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 깨먹는 ‘거대 쥐’, 발견되자 ‘멸종’ 걱정

조홍섭 2017. 09. 29
조회수 13839 추천수 0
45㎝, 1㎏의 큰 몸집, 앞니로 견과류 먹어
솔로몬 제도서 벌목 때 1마리 발견, 멸종위기

r1_Velizar Simeonovski, The Field Museum.jpg » 솔로몬 제도에서 신종으로 발견된 거대 쥐 비카의 상상도. 벨리자르 시메오노프스키, 필드 박물관 제공.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의 반구누 섬 주민들은 숲 속 나무에 “코코넛을 먹는 아주 큰 쥐”가 사는 것을 알았다. 미국 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포유류학자 타이론 라버리는 2010년 주민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고 이 특별한 쥐를 찾아 나섰다. 이 섬에선 80년 전 신종 쥐가 발견된 적이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나 뉴기니에서 표류해 온 쥐가 수백만년 동안 고립돼 새로운 종으로 진화했다. 솔로몬 제도의 포유류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세계에서 오직 이 섬에만 산다.
 
그러나 쥐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라버리는 주민이 ‘비카’라고 부르는 이 쥐가 외래종인 곰쥐를 오인한 것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 2012년 곰쥐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엄청난 크기의 쥐 배설물을 발견한 뒤로는 생각이 바뀌었다. 
 
문제는 이 쥐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라버리는 “땅바닥에 사는 동물을 찾는다면 좌우와 앞뒤 2차원을 훑어보면 됩니다. 하지만 높이가 10m 가까운 나무에 사는 동물을 찾으려면 새로운 차원이 추가되지요.”라고 필드 박물관 보도자료에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r2_Tyrone Lavery.jpg » 벌목된 나무에서 떨어져 상처를 입은 상태로 발견된 거대 쥐의 유일한 표본. 타이론 라베리, 필드 박물관 제공.

2016년 행운이 찾아왔다. 상업적 벌목이 이뤄지던 곳에서 주민이 나무에서 떨어져 심한 상처를 입은 문제의 ‘비카’를 발견한 것이다. 라버리는 이 표본의 골격과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새로운 종의 솔로몬 쥐임을 과학저널 <포유류학> 최근호에서 밝혔다. 
 
‘우로미스 비카’(Uromys vika)란 학명을 붙인 이 쥐는 머리에서 꼬리까지의 길이가 45㎝에 무게는 1㎏에 이르렀다. 그는 이 쥐가 주민 말대로 코코넛을 깨 먹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날카로운 앞니로 코코넛 못지않게 단단한 지역의 견과인 ‘응갈리’에 구멍을 낸 증거는 있다고 밝혔다.

r3_Tyrone Lavery, The Field Museum..jpg » 주민들은 이 쥐가 코코넛을 깨 먹는다고 하지만 아직 증거는 없다. 대신 그와 비슷하게 단단한 견과류를 먹은 흔적은 있다. 타이론 라베리, 필드 박물관 제공.
 
r4.jpg » 거대 쥐의 두개골. 타이론 라베리, 필드 박물관 제공.

솔로몬 제도는 고립돼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종으로 진화한 다양한 동물이 산다. 라버리는 “비카의 조상도 홍수로 나무째 떠내려온 뗏목에 실려 이 섬에 표류했을 것이다. 섬에 도착한 뒤 본토와는 전혀 다른 종으로 진화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거대 쥐는 발견되자마자 멸종을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단 한 마리가, 그것도 벌목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될 정도로 이 동물은 희귀하다. 게다가 이 쥐가 주로 사는 카푸추나무는 불과 81㎢ 넓이에 분포하는데 상업적 벌목의 주요 대상이다.
 
이 쥐를 신종으로 보고한 논문은 그래서 이 동물을 가장 위험 등급이 높은 ‘위급’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했다. 논문 초록은 이렇게 적고 있다.
 
“지난 20년 이상 이 종이 존재하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그만큼 희귀하고 보기 힘들다. 좁은 분포 범위와 명백하게 낮은 개체 밀도, 그리고 반구누 섬에서 진행되는 급속한 상업 벌목을 고려할 때 이 종의 보전등급은 위급이라고 본다. 이 종에 대한 추가 조사와 지역 공동체 주도의 보전 사업이 시급히 요청된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avery, T. H.; Judge, H.; A new species of giant rat (Muridae, Uromys) from Vangunu, Solomon Islands, Journal of Mammalogy, gyx116, https://doi.org/10.1093/jmammal/gyx11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황새 무리 비행, 선두가 가장 편하다황새 무리 비행, 선두가 가장 편하다

    조홍섭 | 2018. 05. 25

    상승기류 오래 타고 날갯짓 적어 멀리까지 이동첫 몇 분 비행이 선두 결정…27마리 무선추적 결과장거리 이동하는 철새는 얼마나 에너지가 적게 드는 비행을 하는지가 생사를 가른다. 쐐기꼴 대열에서 바람을 가르며 나는 선두는 뒤따르는 새보다 ...

  • 하마 배설물은 강 생태계에 보물일까 재앙일까하마 배설물은 강 생태계에 보물일까 재앙일까

    조홍섭 | 2018. 05. 21

    물고기 주요 먹이지만 건기 오염 축적되만 ‘오염 폭탄’자연스런 현상이었지만 인위적 요인 겹치면 회복 불능몸무게가 1t이 넘어 아프리카에서 코끼리, 코뿔소와 함께 가장 큰 초식동물인 하마는 밤 동안 초원지대를 돌아다니며 하루에 50㎏에 이르...

  • 바퀴벌레 무서워? 당신 몸속에 ‘곤충 먹는 유전자’ 있다바퀴벌레 무서워? 당신 몸속에 ‘곤충 먹는 유전자’ 있다

    조홍섭 | 2018. 05. 18

    곤충 키틴질 겉껍질 분해 효소 유전자 4종 보유공룡시대 곤충 먹던 흔적, 모든 포유류에 남아곤충은 기후변화와 인구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유력한 미래 식량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사람의 곤충 먹기는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니어서 이미 세...

  • ‘침팬지 침대’는 사람 것보다 깨끗해~‘침팬지 침대’는 사람 것보다 깨끗해~

    조홍섭 | 2018. 05. 17

    매일 나무 위에 새로 짓는 둥지, 세균·벌레 축적 안 돼사람 집은 외부 생태계 차단…침대 세균 35%가 몸에서 비롯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 등 영장류는 공통으로 매일 잠자리를 새로 만든다. 침팬지는 나뭇가지를 엮어 받침을 만든 뒤 ...

  • 백두산호랑이 주 먹이는 멧돼지, 겨울엔 절반 차지백두산호랑이 주 먹이는 멧돼지, 겨울엔 절반 차지

    조홍섭 | 2018. 05. 16

    한국표범은 주로 사슴 사냥…두만강 건너 중국 동북부 조사 결과멧돼지와 사슴 주 먹이지만 호랑이는 반달곰, 표범은 수달도 사냥 한 세기 전만 해도 한반도 전역과 중국 동북부, 러시아 연해주에 걸쳐 3000마리 이상이 살았던 아무르호랑이(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