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위험 10만년 뒤에도 알아 볼 경고판 있나

김찬국 2017. 12. 08
조회수 1853 추천수 0
불과 2000년 만에 고대 이집트어 해독 능력 잃어
방사선 위험 표지도 프로펠라, 풍차, 꽃으로 인식해 

04521907_P_0.JPG » 사용후핵연료보다 훨씬 방사선이 약한 폐기물을 보관하는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방사선폐기물처분장 운영동굴 모습. 경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세젤예’나 ‘넘사벽’은 언제까지 사용될까? 

글쓴이는 대학생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비교적 많지만 그래도 요즘 사용되는 표현들이 낯설다. ‘세젤예(세상에서 제일 예쁜)’나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과 같은 단어는 약 10년 전만 해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런 말을 모르고 지내더라도 다시 10년만 지나면 대부분 유행이 지나 사용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 앞에 놓인 시간을 넘어 잊히지 않고 반드시 전달되어야 하는 정보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집트 기자(Giza)에 위치한 피라미드는 기원전 2560년 무렵 세워졌다. 프랑스 사람들이 이 피라미드를 찾았을 때, 약 4500년 전 이집트인들이 이 거대한 건축물을 왜 만들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1882년 발견된 로제타석1)을 통해서야 겨우 고대 이집트어의 비밀을 풀었다. 달리 말한다면, 약 2000년 사이에 인류는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인 고대 이집트의 언어를 해독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인류 역사상 4000~5000년은 문자뿐만 아니라 거대한 건축물 피라미드가 갖는 의미를 전달하기에도 무척 긴 시간이다. 

[그림1]
[그림1] All_Gizah_Pyramids-s.jpg

[그림 2]
[그림2] 로제타석.jpg » 이집트 기자 지역의 피라미드( [그림 1])와 로제타석( [그림 2] ). 로제타석은 고대 이집트 문자 해독의 열쇠가 되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뿐만 아니다. 약 600년 전에는 이 세상에 한글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인류가 문자를 사용한 지 약 4000년이고 신석기가 시작된 건 약 1만년 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땅속 깊은 곳에 묻어둔 사용후핵연료를 길게는 10만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하면서 그 위험을 다음 세대에게 알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수만 년 이후의 세대가 핵폐기물을 보관하는 곳에 접근하지 않도록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10만 년 후의 사람들이 방사선 마크를 본다면? 

만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지만 어느 날 아무런 글자가 쓰여 있지 않은 보물 지도를 발견한다면 보물이 묻힌 곳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만약 유럽의 해적들이 보물을 숨겨 둔 장소를 표시하기 위해 만든 지도라면, 그 장소를 해골 모양으로 표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해골 모양의 표시는 위험한 물질을 경고하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보물 대신 위험 물질이 묻혀 있는 곳을 잘못 파헤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러한 상상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핵발전소에서 사용을 마친 핵폐기물을 보관한 장소에 어떤 경고 표시를 해야 1만 년 또는 10만 년 후의 세대가 위험을 알 수 있을지 고심할 때도 고려되었다. 

방사선 마크는 엑스선, 엠아르아이(MRI) 등의 방사선 의료 기기,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핵폐기물 등 방사성물질이나 방사선 발생 구역 등을 알리는 의미로 사용되는 표식이다. 이 표식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되었다. 방사선의 위험은 일찍이 마리 퀴리가 방사성 원소 라듐을 발견한 이후부터 알려졌다. 노벨 물리학상과 노벨 화학상을 받은 과학자인 그녀는 방사선의 위험에 노출되어 죽음에 이르렀다. 이에 방사성물질로 실험하던 과학자들은 해골 그림 등으로 위험성을 표시했고, 1942년 미국의 핵폭탄 개발 계획 즈음에는 ‘방사성(radioactive)’이라는 글자를 포함한 해골 그림과 대퇴골 두 개를 교차시킨 모양을 사용했다. 

[그림 3]
[그림3] Radioactive_Symbol_1946_svg.png » 초기의 방사선 마크(1946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림 4]
[그림4] Radioactive_svg-s.jpg » 전통적인 전리방사선 마크(1975년 ISO 채택): 처음 접했을 때 프로펠라, 풍차 등의 표식으로 오해하거나 방사성물질 이외의 위험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1946년 미국의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방사선연구소는 원자핵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의 위험 이미지를 연상시키면서 알파(α)선, 베타(β)선, 감마(γ)선 등 방사선의 유형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를 제안했다(그림 3). 이후 조정을 거쳐 1975년부터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정한 방사선 표준 마크로 사용되었다. 이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방사선 마크이다(그림 4). 

왜 새로운 방사선 경고 마크가 필요했을까? 

핵발전이 갖는 치명적인 약점은 사고로 인한 방사성물질의 누출 위험과 사용후핵연료 등 핵폐기물 보관의 어려움이다. 특히 사용후핵연료는 지진이나 지하수 등의 변동에서 안전한 지하 깊은 곳에 얼마나 오랫동안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또 수천 년 혹은 수만 년 이상 보관하면서 미래 세대의 접근을 막고 위험을 알리는 것 역시 필요하다.

그런데 기존의 방사선 마크는 핵폐기물 등이 갖는 높은 수준의 위험을 현세대의 일반 시민들에게 제시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였다. 80여 나라 출신의 초등학생이 있는 호주의 한 학교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많은 학생이 현재의 표식(그림4)을 프로펠라, 풍차는 물론 심지어 꽃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기도 하였다. 2004년 ISO가 세계 11개국 16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해당 표식을 처음 보았을 때 약간의 주의를 기울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거나 에이즈(AIDS), 전기, 독극물, 도로 등의 위험을 유추하기도 하였다.2) 특히 해당 표식을 보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비율이 브라질, 케냐, 인도 국민의 6%에 불과하였다. 지역이나 언어, 연령, 교육 수준에 무관하게 ‘위험해, 만지지 말고 멀어져!’라는 메시지를 주는 표식은 없을까? 

2007년 국제표준화기구와 국제원자력기구는 기존의 방사선 마크를 빨간색의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꿨다(그림 5). 새로운 방사능 경고 마크는 기존의 방사능 마크와 함께 방사능 방출 파동 표시와 해골 표시, 사람이 대피하는 형상을 포함하고 있어 접근 금지의 의미를 보다 강하게 포함하고 있다.

[그림 5] 
iso.jpg » 새로운 전리방사선 경고 마크(ISO 21482): 이 경고 마크는 기존의 전리방사선 마크가 갖는 메시지를 보완하기 위해 2007년 ISO와 IAEA가 공동으로 채택하였다.

핵발전소의 수명이 다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핵발전소는 얼마나 오랫동안 가동할 수 있을까? 사용후핵연료를 1만 년 이상 보관해야 하니 적어도 100년은 가동해야 맞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핵발전소는 1978년부터 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이다. 고리 1호기는 30년째인 2008년에 10년 연장이 결정되었으나 이후 정전 등 잦은 사고로 폐로를 주장하는 의견이 늘어났다. 결국 2017년 6월 가동을 멈추고 폐로하였으니 총 40년을 운영한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핵발전소는 최대 50년 이내로만 사용한다(그림 6). 앞으로 10년 안에 세계적으로 80개 이상의 핵발전소가 수명을 다할 예정이다. 이 중 일부는 운영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매우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그림 6] 
[그림6].jpg » 전 세계 운영 중인 원자로의 수명 분포 (출처: 세계원자력 기구, 2013)

핵발전소의 운영이 정지되면 그다음으로 해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소 15년 이상 핵연료 냉각 및 인출, 해체, 터 복원의 과정을 거친다. 이미 해체된 미국 코네티컷 주의 해덤넥(양키) 핵발전소는 1998년부터 2007년까지 해체 작업을 진행하였다(그림 7)

핵발전소를 해체한 이후에도 사용후핵연료는 별도의 장소에 보관한다. 해덤넥 핵발전소도 복원한 발전소 터에서 수 ㎞ 떨어진 곳에 사용후핵연료 임시 보관 장소를 별도로 두고 있다. 미래 어느 시점에 사용후핵연료 보관 시설이 갖추어지면 그곳에서 1만 년 또는 10만 년 동안 보관할 것이다. 

[그림 7] 미국 코네티컷 주의 해덤넥 핵발전소 해체 모습3)
[그림7-a] hrt-all-roberts-cwr.jpg » 운영 당시의 핵발전소 모습.

[그림7-b] hrt-hc-connecticut-yanea.jpg » 핵발전소의 돔을 해체하는 모습.

[그림7-c] hc-connecticut-yankee-nuclear-power-plant-post-demolition-picture.jpg » 핵발전소를 해체한 이후의 모습(구글맵 항공사진).

[그림7-d] hrt-hc-nuke-storage.jpg » 핵발전소 해체 후 사용후핵연료 임시 보관 장소.

사용후핵연료를 땅속 깊이 묻어 처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지하 3∼4㎞ 깊이까지 구멍을 뚫어 묻는 ‘심부 시추공 처분’ 방식(그림 8)과 지하 300∼1000m 깊이에 핵연료를 보관하는 ‘심층 동굴 처분’ 방식(그림 9)이 그것이다. 이 중 깊이 묻는 심부 시추공 처분 방식이 일반적으로 더 안전하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지하수 유입이 적고 지진 등에도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한정 깊이 들어갈 수는 없는데 지하로 1㎞ 내려갈수록 온도가 25℃ 정도 높아진다. 게다가 핵연료 폐기물도 자체 발열하기 때문에 지하 5㎞보다 더 깊게 내려가는 것은 무리이다. 그런데 심부 시추공 처분 방식은 한 번 묻으면 핵연료를 다시 꺼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를 발전이나 핵무기 개발 등에 다시 이용하려고 심층 동굴 처분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그림 8] 4) 
[그림8].png »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식 중 하나인 심부 시추공 처리방식: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건물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 Tower, 829.84m)보다 약 5배 깊은 지하에 처리한다.

사용후핵연료는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해야 할까? 

핵발전소는 반감기가 치명적으로 긴 방사성물질을 다룬다. 경수로 방식의 핵발전소는 우라늄(U-235와 U-238)으로 만든 연료봉을 3년 동안 사용한 후 폐연료봉을 끄집어내는데, 이 안에는 플루토늄(Pu-239)과 아메리슘(Am-241) 등이 포함되어 있고 우라늄도 여전히 93%가량이 남아 있다. 이 물질들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농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반감기 역시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길다. 플루토늄-239의 반감기는 2만 4000년, 아메리슘-241의 반감기는 430년이다. 우라늄-235의 반감기는 7억 년, 우라늄-238의 반감기는 지구 나이와 비슷한 45억 년이다. 
막 사용을 끝낸 핵연료에서는 t당 1000만 큐리5)의 방사능이 방출된다. 이 수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지만 백만 년이 지난 후의 사용후핵연료에서도 t당 10 큐리의 방사능이 방출된다. 그런데 현재 수준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을 약 1만 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뉴멕시코 주의 치와와 사막에 있는 핵폐기물 격리 시험 시설(Waste Isolation Pilot Plan: WIPP)의 저장 목표 기간은 1만 년 수준이고, 우리나라 원자력안전법도 사용후핵연료 심층 처분 시설의 안전성이 1만 년 동안 유지될지 평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핀란드는 놀랍게도 핵폐기물을 10만 년 동안 보관할 계획인데,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등장한 것이 약 3~4만 년 전이라고 본다면 얼마나 긴 기간인지 알 수 있다. 

[그림 9] 
[그림9] NEW-WIPP-Xsection-s.jpg » 미국 뉴멕시코 주에 위치한 핵폐기물 격리 시험 시설(Waste Isolation Pilot Plan): 1999년부터 지하 655m 깊이에서 운영되었으나 방사능 누출로 2014년 이후 사용 중단되었다.

핵폐기물 처리는 누구의 몫인가?  

핵폐기물의 긴 방사능 반감기는 우리에게 독특한 문제를 남긴다. 인류 역사보다 더 오랜 기간 핵폐기물을 보관하는 기술의 확보와 함께 미래 세대의 접근을 막는 문제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핀란드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땅속 깊은 곳에 묻는다고 할 때, 미래 세대가 우연히 또는 의도적으로 핵폐기물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현재 우리가 핵발전으로 얻는 혜택 때문에 미래 세대가 감수해야 할 위험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될까?

이렇게 우리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미래를 지금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핵발전으로 얻는 혜택 때문에 다른 이들이 감수해야 할 위험을 당연히 받아들여도 될까?’라는 질문과도 연결된 성찰과 자각에서 새로운 에너지 대안과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향한 우리 사회의 도전이 출발할 수 있다.  

최근에 이루어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은 우리 사회가 충분한 숙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글쓴이는 특히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재개 여부와는 별도로 우리나라의 핵발전을 장기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하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미래를 향한 변화의 길을 나설 때이다(■ 관련 기사: 물바람숲 영화로 환경읽기25: ‘남한산성’과 공론화, 우리 미래는 우리가 결정한다).

이 글은 ‘10대가 꼭 알아야 할 10가지 과학 기술과 환경 이야기’라는 부제로 최근 발간된 “미래 과학, 환경을 부탁해!(꿈결, 2017)”의 8장 ‘핵발전소를 사용한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의 일부를 담고 있다. 자신의 미래와 관련하여 이 땅의 10대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라면 ‘환경상식’ 톺아보기와도 어울릴 것이라 기대한다.


김찬국/ 한국교원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 환경과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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