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높이로 나는 줄기러기 파주에
주서식지와 월동지 벗어나 다른 기러기 무리에
캐나다기러기도 함께 비행 확인, 행운은 겹으로

세계에서 최고로 높이 나는 새인 줄기러기를 지난 10월 25일 파주평야에서 운좋게 만났다. 2003년 처음 본 이후로 14년 만이다. 거기에다 행운은 겹으로 왔다. 다음날은 캐나다기러기가 줄기러기와 함께 있는 장면도 눈에 들어왔다.

줄기러기는 러시아 남동부나 중국 서부 등 중앙아시아에서 분포하여 번식하고 인도 북부와 미얀마 북부지역에서 월동하는 새이다. 예상 못한 환경변화의 영향으로 원래의 서식지나 이동 경로에서 벗어나 우리나라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줄기러기는 쇠기러기와 큰기러기 무리 속에서 태연하게 활동하며 다른 기러기들이 접근을 못 할 정도로 기세가 등등하다. 성격이 일반기러기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줄기러기는 쇠기러기와 몸집이 비슷하여 쇠기러기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인도기러기라고도 불리는 줄기러기는 세계의 지붕이라는 히말라야산맥 을 넘어서 이동하는 철새다. 최고 7290m까지 올라 비행한다. 줄기러기는 주서식지와 월동지를 2개월에 걸쳐 오가는데, 실제로 줄기러기가 히말라야 산맥을 넘을 때는 8시간 만에 주파한다고 한다.


너무 고산이어서 바람을 이용할 수도 없다. 날개의 근력만을 이용해서 넘는다. 공기가 희박한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 새들은 엄청난 에너지와 인내심을 가진 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여행을 1년에 2번 거뜬히 해치운다.


산소가 희박하고 추위도 극심한 고산지대를 새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는 수수께끼였는데 소형 무선 추적 장치 덕분에 그 비밀이 일부 밝혀졌다. 찰스 비솝 영국 방고르대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몽골에서 줄기러기 7마리의 몸속에 소형 추적장치를 이식했다.

새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1년 뒤 제거된 이 장치는 기러기의 심장 박동수, 가속도, 체온 등을 측정해 이 새가 어떤 고도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생리적인 상황은 어떤지를 기록했다.

이제까지는 줄기러기가 고원지대를 만나면 고도를 높인 상태에서 산악지대를 통과한 뒤 고도를 낮춘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측정기록은 달랐다. 이 기러기들은 높은 산을 오르내리며 지형을 따라 비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줄기러기는 몸길이 72cm, 몸무게 2∼2.9kg의 철새이다. 전체적으로 밝은 청회색이다. 몸 윗면의 깃 가장자리는 흰색이다. 머리는 흰색이며 뒷머리에 검은 가로 줄무늬가 2개 있고 그 중 한 개는 눈과 연결 돼있다.

앞목과 뒷목은 검은색, 옆목은 흰 선이 길게 세로로 그어져 있다. 앞목은 윗부분이 특히 어둡고 아랫부분은 가슴과 거의 같은 색으로 밝게 보인다. 부리와 다리는 주황색이다. 날 때 첫째날개깃과 둘째날개깃이 검은색으로 보인다. 어린 새는 눈앞에서 부리 기부까지 회색 줄무늬가 있다. 앞이마는 흰색, 정수리에서 뒷목 아래까지 균일한 어두운 회갈색이다. 다리와 부리는 성조보다 색이 엷다.

줄기러기와 함께 목격된 캐나다기러기는 일화도 많다. 영화 ‘아름다운 비행’에 나온 기러기가 이 종류다. 1995년에는 알레스카 엘멘도르프 리차드슨 기지 근처에 살던 2700마리의 캐나다기러기떼가 E-3를 추락시켰다. US 에어웨이즈 1549편 불시착 사고를 일으킨 버드 스트라이크의 주범도 캐나다기러기다. 우리나라에서는 희귀한 겨울철새로 다른 기러기류와 함께 드물게 찾아온다.

캐나다기러기는 쇠기러기와 흡사하고 얼굴과 다리색만 다르다.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분간하기가 무척 어렵다. 캐나다기러기는 약 70cm 정도의 크기이다. 머리와 목은 검은색이며, 얼굴 눈 뒤에 아래로 향하는 흰색 반점이 있다. 등은 흑갈색이며, 깃 가장자리는 엷은 갈색이다. 아랫배 뒤쪽은 흰색이다.

다리는 검은색이고 개체에 따라 아랫목과 가슴 사이에 흰색이 있는 종과 없는 종이 있다. 머리와 목이 검은색이며, 눈 뒤에 흰색 반점이 있어 다른 기러기류와 구분된다. 북극지방과 캐나다, 미국 북부에 널리 분포해 있다.
글·사진 윤순영 /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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