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공포’가 산호초 생태계 바꾼다

조홍섭 2017. 1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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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서 초식 어류 꺼리는 해조류 피난처 생겨
인류 이전 최상위 포식자는 자연에 광범한 영향

Bigelow Laboratory for Ocean Sciences-1.jpg » 피지 산호초 조간대에 밀물이 들어 상어가 출몰하는 곳에선 초식성 물고기가 꺼려 해조류가 잘 자란다. 미국 비글로 해양학 연구소 제공.

호랑이가 출몰하던 시절은 사람들은 깊은 산속이나 한밤중 출입을 삼갔다. 요즘도 상어가 나타나면 해수욕장 출입을 금지한다. 사람이 압도적인 영향을 끼치기 이전 대형 포식자가 생태계의 먹이 사슬에 끼친 영향력은 훨씬 컸을 것이다. 최상위 포식자가 생태계의 모습을 바꾸는 이른바 ‘공포의 경관’이다. 밥을 굶을지언정 남의 밥이 되는 것은 피하는 것이 동물의 일반적 속성이다.
 
실제로 최상위 포식자가 먹이사슬을 통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포식자는 넓은 범위를 이동하면서 가끔씩 마주치는 여러 종류의 먹이를 사냥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태평양 피지의 얕은 산호초에서 그런 드문 사례가 조사됐다.
 
이곳 해안 산호초의 배후는 주기적으로 조수에 잠긴다. 썰물 때 산호초의 상당부분의 매우 얕거나 물 밖으로 드러나고 그 사이에 웅덩이가 형성된다. 웅덩이의 물고기는 해조류를 마음놓고 뜯어먹는다. 상어 같은 큰 포식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밀물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상어가 주기적으로 돌아다니며 물고기를 노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산호초 배후의 얕은 곳은 해조류에는 일종의 피난처가 된다. 이곳 해조류가 물고기에게 뜯어먹히지 않는 것은 상어의 공포가 낳은 간접 효과 덕분이다.

Bigelow Laboratory for Ocean Sciences2.jpg » 썰물 때 물이 고인 웅덩이는 상어가 접근하지 못해 초식성 물고기가 안심하고 해조류를 뜯는 곳이 된다. 비글로 해양학 연구소.

이곳에서 상어의 생태계 영향을 연구한 둑 래셔 미국 비글로 해양학 연구소 연구원은 “상어는 많은 관심을 받는 카리스마 있는 포식자이지만 자연에서 어떤 생태적 구실을 하는지는 아주 기초적인 것밖에 알려져 있지 않다”며 “(피지의 산호초 조간대는) 상어가 생태계에서 단지 통과하는 존재가 아닌 그 외양과 기능을 실제로 바꾸는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첫 번째 장소”라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피지 조간대 산호초에서 초식성 물고기가 사는 곳에서 해조류는 최소한의 수준을 유지하지만 상어의 공포가 미치는 좀 더 얕은 곳에선 무성하게 자란다. 그런 경관은 상어가 간접적으로 조성한 셈이다.
 
연구자들은 “포식자가 만드는 이런 ‘공포의 경관’이 인류세 이후 대부분 사라졌지만 해조숲이나 고산숲 등 많은 곳에서 피지 산호초와 비슷하게 남아있을 수 있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11월16일 치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Douglas B. Rasher, et al, Cascading predator effects in a Fijian coral reef ecosystem, Scientific Reports, 7: 15684. DOI:10.1038/s41598-017-15679-w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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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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