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이라 불린 광어의 고백 “나는 짝퉁”

조홍섭 2008. 11. 17
조회수 47464 추천수 0

양식장 ‘탯줄’로 검은 반점…20년전부터 방류
작년 8473만 마리…유전적 다양성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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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이라고 비싼 돈을 주고 사먹는 넙치(광어), 전복, 조피볼락(우럭) 등 횟감용 수산물의 상당수는 엄밀하게 따져 ‘반 양식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양식한 수산물을 자연산으로 속여 판다는 게 아니라, 바다에서 잡은 상당수 수산물이 자원을 늘리기 위해 풀어놓은 어린 고기가 자라 잡힌다는 뜻이다. 제대로 육성한 치어를 방류하지 않는다면 결국 수산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해쳐 지속가능한 수산자원 이용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1980년대 중반 남획과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으로 ‘바다가 비었다’는 비명이 나오면서 어린 물고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까지 20여년 동안 넙치, 조피볼락, 대하, 전복 등 41종 10억 마리를 이렇게 방류했다. 특히, 2003년부터는 어민과 지자체의 요구에 따라 방류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60억원을 들여 넙치 등 8473만 마리의 어린 고기를 풀어놓았다. 넙치는 어류 가운데 가장 먼저 방류가 시작됐고 방류량도 많아, 곳에 따라서는 바다에서 잡히는 넙치의 거의 대부분이 방류한 것으로 밝혀졌다.

 

넙치, 조피볼락, 대하, 전복 등 41종 10억 마리 풀어 

 

Untitled-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2.jpg정달상 국립수산과학원 방류종묘기술센터 박사팀이 <한국어류학회지> 가을호에 발표한 논문 ‘종묘 방류에 따른 넙치 지역집단의 유전학적 구조’를 보면, 2006~2007년 동안 전남 완도와 경남 거제 연안에서 어획된 넙치의 각각 95.8%와 88.9%가 방류한 새끼가 자란 것이었다. 이곳 바다에서 잡은 넙치 10마리 가운데 진짜 자연산은 1마리꼴로, 이대로라면 사람이 기르지 않은 자연산 넙치를 보는 것 자체가 힘들어질 전망이다. 강원 영덕과 충남 서천에선 방류 넙치의 혼획률이 각각 69%와 20%로 나타났다.

 

이들 네 곳은 모두 넙치 새끼를 방류해 온 곳이다. 넙치는 멀리 이동하지 않고 자신이 자란 곳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양식장에서 태어난 넙치는 먹이와 환경 영향 때문에 선천적으로 눈이 없는 배쪽에 검은 반점이 있다. 따라서 배쪽이 완전히 흰색인 자연산과 달리 양식 치어 상태로 방류한 넙치에도 검은 반점이 있다. 전문가들도 이런 차이로 바다에서 잡힌 넙치가 완전한 자연산인지 양식장 출신인지 가린다.

 

앞서 국립수산과학원이 치어 방류해역인 충남 보령~서천~어청도 위판장에서 2002~2004년 동안 조사한 결과에서도 방류 넙치가 잡힌 비율이 평균 32.3%로 나타났다. 또 거제 연안에서 방류 넙치의 혼획률은 1999년 85.8%, 2000년 77.5%, 2001년 91.4%, 2002년 90.2%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처럼 혼획률이 높은 이유를 “매년 20만 마리씩 1984년부터 방류해 왔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넙치 이외의 수산물에서도 양식산 혼획률이 울산 연안의 전복 85%, 부안군 위도 우럭 37%, 보령군 무창포 연안의 대하 32% 등이라고 밝혔다.

 

먹이와 천적 걱정 없는 환경 탓에 유전자 바뀌어 

 

일본은 우리보다 이른 1963년부터 치어방류를 시작했다. 2002년에 방류한 물량은 7600만마리로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며 주로 넙치와 도미류를 풀어놓는다. 그러나 일본의 양식산 혼획률은 넙치 12%, 참돔 10% 수준으로, 조사 시기와 지역마다 수치가 다르지만 우리나라보다 낮다. 일본에서도 치어 방류가 일단 어획량 증가에는 기여하지만 그것이 야생집단에 손상을 주지 않는 순 증가분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 정부는 양식한 어린 고기가 어획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방류 효과가 있는 증거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바다의 수산자원이 자연산이 아닌 양식산 종으로 채워지는 데 대해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차츰 높아지고 있다.

 

정달상 박사는 이 논문에서 “방류어의 혼획률이 높은 지역일수록 그곳에 서식하는 넙치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양식 종묘는 성장이 빠르거나 질병에 잘 견디는 개체를 골라 사육해 온 것이어서 야생종에 비해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진다. 이를 오랜 기간 대량 방류하면서 자연산이 지닌 유전적 다양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자연산 물고기는 천적을 피하고 거친 환경에 적응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쓴다. 반면 양식장에는 먹이와 천적 걱정이 아예 없다. 이런 다른 환경에 적응하면서 물고기의 유전자가 바뀌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연산에 비해 수조에서 기른 어류의 유전적 다양성은 넙치는 47.2%, 전복은 75%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첫 어미 여러 세대 걸쳐 계속 이용해 근친교배 등 문제  

 

122682238954_20081117.jpg국립수산과학원 한현섭 박사팀의 연구에서는 자연산 대하와 방류용으로 기른 대하 사이에 유전적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우리나라의 대하 집단은 생식적으로 격리되거나 지리적으로 분화된 독립 집단은 없고 모든 집단이 유전적으로 거의 유사하다”고 밝혔다. 만일 양식대하의 대량 방류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면, 특정한 질병 하나로 우리나라 대하가 궤멸될 가능성도 있다.

 

방류용 어린 고기의 유전적 다양성을 더욱 떨어지게 만드는 것은 부실한 관리이다. 우리나라의 방류용 넙치는 1980년대 처음 자연산을 인공수조에 순치시켜 개발한 어미를 여러 세대에 걸쳐 계속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박사는 “양식한 어린 넙치의 근친교배율은 국제적 기준의 2배 이상인 2.3%에 이른다”고 밝혔다.

 

충무에서 10년째 바다목장 연구를 하고 있는 명정구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생물자원연구부장은 “좋은 고기를 바다에 넣을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방류용 치어의 최저입찰제는 건강하고 좋은 새끼는 양식용으로 팔고 나머지 질이 떨어지는 고기를 방류용으로 파는 부작용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소중한 수산자원을 우리 후손까지 이용하려면 자연생태계의 유전적 다양성을 고려한 어린 고기를 방류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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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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