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꼴 거북 등딱지, 뒤집혔다 쉽게 일어나려 진화

조홍섭 2017. 12. 05
조회수 8623 추천수 1
'진화 실험실' 갈라파고스서 최신 진화 연구 성과
육지 거북 진화 새 가설, 다윈 핀치 신종 출현

안장형.jpg » 갈라파고스의 건조한 저지대에 서식하는 안장형 등딱지를 지닌 육지 거북. 이런 독특한 형태가 출현한 이유에 관한 새로운 가설이 나왔다. 일레니아 키아리 제공

거친 용암 지대 사는 안장형 거북
 
에콰도르에서 1000㎞ 떨어진 적도의 섬 갈라파고스에서는 ‘살아 있는 진화 실험실’이란 별명처럼 찰스 다윈이 방문한 이래 진화와 생태 연구가 계속됐다. 최근 이곳의 거대한 육지거북과 ‘다윈 핀치’의 진화에 관한 눈에 띄는 연구가 나왔다.
 
320만년 전 남아메리카에서 떠내려온 거북 한 종이 이 섬에 도착한 뒤 환경에 적응하면서 섬마다 다른 16종으로 분화했다. 갈라파고스땅거북은 등딱지의 모양에 따라 안장형과 돔형으로 나뉜다. 등딱지가 바가지를 엎어놓은 것 같은 돔형은 덩치가 큰데, 습하고 먹이가 풍부하지만 추운 고지대에 산다. 

돔형.jpg » 등딱지가 돔 형태인 갈라파고스땅거북. 덩치가 크고 고지대 습한 곳에 산다. 일레니아 키아리 제공

건조한 저지대에 사는 안장형 거북은 등딱지 앞부분에 구멍이 크게 뚫려 있어 긴 목을 뻗어 키 큰 부채선인장 잎을 먹을 수 있다. 이제까지 지배적 가설은 안장형 거북은 먹이가 부족한 건조지대에서 선인장 잎을 먹느라 다리가 길고 목을 길게 뺄 수 있도록 등딱지 앞이 열린 형태로 진화했다는 것이었다.
 
일레니아 키아리 미국 사우스앨라배마대 생물학자 등은 새로운 가설을 내놨다. 먹이 못지않게 뒤집힌 거북이 몸을 쉽게 일으키도록 안장형 거북이 진화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89마리의 거북 등딱지를 3차원으로 재구성해 분석한 결과 안장형 거북은 돔형에 견줘 뒤집힌 몸을 일으켜 세우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자연 상태에서 안장형 거북의 최대 사인은 건조지대의 거친 용암 지대에서 균형을 잃고 뒤집혀 말라 죽거나 굶어 죽는 것이다. 몸을 세우기 위해 안장형 거북은 긴 목을 수직으로 세워 땅을 밀치고 다리를 허우적거려 몸을 뒤집는다. 목을 길게 뺄 수 있도록 안장 모양으로 등딱지가 진화한 것은 선인장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뒤집힌 몸을 쉽게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실제로 가뭄이 심해 먹을 것이 없을 때를 빼고 부채선인장은 안장형 거북이 마지막으로 먹는 먹이”라고 밝혔다.
 
2세대 만에 다윈 핀치 신종 탄생

P. R. Grant.jpg » 1981년 다프네섬으로 날아든 핀치 한 마리가 새로운 종으로 진화했다. ‘빅버드’로 이름 지어진 신종 핀치. 피터 그랜트 제공

한편 갈라파고스 제도에는 본토에서 온 한 종이 환경에 적응해 18종으로 분화한 새, 다윈 핀치도 산다. 이 제도 안의 대(大)다프네섬에서 40년 동안 현장 연구를 해온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인 피터 그랜트와 로즈메리 그랜트 등은 1981년 이 섬에 날아온 낯선 핀치가 섬의 핀치와 잡종을 이룬 뒤 새로운 종으로 분화했다고 보고했다.
 
1981년 무슨 이유에선가 100㎞ 떨어진 에스파뇰라섬에서 날아온 선인장핀치가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눌러앉아 자생하던 중간땅핀치와 짝짓기를 했다. 노랫소리와 몸집이 다른 이 잡종은 다른 핀치와 섞이지 않고 30마리로 불어났고, 유전자 분석으로 독립적인 종으로 확인됐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Ylenia Chiari et al, Self-righting potential and the evolution of shell shape in Galápagos tortoises, ScientIfIc Reports 7: 15828, DOI:10.1038/s41598-017-15787-7

S. Lamichhaney et al. Rapid hybrid speciation in Darwin's finches, Science, 10.1126/science.aao4593 (20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열파 5일 노출 딱정벌레, 정자 75% 감소열파 5일 노출 딱정벌레, 정자 75% 감소

    조홍섭 | 2018. 11. 16

    기후변화 위협 실험으로 증명…후대까지 영향 나타나도시 대기오염도 곤충 생장 억제, 식물 방어물질 증가기후변화로 폭염 사태가 세계적으로 잦아지면서 생태계 파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생물 다양성이 낮아지고 생물량이 줄어드는지는...

  • ‘현상금’ 붙은 귀신고래, 연어 그물에 걸려 사라질라‘현상금’ 붙은 귀신고래, 연어 그물에 걸려 사라질라

    조홍섭 | 2018. 11. 15

    핵심 서식지 사할린 북동부에 대형 정치망 400틀 설치전체 200마리 “위험 매우 커”…19%가 한번 이상 그물 걸려 귀신고래는 이름만큼이나 이야기가 많이 얽혀있는 고래다. 무엇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2008년 “사진으로 찍으면 500만원, 그물에...

  • 5m 거대 철갑상어, 양쯔강서 댐 건설로 멸종 위기5m 거대 철갑상어, 양쯔강서 댐 건설로 멸종 위기

    조홍섭 | 2018. 11. 13

    한국 등 동아시아 살던 세계 최대 철갑상어, 성체 156마리 남아유일 번식지 양쯔강 서식지 감소·수온 상승…“10∼20년 안 멸종”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게 자라는 민물고기는 잉어나 메기가 아니라 철갑상어다. 최대 5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이 ...

  • 북극이 도요새의 거대한 ‘덫’이 되고 있다북극이 도요새의 거대한 ‘덫’이 되고 있다

    조홍섭 | 2018. 11. 12

    70년 동안 둥지 포식률 3배 증가…수천㎞ 날아와 위험 자초하는 셈레밍 등 설치류 먹이 급감하자 여우 등 포식자, 새 둥지로 눈 돌려새만금 갯벌에서 볼 수 있던 넓적부리도요는 지구에 생존한 개체가 400마리 정도인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

  • 개는 정말 말귀를 알아들을까개는 정말 말귀를 알아들을까

    조홍섭 | 2018. 11. 09

    단어 1천개 이상 구분하는 ‘천재’ 개도개 두뇌 연구 결과 단어 처리 뇌 영역 확인‘개는 나의 명령을 곧잘, 그것도 다른 개들보다 훨씬 잘 알아듣는다.’ 개 주인의 4분의 1은 자신의 반려견이 남의 개보다 더 똑똑하다고 믿는다는 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