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의 줄무늬는 파리 때문에 생겼다

조홍섭 2012. 0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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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파리는 얼룩무늬 반사 빛을 가장 못 봐, 실험으로 증명

검은 줄이냐 흰 줄이냐 논쟁은 이미 끝나, 검은 바탕에 흰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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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에 물을 마시는 얼룩말. 줄무늬는 위장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사진=존 스토, 위키미디어 커먼스. 

 

얼룩말의 얼룩무늬가 어떻게 출현했는지는 과학계의 오랜 논쟁거리이다. 진화론의 아버지인 찰스 다윈과 자연선택 이론의 공동 발견자인 월러스는 ‘얼룩말이 물 먹으러 가는 어스름에 보면 얼룩무늬가 오히려 위장 효과를 낸다’고 주장했고 다윈은 ‘눈에 잘 띌 뿐’이라며 그 이론을 일축했다.
 

현재까지 얼룩무늬가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가설은 수없이 많다. 호랑이나 군복 무늬처럼 윤곽을 흐리게 해 위장 효과를 낸다는 월러스와 비슷한 주장도 있고, 검은 무늬는 쉽게 더워져 공기를 상승시켜 흰 무늬 부위로 이동하면서 작은 소용돌이가 일어나 체온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가설도 있다. 그밖에 체체파리나 사자의 눈에는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다거나 오히려 눈에 잘 띄어 무리를 쉽게 찾도록 해 준다는 설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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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도드라지는 얼룩말의 줄무늬.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최근 여기에 새로운 가설 하나가 추가됐다. 얼룩말의 얼룩무늬는 피를 빠는 말파리(쇠등에)를 피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란 것으로, 이번 것은 실험으로 입증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아담 에그리 헝가리 에트베스 대 박사 등 헝가리와 스웨덴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실험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얼룩말의 좁은 줄무늬가 말파리의 눈길을 끌지 않는 무늬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먼저 검은색과 갈색, 그리고 흰색 말을 대상으로 반사되는 빛의 특성을 살펴봤다. 그랬더니 검정과 갈색 등 짙은 색의 가죽에서 반사하는 빛은 수평 편광으로 드러났다.
 

빛이 수평면으로만 퍼져나간다는 것인데, 물 표면이 물을 반사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수평 편광은 말파리가 아주 좋아하는 빛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 이유가 물에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 말파리 생태에서 비롯한 것으로 설명했다.
 

반대로 흰색 모피에서는 편광이 아닌 모든 방향으로 빛을 반사했는데, 말파리가 훨씬 덜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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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무늬의 말 모형에 얼마나 많은 말파리가 이끌리는지를 실험하는 헝가리의 목장. 사진=가보 호바트.

 

그렇다면 얼룩말은 검은 말과 흰 말의 중간쯤으로 말파리를 끌어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연구진은 실험에 나섰다. 헝가리의 한 말 목장에서 실제 말 크기의 모형에 검은색, 흰색, 밤색, 여러 가지 간격의 줄무늬 등을 그려넣고 끈끈이를 붙여 말파리가 얼마나 들러붙는가를 조사했다.
 

스티커를 이용한 길거리 여론조사 비슷한 이 실험의 결과는 놀라웠다. 이틀 동안의 실험에서 검은색 모형에 562마리의 말파리가 붙은 데 비해 갈색엔 334마리, 흰색엔 22마리, 그리고 얼룩무늬 모델엔 8마리만이 붙었다. 얼룩무늬가 가장 적은 수의 말파리를 불러들인 것이다.
 

또 줄무늬의 폭이 좁을수록 해충이 덜 꼬이며, 실제 얼룩말의 무늬가 가장 말파리 눈에 덜 띄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줄무늬 띠의 폭에 따라 말파리 눈의 해상도가 결정되는데, 얼룩말의 무늬는 말파리의 눈에 거의 띄지 않는 폭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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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모형의 끈끈이에 붙은 말파리. 사진=가보 호바트. 

 

논문은 “피를 빠는 곤충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가죽의 줄무늬가 아프리카에서 아마도 큰 선택 압력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얼룩무늬가 있는 개체가 그렇지 않은 개체를 진화 경쟁에서 물리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말파리의 분포가 제한적이고, 다른 아프리카 동물들은 얼룩무늬를 진화시키지 않은 점 등 ‘파리 가설’의 허점도 드러나고 있어 얼룩말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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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줄무늬는 눈에 거슬리는데, 짙은 놈은 맛좋게 보이는 걸" 사진=<실험 생물학>. 

 

한편, 얼룩말이 흰 바탕에 검은 줄이 나 있는 건지 아니면 검은 바탕에 흰 줄이 난 것인지는 이미 후자가 옳은 것으로 논쟁이 마무리됐다.
 

얼룩말의 태아는 검은 피부를 가졌으며 출산 전에 흰 줄이 발현된다. 유전적으로 검은색을 나타내는 스위치는 항상 켜져 있으며 흰색이 되려면 스위치를 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검은색이 정상 상태이며, 말들의 조상은 짙은 빛이었음을 암시한다.
 

■ 기사가 인용한 원문 정보 
Adam Egri, Miklos Blaho, Gyorgy Kriska, Robert Farkas, Monika Gyurkovszky, Susanne Akessonand Gabor Horvath
Polarotactic tabanids find striped patterns with brightness and/or polarization modulation least attractive: an advantage of zebra stripes
J Exp Biol 2012 215:736-745.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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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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