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기준 강화만으론 맑은 공기 못 마신다

장영기 2017. 09. 20
조회수 6087 추천수 0
달성률 현저히 낮은데 기준만 강화하면 선언적 목표로 전락
WHO 수준으로 강화하되 구체적 달성목표 제시하고 소통해야

05748688_P_0-1.jpg » 미세먼지가 심한 날 한 시민이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바라보고 있다. 환경기준 강화에 앞서 정부의 대기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일 소통 대책이 중요하다.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몇 년 전부터 미세먼지 고농도 사태가 자주 발생하면서 계속 제기된 문제가 우리나라의 대기 환경기준이 선진국보다 너무 완화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되면서 선거공약에 “우리의 대기 환경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가기도 하였다. 최근 환경부도 우리나라의 대기 환경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제 대기 환경기준이 선진국 수준이 되면 우리의 대기 질도 선진국 수준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 제기와 대응 과정에서 환경 정보의 소통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민이 생각하는 대기 환경기준

우선 시민은 대기 환경기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사람들은 우리 대기 질의 정확한 실태를 알고 싶어 한다. 그것은 당연한 권리이고 우리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더욱이 본인이나 주변에 노약자나 호흡기 질환자가 있으면 대기 질은대기 질은 더욱 필요한 환경 정보이기도 하다.

air1.jpg » 단기기준과 비교해 이산화질소 오염도가 '좋다'고 표기한 서울 중구의 대기오염 전광판. 비교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주변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서 대기 질이 분명히 좋지 않아 보이는데도 정부의 대기오염 전광판과 대기환경지수는 보통이라고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관련 기사대기오염 전광판은 좋음인데 왜 숨쉬기가 힘들까 전광판 오염도는 왜 늘 기준치 이내일까).또한 대기오염 배출시설 사업장에서는 주변 대기 질이 환경기준치 이내이니 괜찮다는 얘기를 반복하니 사람들은 우리 대기 질 정보에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대기환경 기준을 알아보니 우리보다 엄격하고, ‘보통’ 이라던 우리의 대기질은 선진국의 기준을 적용하면 ‘나쁨’ 상태였다(■ 관련 기사무서운 미세먼지-모르는게 많아 더 무섭다 환경기준 이내라고 안전한 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대기 환경기준과 대기 질 정보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대기 환경기준

그렇다면 정부가 생각하는 대기 환경기준을 무엇일까? 정부의 대기 환경기준은 대기관리 정책의 행정 목표치이다. 대기 환경기준은 현재의 경제적 기술적 수준과 달성 가능한 수준을 검토하여 제시한 행정목표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을 편다. 따라서 대기 환경기준은 절대적 기준이 아니고 계속 보완 강화되어야 하는 기준치이다. 

사실 대기 환경기준은 1983년 도입된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새로운 대기오염물질이 추가되거나 기준을 수정 강화해 왔다. 정부로서는 현재의 대기 환경기준도 달성하지 못하는데 기준만 강화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최근 대기 환경기준 달성률은 미세먼지(PM10), 오존(O3), 이산화질소(NO2)의 경우 대기관리의 정책 목표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05563039_P_0.JPG » 곧 스모그의 계절이 찾아오면 시민들은 또 매일 미세먼지 오염도를 확인하며 불안한 일상을 보낼 수밖에 없다.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러한 상황에서 기준치를 더 강화하면 대기 환경기준은 현실적인 목표치라기보다 선언적 의미만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강화된 대기 환경기준을 적용하여 1년 365일 중 대부분의 날이 ‘나쁨’ 상태가 될 수 있다. 한편에서는 이처럼 매일 ‘나쁨’ 상태가 반복된다면 나쁜 대기 질에 대하여 오히려 무관심 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시민들이 대기 환경기준 문제를 제기할 때 출발점은 대기 질에 대한 정보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은 대기 질이 나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정부는 대기 질이 보통이라고 하고, 사업장에서는 환경기준 이내이기 때문에 주변에 문제가 없다고 대응한다. 시민들은 대기 환경기준이 인체 피해 기준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부는 정책 목표라고 생각한다. 결국 대기 환경기준 논란은 전형적인 환경 정보 소통 부족에서 발생하는 문제인 것이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제 대기 환경기준 논란이 환경 정보 소통의 문제라는 진단에 동의한다면, 우리의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우선 대기 환경기준을 둘러싼 시민과 정부의 정보 소통 간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 환경기준을 인체 피해를 고려한 세계보건기구(또는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여 인체 피해 수준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환경기준치를 강화하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05261103_R_0.jpg » 기준 강화와 함께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정부가 제시해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환경기준치 강화와 함께 대기 질 상황을 전달하는 정보체계 즉, 대기측정망 체계, 예·경보 체계와 전파수단, 대기오염 전광판 운영체계, 측정자료 공개 인터넷 시스템 등을 함께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경 정보 소통은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느냐가 생명이다. “괜찮다”는 안일한 대응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잃고 고통에 빠뜨렸는지 우리 모두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던가.

여기에 더하여 반드시 이행되어야 하는 것은 대기관리 정책의 목표치를 더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대기 환경기준치가 인체 피해를 고려한 강화된 기준이 되면 자칫 선언적 의미로 취급될 우려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궁극적 대기 환경기준과 별도로 경제적 기술적으로 달성 가능한 대기 질 목표치를 단계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의 형편없는 대기 환경기준 달성률을 보면 대기 환경기준이 행정목표라기보다는 이미 선언적 의미로 취급받아 온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부는 제시한 대기 질 목표치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 대책수단을 보여주고 언제까지 이를 달성할 수 있는지 정책 의지를 밝혀야 한다. 또한 안전한 대기 질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노력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 시민들과 계속 소통해야 한다.

장영기/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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