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땐 몸으로 뗏목 만들고 탑 쌓는 붉은불개미

조홍섭 2017. 10. 10
조회수 8300 추천수 1
수십만 마리가 100초만에 모여 방수 뗏목 만들어 수주일 이주
육지 닿으면 끊임없이 무너지고 재건하는 ‘살아있는’ 에펠탑 건조

an1.jpg » 끊임없이 무너지고 재건하면서 자기 몸길이의 30배 높이 탑을 유지하는 외래붉은불개미. 조지아공대 제공.

부산 감만부두에서 발견돼 물의를 빚고 있는 외래종 불개미(외래붉은불개미, Solenopsis invicta)는 원산지인 남아메리카에서 북아메리카를 거쳐 호주와 아시아로 퍼져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침입종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이 불개미를 ‘세계 100대 침입종’의 하나로 꼽았다. 사람에 의한 환경교란과 국제 물동량 증가가 근본 원인이지만, 이 생물 자체의 끈질긴 적응력도 이런 확산에 작용했다.
 
홍수가 잦은 범람원이 서식지인 이 불개미는 둥지에 물이 차오르면 ‘뗏목’을 만들어 떠다니며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기까지 장기간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침입종의 기본 요건인 장거리 이주 능력을 보유했다.

an2.jpg » 물에 떠있는 불개미 뗏목. 물상이 일거나 막대기로 밀어넣어도 흩어지지 않는 탄력과 점성을 보인다. 나탄 음롯과 팀 노워크 제공.

나탄 음롯 미국 조지아공대 기계공학자 등은 2011년 이 불개미가 홍수 때 무리를 이뤄 ‘방수 뗏목’을 형성해 이주한다는 사실을 과학저널 ‘미 국립 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불개미들은 불과 100초 안에 수십만 마리가 모여 마치 방수 실로 짠 것 같은 뗏목을 형성했다. 발톱과 턱, 그리고 끈끈한 발바닥으로 연결된 이 뗏목은 길게는 몇 주일 동안 다음 정착지에 도달할 때까지 떠다닐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뗏목 안쪽에는 여왕개미와 갓 태어난 애벌레와 알 등이 자리 잡는다(■ 관련 기사: 불개미, 여왕 모시고 공처럼 뭉쳐 '뗏목' ).
 
홍수에 떠내려가던 불개미 뗏목이 육지에 상륙한 직후 불개미 떼는 특이한 행동을 한다. 식물체를 기둥으로 삼아 종을 엎어놓은 모양의 탑을 형성하는 것이다. 조지아공대 연구자들은 탑을 쌓는 불개미의 집단행동을 분석해 과학저널 ‘왕립학회 공개과학’ 7월호에 관련 논문을 실었다.

an3.jpg » 미국 루이지애나 습지에서 풀에 걸린 불개미들이 임시거처로 탑을 세운 모습. CC록우드 제공.

불개미들은 턱과 발톱, 발바닥을 이용해 개미 길이의 30배 높이 탑을 쌓았다. 탑의 바닥에는 몇 개의 굴을 파 그곳에 소중한 여왕개미와 애벌레, 알을 보관했다. 연구자들은 불개미가 뗏목을 개미 길이의 2.5배 높이로 만들고, 그보다 높으면 무너져 내리는 것을 관찰했기에 어떻게 이렇게 높은 탑을 만드는지 궁금했다.
 
조사 결과 놀랍게도 이 탑은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었다. 탑을 이룬 개미들은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지만 동시에 계속 다시 짓고 있었다. 탑은 그 자체가 살아있는 구조물이었다. 불개미들이 아무런 사전 계획이나 지도자 없이 이런 구조물을 만드는 비결은 무얼까.
 
연구자들은 불개미들이 자기 체중의 2배 이상 하중이 걸리면 연결했던 부위를 푸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체였던 개미가 그 순간 액체처럼 바뀐다. 개미는 자기 체중의 3배까지 견딘다. 만일 30층 높이로 쌓인 개개의 불개미가 자기 체중의 2∼3배 무게를 똑같이 받는 구조라면 이런 높은 구조물이 가능해진다. 

a1.jpg » 각각의 불개미가 2마리 체중의 하중을 고루 받는 얼개. 불개미 탑의 기본 구조이다. S. 포네커 외(2017)

연구자들은 불개미 탑이 에펠탑처럼 각 부위에 가해지는 하중이 똑같은 구조임을 밝혔다. 탑의 중간에 있는 불개미도 다른 불개미와 똑같은 힘을 견디기만 하면 된다. 만일 그 이상이 힘이 가해지면 연결을 풀어 무너지면 된다. 규칙은 단순하지만, 결과적으로 끊임없이 무너지고 끊임없이 재건되는 살아있는 탑이 형성된다.
 
연구자들은 이런 탑이 빗방울과 강물을 피하고 지하에 항구적인 굴을 파기까지 집단을 보호하는 임시 거주지 구실을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자들은 또 “불개미의 탑은 사람 피부와 같은 다세포 시스템을 연상시킨다”며 “무리 지어 행동하는 소형 로봇을 제조하는 데 이 연구가 영감을 줄 것을 기대한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lot NJ, Tovey CA, Hu DL. 2011 Fire ants self-assemble into waterproof rafts to survive floods. Proc. Natl Acad. Sci. USA 108, 7669–7673. DOI:10.1073/pnas.1016658108
Sulisay Phonekeo, Nathan Mlot, Daria Monaenkova, David L. Hu, Craig Tovey, Fire ants perpetually rebuild sinking towers, Royal Society Open Science, Published 12 July 2017. DOI: 10.1098/rsos.170475

an2.jpg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송장벌레가 사체를 ‘유아식’으로 바꾸는 비밀송장벌레가 사체를 ‘유아식’으로 바꾸는 비밀

    조홍섭 | 2018. 10. 18

    분비물 발라 장내세균이 부패미생물 대체‘바이오 필름’ 덕분 9일 지나도 냄새 안 나송장벌레는 대표적인 곤충계 장의사이다. 곤봉 모양의 더듬이로 사체가 분해할 때 나오는 미세한 화학물질을 감지하면 곧바로 현장에 날아간다. 사체는 자손의 먹...

  • 꿀벌은 편애, 말벌은 증오? 1%가 낳은 ‘편견’꿀벌은 편애, 말벌은 증오? 1%가 낳은 ‘편견’

    조홍섭 | 2018. 10. 16

    녹지·공원 늘면서 급증…도심선 파리가 주 먹이, 사체 청소도생태계 건강 입증, 병해충 막는 기능도…피해 줄이는 관리 필요우리나라에서 사람에게 가장 큰 신체적 손해를 끼치는 동물은 말벌일 가능성이 크다. 반려동물 급증과 함께 개 물림 사고...

  • 바다 천덕꾸러기 해파리, 생태계 기초 식량 가능성바다 천덕꾸러기 해파리, 생태계 기초 식량 가능성

    조홍섭 | 2018. 10. 12

    펭귄, 다랑어, 뱀장어, 해삼…다양한 포식자가 먹어칼로리 낮지만 쉽게 잡고 소화 잘돼…’보릿고개’ 식량보름달물해파리만 잔뜩 걸린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민은 ‘바다는 비어가고 해파리가 그 자리를 채운다’고 한탄한다. 남획과 수질오염 등으로 물...

  • 고래처럼 턱 부풀려 사냥하는 심해 ‘풍선장어’고래처럼 턱 부풀려 사냥하는 심해 ‘풍선장어’

    조홍섭 | 2018. 10. 11

    아래턱에 펠리컨 닮은 자루 풍선처럼 부풀려 사냥태평양과 대서양서 잇따라 살아있는 모습 촬영 성공온대와 열대바다에서 가끔 어선에 잡히는 풍선장어는 수수께끼의 심해어이다. 75㎝ 길이의 몸은 길쭉한 뱀장어이지만 몸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 멸종 위기 수원청개구리, 5곳서 ‘지역 절종’ 사태멸종 위기 수원청개구리, 5곳서 ‘지역 절종’ 사태

    조홍섭 | 2018. 10. 11

    이대 팀, 3년 간 첫 전국조사 결과북부와 남부 서식지 분단, 멸종 재촉전국서 울음 확인 2510마리뿐, “논 지켜야”우리나라에는 두 종의 청개구리가 산다. 흔한 청개구리는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일본·러시아 등 동북아에 널리 분포하며 낮 동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