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 황소개구리의 천적은 토종 가물치·메기 확인

조홍섭 2017. 08. 14
조회수 11786 추천수 1
유영한 공주대 교수팀 생태 실험
하루 한 마리씩 올챙이 포식 확인
동작 느려 사냥하기 좋은 먹잇감

독성 없지만 피부 점액질 역겨워
오리·뱀장어 등은 굶주려도 기피
 
토종 물고기 풀어놓자 개체 감소
종 다양성이 황소개구리 퇴치 해법


b1.jpg

저수지와 연못의 ‘폭군’이 된 외래종 황소개구리를 토종 물고기로 퇴치한다는 생각은 그럴듯하다. 황소개구리는 다른 개구리와 달리 올챙이 상태로 2~3년을 물속에서 지내고 성체도 거의 물을 떠나지 않는다. 또 토종 육식어종인 가물치와 메기는 애초 토종 개구리와 올챙이를 잡아먹는다. 

그래서 원주환경청과 일부 지자체는 황소개구리를 퇴치하기 위해 저수지에 메기를 방류하는 등 이미 실제로 응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토종 육식어종이 과연 황소개구리를 잡아먹는지 생태학적으로 연구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b2.jpg » 연구진이 실험에 사용한 황소개구리의 올챙이와 갓 변태한 어린 개구리.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물속에서 2∼3년 살면서 매우 크게 자라기 때문에 물고기의 먹이로 안성맞춤이다. 방어책으로 역겨운 점액을 피부에서 분비한다. 유영한 교수
 
유영한 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자생종 포식자를 이용해 침입 외래종 퇴치가 가능한지를 처음으로 실험을 통해 밝혔다. 연구진은 수조에 황소개구리 올챙이와 갓 변태를 마친 어린 개체를 넣고 포식성인 어류와 조류가 이를 잡아먹는지 지켜봤다. 실험 결과 예상했던 대로 메기, 가물치, 동자개 등 어류 3종은 황소개구리를 먹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한국환경생태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이 연구에는 뜻밖의 결과도 포함돼 있다.
 
육식성 어류인 끄리, 뱀장어, 드렁허리는 황소개구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길이가 25~46㎝에 이르는 이들 대형 포식자가 굶주리고도 만만한 먹잇감을 보고만 있었다. 유영한 교수는 “어류학자로부터 최고의 민물고기 포식자가 끄리라는 조언을 들었는데 황소개구리 앞에서는 전혀 그런 본성을 드러내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조류도 마찬가지였다. 고니, 큰고니, 쇠오리, 원앙, 홍머리오리, 가창오리 등도 수조의 황소개구리를 건드리지 않았다. 이들 조류는 주로 식물성 먹이를 먹지만 우렁이, 조개, 물고기 등 소형 동물성 먹이를 마다하지 않는다.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포식자에게 괜찮은 먹잇감이다. 유 교수는 “동작이 느린데다 손바닥만해, 잡기 힘들고 몸집이 작은 토종 물고기보다 훌륭한 먹이”라며 “그런데도 포식자가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기피하는 것은 피부가 역겨운 냄새가 나는 점액으로 덮여 있어 포식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3.jpg » 황소개구리에 대한 포식성이 확인된 가물치. Open Cage,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렇다면 가물치와 메기 등은 어떻게 올챙이를 먹는 걸까. 실험 결과를 보면, 가물치, 메기, 동자개는 수조에 넣은 각 5마리의 황소개구리 올챙이와 새끼 가운데 하루에 평균 1마리 정도를 잡아먹었다. “황소개구리를 보자마자 달려들어 냉큼 잡아먹는 게 아니”라고 유 교수는 말했다. 이들은 밤중에, 아마도 시장기가 몰려오면 물 표면으로 피신한 올챙이를 삼켰다. 

그는 “가물치나 메기는 올챙이가 들이는 에너지에 견줘 얻는 게 많은 썩 괜찮은 먹이라는 사실과 맛이 없다는 사실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눈 딱 감고 꿀꺽 삼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챙이 피부에는 역겨운 점액이 있지만 독성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를 먹은 물고기에게 탈이 나지는 않았다.

TomCatX.jpg » 황소개구리 올챙이의 모습. 피부에서 역겨운 맛을 내는 점액을 분비해 포식자에 대비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황소개구리 올챙이가 포식자에게 맛이 없기는 이 양서류의 고향인 미국에서도 유명하다. 블루길을 이용한 실험에서 열흘을 굶어도 올챙이는 거들떠보지 않았고, 이 올챙이를 잘 먹는 것으로 알려진 큰입배스도 오래 굶주릴수록 잘 먹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맛없음은 물고기가 많은 곳에 사는 황소개구리 올챙이의 주요 방어 수단이다.
 
그렇다면 일부 지자체가 하는 것처럼 가물치나 메기를 풀어놓아도 황소개구리를 소탕하는 게 어려운 건 아닐까. 다른 먹이가 있으면 황소개구리는 거들떠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생태계 제어란 완전한 퇴치가 아니라 다른 토종 생물과의 균형을 가리킨다”고 했다. 일단 자연에 풀려나 침입종이 된 외래종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생태계가 망가져 황소개구리가 크게 번성한 지역에서는 다를 수 있다. 
 
충남 부여군 오덕지는 1㏊ 정도 크기의 저수지인데, 100마리가 넘는 황소개구리가 득실거린다. 유 교수는 후속 연구로 5년 전 이 저수지에 가물치와 메기를 모두 6마리 풀어놓았는데 황소개구리가 10마리 이하로 줄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 토종 육식어류를 풀어놓지 않은 인근의 다른 저수지에는 200~300마리의 황소개구리가 변함없이 우글거린다. 국립환경과학원도 2013년 조사에서 경북 문경시 먼갓저수지에 가물치가 많아진 뒤 많았던 황소개구리가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b4.jpg » 생태계가 교란돼 생물다양성이 낮은 곳에서 황소개구리가 폭발적으로 번성한다. 그런 곳에서는 토종 육식어종을 복원해 이를 억제할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유 교수는 “토종 물고기가 정상적으로 사는 곳이면 황소개구리가 문제가 될 정도로 번성할 수 없다”며 “교란된 습지에 가물치, 메기 등 토종 물고기를 복원해 종 다양성을 높이면 황소개구리를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태계가 안정되면 황소개구리의 위협도 줄어든다. 1970년대 도입된 이래 40년이 지나면서 황소개구리의 천적이 생겨났다. 환경부의 ‘황소개구리 감소 요인에 대한 연구’를 보면, 황소개구리 알은 잠자리 애벌레와 소금쟁이가, 올챙이는 백로, 해오라기, 논병아리, 물장군 등이, 성체는 누룩뱀, 무자치, 붉은귀거북, 너구리, 족제비 등이 잡아먹는다. 생물 다양성이 높은 곳에서 황소개구리는 피해를 일으키기는커녕 소중한 먹잇감이 된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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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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