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양이는 사람보다 하루 먼저 지진 느낀다

조홍섭 2017. 11. 16
조회수 14704 추천수 0
하루 전 안절부절못하고 주인에 들러붙어
지진 1∼3주 전부터 젖소 짜는 우유량 줄어

GettyImages-155217129-1.jpg » 지진이 임박해서 목격되는 동물의 이상행동 가운데 가장 흔한 것 중 하나는 개가 공포에 사로잡혀 크게 짖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개나 고양이가 안절부절못하거나 젖소에서 짜는 젖의 양이 갑자기 줄어드는 현상이 곧 닥칠 지진의 전조로 주목받고 있다. 지진을 앞둔 동물의 다양한 이상행동 가운데 반려동물의 행동은 늘 관심의 대상이고, 젖소의 착유량은 일상적인 측정 대상이어서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과학으로도 지진이 언제, 어디서, 어떤 강도로 일어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몇 초라도 일찍 재앙을 내다본다면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어 일찍부터 지진의 전조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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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은 지반이 대규모로 이동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지진으로 나타나기 이전에 미묘한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일으킨다. 전자기파, 전리층 반사파, 라돈가스 등이 지진이 일어나기 몇 주 전부터 관측된다는 연구가 있지만, 아직 지진 예측에 쓰이지 못하고 있다. 
 
예전부터 지진 전조로 관심을 모든 것은 좀 더 큰 현상인 이상한 소리와 빛, 구름, 지형 변화, 지하수 움직임 등과 함께 동물의 이상한 행동이었다. 지진을 앞두고 두꺼비가 떼로 나타났다거나 메기가 이상행동을 보이고 안 보이던 심해어가 출현하는 등 동물의 특이한 동태가 주목됐지만, 일회성인 데다 원인이 따로 있는지가 불확실해 현재로선 지진 예측의 도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

pic42wg7lq5.jpg » 2008년 5월10일 쓰촨성 대지진 이틀 전에 목격된 두꺼비의 대이동 모습. 그러나 지진 전조 행동인지는 불확실하다.

동물의 이상행동 가운데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이다. 이소희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박사팀이 국내·외 동물의 이상행동 목격 사례 739건을 분석한 결과 포유류(51%), 어류(20%), 조류(19%)가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포유류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고양이와 개였다. 지난해 12월 ‘한국 재난정보학회 논문집’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그 이유로 “사람들과 생활 터전을 함께하고 장시간 교감하는 애완동물의 이상행동을 목격하는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동물의 이상행동이 목격된 재난은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뒤 대규모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 야마우치 히로유키 일본 아자부 수의대 동물학자 등은 2014년 과학저널 ‘동물’에 실린 논문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했는데, 개 소유자 1259명 중 236명(18.7%), 고양이 주인 703명 중 115명(16.4%)이 이상행동을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절부절못하고 주인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행동이 개와 고양이 모두에서 가장 흔했다. 고양이는 숨거나 도망치기도 했다.

GettyImages-492573032-1.jpg » 고양이와 개의 행동은 사람이 늘 지켜보기 때문에 이상행동을 감지하기가 쉽다. 지진을 앞둔 고양이는 숨거나 시끄럽게 야용거리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고베 지진 전 24시간 동안 가장 흔했던 이상행동도 개의 경우 크게 짖기, 공포에 사로잡히기, 주인 물기 등이었다. 고양이는 숨기, 안절부절못하기, 병적으로 야옹거리기, 새끼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기, 높은 나무에 오르기, 사라지기 등의 이상행동을 자주 보였다. 이런 행동의 80%는 지진 하루 전에 목격됐다.
 
개와 고양이는 사람보다 청각과 후각이 매우 뛰어나다. 청각만 해도 사람은 1만7000㎐까지 듣지만 개는 4만4000㎐, 고양이는 7만9000㎐도 들어 초음파를 감지한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 지층의 미세한 균열, 지하수위 변동, 진동, 방출된 가스, 기업과 중력의 변화, 지반의 변형 등을 이들 동물이 느끼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지만,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milk.jpg » 동일본 대지진 직전 석 달 동안 지역별 착유량 변화. 지진 1주일 전부터 진앙에서 가까운 이바라키(굵은 선), 가나가와(점선), 시즈오카(가는 선) 순서로 착유량 감소가 두드러진다. 야마우치 외(2014).

이상행동은 아니지만, 지진의 전조로 최근 주목되고 있는 것이 젖소의 우유 생산량 변화이다. 야마우치 등의 연구에서 진앙으로부터 거리가 다른 세 지역의 우유 생산 자료를 비교한 결과 진앙에서 가까울수록 착유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젖 짜는 양은 지진이 발생하기 6일 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고 나흘 동안 계속됐다. 야마우치 등은 지진 10개를 대상으로 추가 연구한 결과 착유량 감소가 지진 3주 전에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를 3월 발표하기도 했다.
 
젖소 말고도 주목되는 것은 지속해서 관찰이 이뤄지는 실험동물이다. 일본 오사카대학에서는 고베 지진 전날 쥐들의 활동이 급격히 늘었다는 보고를 했다. 반대로 중국에서는 쓰촨 성 지진 발생 3일 전부터 실험 쥐들의 활동이 급격히 줄었다.
 
이처럼 동물이 임박한 지진을 감지한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나지만 이를 실제로 활용할 만큼 이해한 것은 아니다. 이소희 박사팀은 지난 3월 발표한 논문 ‘동물 이상행동과 지진 전조 가설검증 연구동향 및 한계점’에서 “동물 이상행동이 대형 재난 발생과 어떠한 연관이 있다는 것은 다수 과학자의 공통된 견해”라며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적 가설의 실증 검증이 어려운 것 또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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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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