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비둘기 50억마리는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조홍섭 2017. 11. 17
조회수 10499 추천수 1
수수께끼 같은 100년전 멸종사
1860년대 이후 30년만에 몰락
수렵꾼 사냥만으론 설명 안돼
“번식에 필요한 규모 무너진 탓”
‘개체수 많아도 멸종 가능’ 새 가설


Rene O'Connell2-1.jpg » 여행비둘기의 멸종은 인간의 교란이 아무리 개체수가 많은 종도 위협에 빠뜨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덴버 자연 및 과학 박물관의 여행비둘기 표본. 베일리 도서관 및 아카이브 제공.


1914년 미국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마사’란 이름의 29살 난 여행비둘기가 죽었다. 북아메리카,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30억∼50억 마리의 개체수를 자랑하던 생물종이 지구에서 사라졌다. 미국 미시간주 페토스키에서만 한 해에 300만 마리를 잡았던 종이 불과 36년 만에 자취를 감춘 것이다. 그런데 멸종 이후 100년이 지났지만 원인이 무엇인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멸종의 아이콘인 여행비둘기가 왜 사라졌는지를 아는 것은 생물종 보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Depiction of a shooting in northern Louisiana, Smith Bennett, 1875-1.jpg » 1875년 미국 루이지애나 북부에서 지나가는 여행비둘기를 사냥하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 스미스 베넷,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장엄한 새

해마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가창오리 30만 마리가 저녁 하늘에서 펼치는 군무는 장관이다. 그러나 여행비둘기는 그보다 1만배나 많았다. 미국의 조류학자이자 화가인 존 오듀본은 1838년 낸 책 ‘아메리카의 조류’에서 생생한 관찰기를 남겼다. 그는 “여러 번 봤지만 볼 때마다 이게 사실인가 싶게 엄청나게 많았다”며 “여행비둘기가 날아오르면 일식 때처럼 하늘이 어둑해졌고 천둥 같은 날개 치는 소리에 넋이 빠졌다. 배설물이 진눈깨비처럼 떨어져 내렸다”라고 적었다. 그는 여행비둘기 무리가 거대한 뱀처럼 하늘 위에서 꿈틀거리며 사흘 동안 머리 위로 지나간 일도 있다고 밝혔다. 배설물이 발목까지 빠지는 잠자리에서 이들이 나뭇가지에 겹겹이 내려앉으면 무게를 이기지 못한 가지가 여기저기서 부러졌다. 그는 “장엄하고도 멋진, 그리고 거의 두려운 광경이었다”라고 썼다.

murray2HR-1.jpg » 여행비둘기 암·수 표본. 캐나다 온타리오 박물관에 소장된 것이다. 브라이언 보일,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 제공.

남획의 역사

이렇게 많던 새가 어떻게 한 세대 만에 마지막 한 마리까지 없어졌을까. 당시 사람이 이 새에게 한 일을 돌이켜 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미국 동부에서 너도밤나무 열매와 참나무 도토리가 많이 열린 숲을 찾아 이동하는 이 새는 이동 경로와 잠자리에서 온갖 방법을 동원한 사냥의 대상이었다. 총질 한 번에 여러 마리가 떨어졌다. 잠자리에서는 황을 피워 질식한 비둘기를 통에 쓸어 담았다. 미처 거두지 못한 비둘기는 돼지를 풀어먹였다. 그물을 이용한 덫을 쳐 한 번에 800마리를 산 채로 잡아 사격 연습장의 표적으로 팔기도 하고, 맛이 좋은 어린 비둘기를 잡기 위해 둥지가 빽빽한 나무를 베어내기도 했다. 
 그런데도 여행비둘기는 여전히 많았다. 오듀본은 “이런 잔혹한 대량살육을 보면 이 종은 곧 끝장나겠구나 생각하겠지만 오랜 관찰 결과 새는 오히려 늘었다”고 했다. 그러나 1860년대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전신이 발명되자 여행비둘기의 이동 경로와 잠자리 정보가 빠르게 알려졌고, 철도가 확장되자 상업적인 대량 수송과 판매가 가능해졌다. 1907년 뉴욕시는 이 비둘기를 사격장의 산 표적으로 쓰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이미 그때 이 새는 이미 사실상 멸종의 길에 접어들었다.

2 July 1881 edition of Frank Leslie’s Illustrated News-1.jpg » 덫을 이용해 여행비둘기를 한 번에 800마리까지 잡는 법을 그린 1881년 7월 2일 ‘프랭크 레슬리의 그림 뉴스’ 삽화. 이렇게 잡은 비둘기는 사격연습장의 산 표적으로 썼다.

수많은 멸종 원인 가설

여행비둘기는 사람이 한 종을 파괴한 너무나 명백한 사례였다. 하지만 수수께끼가 있다. 개체수가 줄어 상업성이 떨어졌는데도 어떻게 그렇게 급속하게 멸종했는가였다. 사냥만으로 그토록 빨리 멸종을 시킬 수 없다면 다른 요인을 찾아야 했다. 질병설, 폭풍설, 심지어 남미로 집단이주했다가 몰살했다는 설까지 나왔다. 영국 생물학자 할리데이는 1980년 주목할 논문에서 여행비둘기 종 자체의 생물학적 특성에서 멸종원인을 찾았다. 그는 이 새가 번식에 성공하려면 최소한의 집단 규모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것이 무너지면서 번식률 저하로 멸종했다고 주장했다.
 여행비둘기 멸종 100돌을 맞은 2014년 최신 분자유전학으로 무장한 대만 연구자들은 게놈 분석을 통해 할리데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를 ‘미 국립 학술원회보’(PNAS)에 실었다. 여행비둘기는 과거에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19세기 중반까지 폭발적으로 번성하다가 다시 감소하던 차에 사람의 교란이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다. 여행비둘기의 유전 다양성이 큰 개체수에도 극도로 낮은 것은 한때 집단이 매우 작게 움츠러든 결과로 보았다.

Rene O'Connell-1.jpg » 미국 덴버 자연 및 과학 박물관의 여행비둘기 표본. 베일리 도서관 및 아카이브 제공.

과도한 자연선택 가설

여행비둘기 개체군 자체의 불안정성이 멸종의 원인이라는 가설은 최근 새로운 반론에 부닥쳤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17일 표지 논문에서 과학자들은 여행비둘기에 자연선택이 너무나 효율적으로 작동한 결과가 멸종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개체수가 많은 생물종은 유전 다양성이 높고 잘 멸종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넓은 지역에 많은 개체수가 살면 다양한 서식환경에 적응하면서 환경변화에 잘 대응한다”며 “그러나 개체군이 크다고 꼭 유전 다양성이 풍부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듀본 그림.jpg » 거대한 무리로 사는 데 너무나 잘 적응한 나머지 멸종했다는 가설이 나온 여행비둘기. 오듀본의 그림이다.

샤피로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터크루스 캠퍼스 교수 등 연구자들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여행비둘기가 지난 2만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대한 집단을 유지해 왔다고 밝혔다. 큰 집단임에도 유전 다양성이 낮은 이유로 연구자들은 이동성이 뛰어난 여행비둘기의 유익한 돌연변이의 확산과 해로운 돌연변이의 퇴출이 매우 신속하게 이뤄졌기 때문으로 보았다. 다시 말해 거대 규모의 생활습성에 맞게 포식자 회피, 먹이 찾기, 짝짓기 등을 최적화했는데 남획으로 무리가 작아지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연구자들은 “개체군이 크고 안정적인 종일지라도 급격한 환경변화 앞에서는 멸종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가 생물종 보전에 주는 교훈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emma G. R. Murray et al, Natural selection shaped the rise and fall of passenger pigeon genomic diversity, Science, 17 NOVEMBER 2017 • VOL 358 ISSUE 6365, DOI: http://science.sciencemag.org/cgi/doi/10.1126/science.aao096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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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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