 한국표범 혈통 관리에서 발생한 중대한 ’사고’와 관련이 있다. 과학저널 <유전> 2002년 9월호에는 러시아 진화생물학자 올가 우피르키나 등의 충격적인 논문이 실렸다. 그때까지 한국표범 유전자의 보고이던 동물원 표범의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상당수가 다른 아종인 북중국표범의 유전자로 ’오염’됐음이 밝혀졌다. 


두 아종 사이에 잡종이 이뤄졌는데, 그 차이를 모르고 선택적인 증식을 해 새끼 수백 마리가 태어난 뒤에야 이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잡종의 대표적인 양상은 흑표이다. 눈밭에서 생존해야 하는 한국표범에서 검은 표범의 자손은 살아남기 힘들다. 또 잡종은 겨울에 새끼를 낳는 습성이 있는데, 이는 한국표범의 서식환경에는 맞지 않는다.


am11.jpg » 동물원에서 증식의 기초가 된 창시자 한국표범 가운데 하나가 다른 아종인 북중국표범이었다. 흑표범은 그런 잡종화의 표현이다. 알타


한국표범의 창시자 3마리 가운데 한 마리에서 이런 잡종화가 발견됐고 ’창시자 2’로 명명됐다. 따라서 엄밀하게 말하면 세계 동물원의 한국표범 가운데 창시자 2의 유전자가 섞인 개체는 서식지 복원에 써서는 안 된다. 


그러나 유전자 오염이 너무 광범해 그런 기준으로는 새로운 서식지를 만드는데 많은 시일이 걸리고 그사이에 표범은 멸종할 수도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러시아의 새 복원지에는 창시자 2의 유전자가 20% 미만이면 받아들이기로 ’정치적’ 결정이 내려졌다. 이로써 유럽에서 내보낼 수 있는 표범의 여유가 생겼고, 그것이 한국의 도입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보인다. 창시자 2의 유전자가 20% 미만인 한국표범의 수는 2017년 현재 세계에 80여 마리에 이른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어떤 표범을 도입하는 게 좋을까. 쿡 대표는 “내가 코디네이터인 유럽 동물원이 추진절차는 가장 수월하고 운반 거리상으론 일본이 편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이항 서울대 교수(한국범보전기금 대표) 등 한국 쪽 전문가는 북한에서 동유럽 동물원에 보낸 표범의 후손을 받고 싶다는 뜻을 알타 쪽에 밝혀 왔다.


“북한 표범이 한국에 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쿡 대표는 “북한산 표범의 후손은 유럽 전역에 있다”며 “관련 정보를 모두 확보하고 있으니 북한 표범의 후손이 올 수 있는지 평가하겠다”라고 답했다. 


이날 서울동물원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쿡 대표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120마리가 등록된 유럽 동물원 한국표범의 유전적 창시자가 5.1마리인데 견줘 13마리가 등록된 일본의 한국표범은 창시자가 2.5마리로 유전 다양성이 유럽보다 떨어진다. 또 일본과 미국에는 창시자 2의 후손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선 1993년 야생에서 잡힌 표범 한 마리가 동물원에 수용된 것이 마지막 포획 기록이다. 쿡은 “정보가 불충분하지만 표범 한두 마리가 두만강을 건너 북한을 들락거릴 수는 있다”라며 북한에 안정적인 번식 집단이 있을 가능성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에 표범 서식지를 복원한 뒤 그 개체가 중국과 한반도로 확산해 나갈 가능성은 있다”라고 강조했다.


am8.jpg » 러시아 연해주 '표범의 땅' 국립공원에서 촬영된 야생 한국표범. 이들은 과연 두만강을 건너 한반도로 퍼져나갈 수 있을까. 표범의 땅 국립공원


이날 쿡 대표는 지난 연말 시설개선을 마친 서울동물원 표범사를 둘러보고 “아주 인상적이다. 표범을 사육하기에 적절한 시설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 한국표범 번식 계획(EEP)에 참여하는 동물원에 한국표범을 서울동물원에 이전해도 좋다고 권고할 것”이라며 “이제 남은 건 어떤 동물원의 어떤 표범을 (서울로) 옮길까 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한국표범 번식 계획에 참여해 혈통을 과학적으로 인정받는 표범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쿡 대표는 “분명히 2년 안에 표범이 한국에 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보내는 동물원의 사정과 절차를 고려한 기간이다.


한 번도 표범과 호랑이가 산 적이 없는 서구 사람들은 범 보전에 적극적이지만 정작 그 본거지였던 우리나라는 아직 무관심한 편이다. 쿡 대표는 “표범과 호랑이는 한반도의 생태계뿐 아니라 문화에도 매우 중요한 동물인데 사라져 버려 참 안 됐다”라며 “한국인의 열정으로 범을 복원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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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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