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냥하는 사마귀, 자연에 고정관념은 없다

조홍섭 2017. 07. 07
조회수 9678 추천수 0
13개국에서 사마귀 12종이 새 24종 포식…벌새가 최대 희생자
눈구멍 통해 뇌 꺼내 먹기도…해충방제용 외래종이 새 위협하기도

Randy Anderson-1.jpg »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사마귀가 벌새를 잡아먹고 있다. Randy Anderson

사마귀는 놀라운 포식자다. 이 곤충의 식단에는 곤충과 거미 말고도 개구리, 도마뱀, 도롱뇽, 작은 뱀, 생쥐, 자라, 박쥐 같은 소형 척추동물이 들어 있다. 이들보다 가벼운 작은 새를 사마귀가 마다할 이유는 없다.

마르틴 니펠러 스위스 바젤대 조류학자 등 스위스와 미국 연구자들이 문헌 조사를 통해 147개 사례를 분석한 결과 남극을 뺀 세계의 모든 대륙에 있는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 미국 등 13개 국가에서 사마귀 12종이 새 24종을 잡아먹었다. 사마귀의 밥이 된 조류는 14개 과에 걸쳐 있어 매우 다양했지만 모두 벌새류와 연작류 등 소형 조류였다.

Chris McCarthy-1.jpg » 새 가운데 가장 작은 벌새는 사마귀보다 작아 만만한 먹이가 된다. <윌슨 조류학회지> Chris McCarthy

큰 사마귀는 몸길이가 6㎝에 몸무게가 7g에 이른다. 대부분의 벌새의 체중이 3∼6g에 지나지 않아, 사마귀 다음으로 거미줄에 걸려 많이 잡아먹힌다. 새의 사냥감이 된 굴뚝새, 꿀빨이새, 딱새 등도 몸집이 작다. 스페인에서 새 그물에 걸린 뒤 사마귀에 먹힌 개개비와 나무발바리는 예외적으로 큰 편이다.

사마귀는 잠복해 있다 접근하는 새를 날카로운 톱니가 난 두 앞발로 움켜쥐고 입으로 물어뜯는 방식으로 공격했다. 이때 새들은 날개를 퍼덕거리며 탈출을 시도하거나 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스스로 탈출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었고, 소리에 놀라 다가간 사람이 풀어준 사례는 제법 있다.

새를 노린 사마귀는 모두 암컷이었는데, 새의 머리 부분을 주로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랍게도 일부 사마귀는 머리를 씹어 구멍을 낸 뒤 속에 든 뇌를 꺼내 먹기도 했다. 

David Bigas.jpg » 새그물에 걸린 자기보다 훨씬 큰 새를 공격하는 사마귀. <윌슨 조류학회지>, David Bigas

스페인에서 새그물을 쳐 가락지를 끼우는 작업을 하던 비가스 등은 그물에 걸린 새를 공격하는 사마귀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물에 걸려 아래로 늘어져 있는 새를 붙잡은 사마귀는 눈구멍을 통해 뇌 조직을 먹었다. 공격 장면을 보지는 못했지만 사마귀는 새가 아직 살아있을 때 습격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마귀가 새의 머리를 먹는 모습을 여러 번 봤는데, 어떤 경우에는 머리를 아예 떼어내기도 했다.”

특히 벌새를 보기 위해 꿀물을 제공하는 급이대를 설치하거나 꿀물이 많은 식물을 심는 정원이 미국에서 유행하면서 이곳에 잠복한 사마귀의 새 사냥 사례가 많아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또 사마귀의 새 사냥 사례의 3분의 2가 2000년대 이후 보고됐는데, 이는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생겨난 현상으로 연구자들은 풀이했다.

Tom Vaughan-1.jpg » 미국에서 벌새를 유인하려고 꿀물이 스며나오는 급이대를 정원에 설치하는 것이 유행하면서 급이대에 잠복해 벌새를 사냥하는 사마귀도 늘어났다. <윌슨조류학회지>, Tom Vaughan

주목할 것은, 미국에서 1900년대에 친환경적 해충방제를 위해 풀어놓은 외래종 대형 사마귀들이 작은 새들의 포식자로 돌변했다는 사실이다. 토종보다 중국 등에서 들여온 외래종 사마귀의 새 사냥 비율이 더 높았다.

연구자들은 “사마귀를 풀어놓을 때 벌새 등 일부 소형 조류에 끼칠 포식 압력 증가 등 생태적 고려를 해야 한다”라고 논문에서 지적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윌슨 조류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rtin Nyffeler et al, BIRD PREDATION BY PRAYING MANTISES: A GLOBAL PERSPECTIVE, The Wilson Journal of Ornithology 129(2):331–344, 2017, DOI: 10.1676/16-100.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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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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