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엄정한 재평가 앞서 수문부터 열어야
전 정부 ‘조사평가’ 엉터리…홍수, 가뭄, 수질 모두 재평가 필요
국민 안전 위해 당장 수문 열어야 녹조 완화, 수질개선 효과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기간에 4대강 사업을 다시 면밀히 검토하기 위하여 특별조사단을 꾸리고 대안을 찾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물은 하늘이 뭇 생명을 살리기 위하여 내린 것인데 지금 4대강은 뭇 생명을 죽이는 강이 되었다.
이는 마치 구약성경이 말하는 이집트의 재앙을 연상시킨다. 포악한 파라오가 이스라엘 민족을 노예로 부려 심하게 학대를 하자 이집트에 내린 첫 재앙이 나일강의 오염이다. “강에 있는 물고기들은 죽고 강은 악취를 풍겨, 이집트인들이 강에서 물을 퍼마실 수가 없었다(탈출기 7:21).”
우리 4대강도 물고기들이 죽어 없어져 어민들이 실업상태에 빠졌고 짐승이나 사람들은 이 물을 그냥 마시면 죽을 지경이 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물을 깨끗이 하고 홍수와 가뭄을 막는 등 여러 가지 좋은 명분을 내세우면서 4대강 사업을 강행하였다. 특히 국제사회에는 ‘4대강 하천복원 사업’이라고 홍보했다. 유엔총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한국을 동서로, 남북으로 관통하는 주요 강들을 살리는 ‘4대강 살리기(영어로는 Four Major Rivers Restoration, 즉 4대강 하천복원)’ 사업으로 이어져 용수 확보와 홍수조절의 근본책을 마련함은 물론, 하천생태계를 복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라고 연설을 하였다.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하천생태를 복원하면서 경제까지 살린다는 말에 국제사회가 감동하여 많은 상을 우리나라에 몰아주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이 사업을 모범적인 녹색 사업으로 선정하여 전 세계에 소개하였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의 생태계를 살린 공로로 유엔으로부터 생물다양성협약 상을 받았다. 또 자이드 국제환경상을 받아 50만 달러를 부상으로 받았으며, 환경학 명예박사학위도 받았다.
그러나 4대강이 이전에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4대강을 복원한다는 말은 거짓이다. 나중에 이 사업의 실상이 알려지면서 온실가스 줄이는 시디엠(CDM) 사업으로 신청했던 것은 반려되었고, 유엔은 칭찬을 거두어들였으며, 태국에 수출했다고 자랑하던 4대강 사업도 취소되었다.
이 사업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박근혜 정부가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를 꾸려 평가를 하였다. 원래 사업의 평가라는 것은 제삼자가 비판적인 눈으로 엄격하게 해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중립적’인 평가를 하겠다면서 4대강 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조사해온 전문가는 모두 배제한 채 4대강 사업을 주관한 국무조정실이 주관하고 사업의 시행주체들인 국토부, 환경부, 수자원공사 등으로부터 협조받은 자료를 근거로 평가하였고 또 이들 기관이 사전 검토를 거친 후에 최종 결과를 발표하였다. 결국 이 사업이 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결론을 지어 면죄부를 주었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론이 논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본문의 내용과도 다르게 기술되어 있다.
홍수문제에 대하여 이 평가서는 이렇게 결론을 맺고 있다. “홍수 저감 효과의 경우, 준공 단면을 이용해 계획홍수위를 산정한 결과, 대부분의 구간에서 사업 전보다 계획홍수위가 낮아졌으며(홍수피해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의미) 그 결과 4대강 주변 홍수 위험지역의 93.7%에서 위험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93.7% 지역에서 홍수위가 낮아졌다는 것이 비록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와 같은 결론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지역은 원래 홍수가 없던 지역인데 이 지역의 홍수위를 낮추었다고 하여 홍수 위험을 줄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나머지 6.3% 지역에 홍수위가 올라갔다는 사실이 문제이다. 여기서 홍수가 나서 강둑이 터지면 그 피해는 6.3% 지역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퍼진다. 즉, 비록 6.3%의 강둑에서만 홍수위가 높아졌다 하더라도 전체 홍수 위험도가 커졌다고 보아야 타당하다. 실제로 일부 지역은 이 사업 후에 강이 넘쳐 홍수 피해를 보았고 또 지하수위가 올라가 평상시에도 농지가 물에 잠겨 피해를 보고 있다.
또 지적해야 할 점은, 공사 후에 대부분의 구간에서 이전보다 수위가 더 높아져 있는데 수문이 닫힌 현 상태에서 홍수가 나면 당연히 홍수위가 더 오르게 되어 있다. 홍수 때 모든 댐의 수문이 제때 열리게 되었을 경우를 가정하여 홍수위가 낮아질 것이라고 평가를 하였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수백t에 이르는 수문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낙동강에는 13개의 댐이 줄줄이 들어서 있는데, 큰 홍수 때 만약 상류 안동댐이 수문을 먼저 활짝 열면 아래의 댐들은 다 넘쳐서 터지게 된다. 즉, 모든 댐이 연계하여 수문을 열거나 닫거나 해야 하는데 여기에 실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4대강의 댐들은 모래 위에 세우고 흙더미에 걸쳐 놓았기 때문에 홍수에 무너질 가능성도 크다. 만약에 하나의 댐이라도 무너지는 날에는 그 하류의 댐들이 줄줄이 무너져 큰 피해를 내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큰 홍수피해를 불러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아야 한다.
가뭄 문제에 대해서는, “수자원 확보 효과의 경우, 당초 13억㎥ 확보계획을 세웠으나 실제 확보 수량은 11.7억㎥였으며, 확보된 수자원은 본류 주변 가뭄 발생지역에 활용 가능하고 유지 유량(하천유지에 필요한 최소 유량) 증가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라고 결론을 지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하면 가뭄이 해결된다고 주장했지 가뭄을 해결할 수 있는 물을 모아 두기만 하는 사업이라고 하지 않았다. 이 사업 이후에 잇달아 100년에 한 번 오는 가뭄이니, 50년에 한 번 오는 가뭄이 들었으나 이 물이 가뭄을 해결하는 데 전혀 쓰지 못했기 때문에 가뭄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결론을 지었어야 옳다.
가뭄이 드는 지역은 4대강 사업 구간과 멀리 떨어진 산골지역과 해안도서 지역에 흩어져 있는데, 이런 지역은 광역 상수도도 타산이 맞지 않아 들이지 못하는 곳이다. 이런 지역에 100년에 한 번 오는 가뭄에 대비하여 농업용수를 보내기 위한 공사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4대강에 가득 담아둔 물은 가뭄 발생지역에 활용할 수가 없다.
수질문제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이 수질에 끼친 영향을 평가한 결과, 4대강 사업으로 한강과 낙동강, 금강은 대체로 생물 화학적 산소요구량(BOD)과 식물플랑크톤이 감소하였으나, 낙동강 상류 지역 4개보 구간에서는 BOD가 증가했고, 영산강은 식물플랑크톤이 늘었습니다.” 라고 하여 물이 대체로 더 좋아진 듯이 결론을 지었다.
흐르는 강에서는 교란이 있기 때문에 BOD의 중요한 원인이 되는 고형물이 떠 있는 반면 물이 흐르지 않는 호수에서는 가라앉는다. 그래서 강에 댐을 쌓아 물이 흐르지 않게 하면 BOD는 당연히 줄어든다. 그러나 호수에서 BOD가 줄었다고 해서 물이 더 깨끗해졌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 오염은 바닥에 가라앉은 상태로 그대로 있고 가라앉은 BOD는 썩으면서 오염을 방출하는데, 이 오염은 BOD로는 측정이 잘 안 되고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으로 측정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환경기준도 호수에서는 BOD가 아니라 COD로 가늠한다. 사업 후에 COD가 더 올라갔기 때문에 물이 더 나빠졌다고 말해야 옳다. 그런데 COD는 언급하지 않고 BOD가 줄었다고 말하는 것은 속임수이다. 더 큰 문제로 지적할 것은, 이 사업에 4조원을 들여 BOD 배출량을 95%나 줄였다고 하였다. 그런데도 BOD가 조금 줄기도 하고 늘기도 하였다면 이 사업은 크게 잘못된 사업이라고 평가해야 마땅하다.

‘식물플랑크톤이 감소했다’는 발표도 속임수이다. 식물플랑크톤은 물에 떠서 사는데, 이들이 살 수 없는 깊은 물에서 측정한 수치를 가지고 식물플랑크톤이 감소했다고 발표를 한 것이다. 4대강에서 번성하는 식물플랑크톤은 남조류가 주종인데 마이크로시스틴을 비롯한 맹독을 분비하여 생물을 죽이고 악취를 풍긴다. 4대강에서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설정한 음용수 기준의 수백 배에 이르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고 있다. 이런 물을 먹은 가축과 물새들이 떼죽음했다는 기록이 많이 있고 사람들도 사망했다는 보고가 있어서 이런 물은 절대로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 죽음의 4대강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손쉬운 방법은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녹조는 고인 잔잔한 물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지 흘러서 교란이 일어나는 물에서는 생기지 않는다. 한강의 신곡 수중보 상류에서 그렇게 번성하던 녹조가 신곡 수중보 아래 물이 흐르는 곳에서는 씻은 듯이 사라진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4대강을 흐르게 하면 수질은 이전보다 훨씬 더 깨끗해질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하수처리장에서 오염을 95% 더 줄였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하면 이 효과가 즉각 나타날 것이다. 호수가 된 4대강에서는 큰비가 땅바닥의 온갖 오염을 다 씻어 와서 호수 바닥에 모아놓기 때문에 하수처리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흐르는 강은 큰비가 오히려 강바닥을 씻어 재생시켜 놓기 때문에 비 온 후에 더 깨끗해진다. 그리고 비가 안 오는 평상시에는 하수의 오염만 강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오염을 줄인 만큼 강의 수질도 개선된다. 그러면 4대강 주민들은 강물을 그대로 식수원으로 쓰면 되기 때문에 부산 사람들을 위해서 지리산에 댐을 다시 지을 필요가 없고, 영산강도 다시 식수원이 될 수 있다.
4대강 문제는 우선 수문을 열고 녹조 문제를 해결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급하다. 그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는 엄정한 조사와 평가를 거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그 대안은 실은 뻔하다. 수문이 열린 댐은 댐으로서의 가치가 없기 때문에 허물어야 하고 강변에 산더미처럼 쌓인 모래도 도로 강에 넣고 자연 상태로 복원해야 한다. 그래야 강이 살아나고 유지관리비가 적게 들며 안전하다는 것을 선진국은 이미 다 경험적으로 알고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업에는 많은 비리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서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김정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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