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산성화로 물고기가 ‘미친다’

조홍섭 2012. 01. 26
조회수 44176 추천수 0

금세기 말 산성도 바닷물에서 뇌와 중추신경계 손상, 포식자에 쉽게 잡혀

바다 산성화 해역마다 달라 당장 피해 우려도, 2011년은 9번째로 더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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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화된 바닷물에서 중추신경계 손상을 보인 흰동가리. 사진=제임스 쿡 대학. 

 

오늘 아침 내가 타고 온 승용차가 내뿜은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어차피 온실가스는 멀리 날아가 버릴 것이어서 땅 위의 우리와 당장은 무관해 보인다.
 

하지만 그 온실가스의 분명한 종착점이 하나 있다. 바로 바다이다. 바다는 인류가 내뿜어 온 온실가스의 약 3분의 1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느리지만 자신을 시큼하게 변화시켰다.
 

바다 산성화는 기후변화의 가장 치명적 영향의 하나로 꼽힌다. 바다가 산성화되면 해양생태계의 토대를 이루는 동물플랑크톤은 물론이고 산호, 조개 등 생물의 껍질과 뼈대를 이루는 탄산칼슘이 바닷물로 녹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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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초와 물고기. 모두 산성화의 피해 대상이다. 사진=드웨인 메도우스, NOAA.

 

딱딱한 탄산칼슘을 지닌 생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금세기 말 예상되는 산성도의 바닷물에서 물고기가 뇌와 중추신경계에 타격을 입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필립 먼데이 오스트레일리아 제임스 쿡 대학 교수 등 연구진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기후변화>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흰동가리와 자리돔을 수조에서 기르면서 조사한 산성 바닷물의 영향을 밝혔다.
 

물고기들은 청각과 미각이 무뎌졌다. 오른쪽, 왼쪽으로 방향을 트는 능력도 떨어졌다. 이 능력을 잃으면 무리에서 떨어져 외톨이가 되기 때문에 포식자의 공격 목표가 되기 쉽다.
 

먼데이 교수는 이 대학 홈페이지에 실린 글에서 “바닷물에 늘어난 이산화탄소가 물고기의 신경전달 기능을 직접 방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는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해양생물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논문은 산성 바닷물이 일부 지각 능력을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뇌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끼쳐 전반적인 기능저하를 부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고농도의 이산화탄소가 뇌의 ‘가바’ 수용체를 자극해 정상 기능을 방해하고 특정 신경 신호를 지나치게 흥분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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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산성도의 진행 상황과 예측. 아라고나이트 포화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 그림=토비아스 프리드리히.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23억t이 해마다 바다에 스며들고 있다. 그 영향의 규모는 이제까지 자연이 겪은 변동의 폭을 넘어선다.
 

토비아스 프리드리히 하와이 대 연구자 등 국제 연구팀은 마지막 빙하기가 한창이던 2만 1000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기후와 해양 상태를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해양생물이 뼈대나 껍질을 이루는 아라고나이트(탄산칼슘의 한 형태)를 형성하는 능력이 산업화 이후 15% 감소했으며, 금세기 말까지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진은 <네이처 기후변화>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산호초가 살고 있는 바다는 아라고나이트 포화도가 3.5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 해양의 50%에서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현재의 추세라면 21세기 말 그런 바다는 5% 이하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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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산성도를 연속 측정하기 위한 감지기. 남극해에 설치한 것이다. 사진=그레첸 호프만.

 

바다의 산성화가 모든 곳에서 균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해역마다 다른 바다 산성화의 실상을 실측을 통해 밝히려 한 시도가 있어 눈길을 끈다.
 

그레첸 호프만 미국 산타 바버라 대학 교수 등 연구진은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남극, 열대, 온대 등 전 세계 15곳의 바다 밑에 센서를 직접 설치해 최소한 30일 동안 산성도를 측정한 결과를 보고했다.
 

그 결과 바다에 따라 산성도 변화가 크고, 한 지점에서도 시간에 따라 산성도가 최고 42배나 차이를 드러냈다. 금세기 말까지 가지 않더라도 바다에 따라서는 이미 그때의 산성도를 보이는 곳이 있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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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승해역에서 바닷물 산성도의 날짜별 변화. 그림=그레첸 호프만. 

 

논문은 산성도 변동이 큰 곳으로 조간대, 강하구, 용승해역 등을 꼽으면서 이런 곳에서는 “미래의 산성화가 해양생물의 생리를 인내의 한도에까지 밀어붙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도 해양생물이 한계상황에 있는데 더는 견딜 수 없는 “가드레일 밖으로 밀어내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지구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래 9번째로 더운 해였다.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는 지난해 지구의 평균 온도가 20세기 기준 년도(1951~1980년)에 비해 0.51도 높았다고 발표했다. 가장 더웠던 10년 가운데 9년은 모두 2000년 이후 나타났다. 가장 더웠던 해는 2010년과 2005년으로 두 해의 온도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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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 이후 지구 온도의 변화 추세. 가는 선은 연평균, 굵은 선은 5년 연속평균을 가리킴. 그림=미 항공우주국 고다드 우주연구소.  

 

제임스 한센 이 연구소 소장은 “라니냐와 낮은 태양활동에도 지난해는 열 손가락에 꼽을 더운 해였다”며 “엘니뇨와 태양활동 상승과 함께 앞으로 2~3년 안에 지구는 온도 기록을 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1880~2011 지구 평균 온도의 변천 동영상

 


■ 기사가 인용한 원문 정보
Near-future carbon dioxide levels alter fish behaviour by interfering with neurotransmitter function
Goeran E. Nilsson,Danielle L. Dixson,Paolo Domenici,Mark I. McCormick,Christina Sørensen, Sue-Ann Watson & Philip L. Munday
Nature Climate Change
DOI:10.1038/nclimate1352

T. Friedrich, A. Timmermann, A. Abe-Ouchi, N. R. Bates, M. O. Chikamoto, M. J. Church, J. E. Dore, D. K. Gledhill, M. González-Dávila, M. Heinemann, T. Ilyina, J. H. Jungclaus, E. McLeod, A. Mouchet, and J. M. Santana-Casiano: Detecting regional anthropogenic trends in ocean acidification against natural variability. Nature Climate Change - DOI: 10.1038/NCLIMATE1372.  


Hofmann GE, Smith JE, Johnson KS, Send U, Levin LA, et al. (2011) High-Frequency Dynamics of Ocean pH: A Multi-Ecosystem Comparison.

PLoS ONE 6(12): e28983. doi:10.1371/journal.pone.002898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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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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