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는 ‘그물코도 세어 빠져나가는’ 영물

윤순영 2017. 0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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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벚꽃 한창일 무렵 철퍼덕철퍼덕
옛 계양천은 물 반 고기 반
 
큰 강 거슬러 하천에서 짝짓기
암컷 한 마리에 수컷 여러 마리
 
오래전부터 약용이나 보신용으로
낚시 걸려도 기막힌 재주로 바늘 빼

q1.jpg » 짝짓기 방사를 위해 필사적으로 암컷을 따라 다니는 수컷 잉어들.
 
벚꽃의 봄 향연은 진하지만 허무할 만큼 짧다. 겨우 일주일 남짓, 비라도 내리면 그 기간은 더 단축된다. 모든 생명체는 하루하루 새롭게 생성된다. 과거가 그대로 복사되는 일은 없다. 살아 있는 우리는 시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고 있을 뿐이다.

q2.jpg » 벚꽃이 만개한 김포시 계양천 산책길에 봄비가 내리고 있다.

벚꽃이 만개할 무렵이면 강가에서 철퍼덕철퍼덕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큰 강을 거슬러 하천으로 들어온 잉어들의 짝짓기가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q3.jpg » 암컷 잉어가 수초에 산란을 하자 혼심을 다해 뒤엉켜 방사를 하는 수컷 잉어.

암컷 잉어 한 마리에 여러 마리의 수컷이 달라붙어 짝짓기 싸움이 필사적으로 펼쳐진다. 물속에는 봄이 늦다. 겨우내 둔해졌던 몸이 활력을 얻으려면 수온이 18~22℃가 되는 4월 중순께가 돼야 한다.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와 때를 맞추어 잉어의 짝짓기가 시작된다.

q4.jpg » 수컷 잉어들이 암컷 잉어 곁을 항시 떠나지 않고 있다.

q5.jpg » 대 여섯 마리의 수컷 잉어가 한 마리의 암컷 잉어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1970년대 경기도 김포시 한강 하구는 지방하천 16개와 지천 56개가 있어 봄철이면 많은 물고기가 산란을 위해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어린 물고기가 성장하는 터전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계양천을 둘러보았다. 옛날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지만 물길만 살아남아 산란을 하는 잉어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q6.jpg » 인천시 계양산에서 발원하여 김포시를 거쳐 한강하구로 흘러드는 계양천.

암컷 잉어 한 마리에 수컷 여러 마리가 달라붙어 따라다닌다. 암컷이 물 가장자리 수초에 머물며 알을 낳으면 수컷들은 먼저 방사를 하려고 난리를 친다. 짝짓기 방사 싸움이 필사적으로 펼쳐진다. 계양천은 오염되기 전 ‘물 반 고기 반’이던 민물고기의 천국이었다. 이젠 옛 기억이 스쳐 갈 뿐이다.

q8.jpg » 힘찬 수컷 잉어의 방사로 물보라가 일어난다.

잉어는 오래전부터 식용이나 약용, 특히 보양식으로 많이 먹었다. 장마 때 황톳물을 따라 지천으로 올라온 잉어를 잡기 위해 촘촘한 그물 촉고를 치기도 하고 물줄기의 모양을 보고 잉어를 추적하여 잉어가 지나가는 방향 앞쪽에다 투망을 던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잉어가 만만한 물고기는 아니다. 

q9.jpg » 암컷 잉어가 산란할 기회를 엿보며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수컷 잉어들.

재빠르고 영리한 잉어는 보란 듯이 빠져나가곤 했다. 촉고는 이중 삼중으로 쳐 놓아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지만 그물을 보고 뛰어넘거나 피해 가는 것이 잉어다. 얼마나 영리하면 그물코를 센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기야 낚시에 걸려도 물속 기둥을 휘감아 잡아채 바늘을 빼고 도망간다.

q10.jpg » 철갑을 두른 듯 단단하게 보이는 잉어 비늘과 등지느러미.

 그래서 잉어를 영물이라 하는가 보다. 요즘에는 장수하는 잉어의 생리 현상을 규명해 사람의 노화를 막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얕은 개울을 거슬러 올라 등을 다 내놓고 산란 행동에 몰두하는 잉어의 모습에서 생명의 역동성을 본다.
 윤순영/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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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잉어, 계양천, 벚꽃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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