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호랑이는 멸종하지 않았다

조홍섭 2012. 0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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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호랑이, 별도 아종 아닌 아무르호랑이와 같은 아종 밝혀져

통일 되면 한반도도 호랑이 서식권역 편입, 아무르호랑이 보존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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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호랑이 수컷의 모습.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단군 신화부터 프로 야구팀의 마스코트까지, 호랑이 만큼 한국인의 의식 깊숙이 자리잡은 동물은 없다. 민속학자 천진기씨는 “우리 조상은 이런 호랑이를 좋으면서 싫어하고, 무서워하면서 우러러보았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호랑이의 나라’를 자처하면서도 이 땅에서 호랑이가 사라진 지는 한 세기를 바라본다.
 

1980년 한 석간신문이 서울대공원에서 벵골호랑이를 찍은 거짓 제보 사진을 ‘한국산 호랑이가 57년만에 나타났다’고 섣불리 보도한 오보 사건도, 한국 호랑이가 없는 허전함과 호랑이를 되찾고 싶다는 염원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호랑이 발자국이나 포식 잔해에 대한 제보가 아직도 끊이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최근 이항 서울대 교수팀이 발표한 ‘한국호랑이와 아무르호랑이는 같은 아종’이라는 발표는 다시 한 번 우리 의식 속의 호랑이 향수를 깨웠다. 이 발표는 애초 한국호랑이란 것 자체가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한국호랑이는 아직 살아있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그 내막을 알아보자.
 

한국범의 서식지.JPG 호랑이 분포 변화_이항 서울대 교수 제공.JPG

▲아무르호랑이 분포 지역(왼쪽). 극동 러시아에만 400여 마리가 남아있다. 오른쪽은 1900년(붉은색)과 1990년(녹색) 호랑이 분포 지역 비교.

 

먼저 한국호랑이에 대한 개념정리. 현재 호랑이에는 6가지 아종이 있는데, 극동러시아와 중국 동북지방에 서식하는 아종을 흔히 시베리아호랑이라고 한다. 하지만 서식지가 시베리아와 무관한 이 아종을 러시아와 국제 학계는 ‘아무르호랑이’라고 부르며 중국은 ‘동북호’를 고집한다.
 

문제는 이 호랑이의 주요 서식지 가운데 하나였던 한반도 개체의 정체가 무어냐는 것이다. 독일학자 브라스는 1904년 아무르호랑이 가운데 한반도에 서식하는 호랑이가 ‘줄무늬가 뚜렷하고 붉은 색을 띠며 작지만 매우 아름다운 가죽을 지닌다’며, 별개의 아종인 ‘한국호랑이’로 분류했다.
 

이 분류는 1965년까지 유지되다가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별다른 검토 없이 한국호랑이를 아무르호랑이에 편입시키면서, 이미 남한의 야생에서 사라진 한국호랑이는 이름마저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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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와 함께 있는 아무르호랑이.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이항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학계의 숙제를 뒤늦게 한 셈이다. 한반도의 호랑이는 극동러시아와 중국 동북부, 그리고 한반도를 넘나들던 유전적으로 동일한 집단의 하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호랑이란 실체가 없어지지만 동시에 한국호랑이가 아직 멸종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된다. 아무르호랑이가 한반도에 돌아오면 한국호랑이가 복원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스피호랑이는 1815년 멸종했지만 유전적으로 아무르호랑이와 매우 가까와 아무르호랑이를 이용한 복원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이항 교수는 아무르호랑이가 우리에겐  ‘호랑이 카레이스키’라고 했다. 우리가 러시아의 고려인을 돌봐야 하는 것처럼 아무르호랑이를 한국호랑이처럼 지켜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최근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을 재정비하면서 멸종한 다른 동물은 보호종에서 제외하면서도 호랑이를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에 유지시킨 데엔 이런 고려가 있었을 터이다.
 

아무르호랑이는 1940년대 20~30마리까지 줄어 절멸 직전에 몰렸으나 국제적인 보호운동에 힘입어 현재 400여 마리가 남아있다. 이 호랑이를 구한 것은 호랑이와 아무 인연도 없는 네덜란드, 미국 등 선진국 사람들이었다.
 

국제적인 아무르호랑이 보호단체인 티그리스재단 홈페이지의 후원자 명단을 보면, 미국 동물원 27곳과 유럽 동물원 18곳이 후원자로 나와 있다. 후원액도 네덜란드 정부 12만 달러, 영국 동물학회 2만6000달러 등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한국범보존기금이 2004년부터 해마다 약 2000달러를 모금해 보내고 있다. 지난해엔 후원금이 늘어 4000달러가 됐지만 소수의 관심 있는 후원자가 참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잡힌 한국호랑이_엔도 키미오 제공.JPG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마지막으로 잡힌 한국호랑이. 사진=인도 키미오. 
 

한국호랑이가 아무르호랑이와 한 핏줄로 드러났지만 기후와 지형이 다른 한반도 호랑이가 러시아의 호랑이와 꼭 같은 수는 없다. 특히 기록을 보면 한반도에는 중국과 러시아보다 훨씬 많은 호랑이가 고밀도로 분포했다. 일제의 ‘해수구제사업’이 진행된 1919~1924년의 6년 동안 잡아 죽인 호랑이만 65마리에 이르는 것은 한반도의 마지막 호랑이 집단이 적지 않은 규모였음을 보여준다.
 

또 한반도 호랑이가 깊은 산보다는 먹이가 많은 초지와 늪지대에 많이 살았고 특히 섬과 해안에 높은 서식밀도를 나타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한국호랑이 표본이 남아있는 목포 유달초등학교의 한국호랑이도 1908년 영광 불갑산에서 잡힌 것이고, 1924년도 전남도에서만 6마리의 호랑이가 포획됐다는 기록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결국 유전적으로 동일할지라도 한국호랑이는 아무르호랑이와 미세한 차이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의 연구가 밝혀야 할 과제이다.

 

언젠가 통일이 되고 환경을 복원하면 아무르호랑이는 한반도 남쪽까지 올 수 있다. 그날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아무르호랑이, 아니 한국호랑이를 보존하는데 손을 보태는 일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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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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