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조기’ 산란기 합창, 돌고래 청력 손상 수준

조홍섭 2017. 12. 26
조회수 16586 추천수 1
캘리포니아만서 150만마리 산란
수컷이 27㎞ 걸쳐 200㏈ 소리 내

01051799_P_0.JPG » 국립수산과학원이 양식한 참조기. 서해안에 대규모 무리를 지어 산란하는 어군은 오래 전에 붕괴했다. 연합뉴스

제주도 남서쪽 동중국해에서 겨울을 난 참조기는 3∼4월에는 전라도 칠산 앞바다, 5∼6월에는 연평도 앞바다까지 올라와 산란했다. 참조기 어장이 붕괴하기 전인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칠산 앞바다 등에서는 이때 파시가 열려 흥청거렸다. 참조기는 해마다 일정한 때 알을 낳으러 오지만 어민은 자세한 정보를 속이 뚫린 대나무 막대를 물속에 넣고 귀대어 미리 알았다. 일종의 대나무 어군탐지기인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산란기 참조기는 매우 시끄럽게 울기 때문이다.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칠산 앞바다의 조기 떼 우는 소리에 밤잠을 설쳤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올 정도”라고 말했다.

참조기 울음소리가 칠산 앞바다에서 영영 사라졌지만, 다시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멕시코 캘리포니아만에도 우리나라 서해처럼 조기가 산란하기 위해 엄청난 무리를 지어 몰려드는 곳이 있다. 콜로라도 강이 만으로 흘러드는 삼각주에는 해마다 봄이 되면 수백만 마리의 ‘멕시코 조기’가 알을 낳으러 몰려든다. 참조기와 마찬가지로 민어과에 속하는 이 물고기(Cynoscion othonopterus)는 캘리포니아만 고유종으로 길이 1m, 무게 12㎏까지 나가 민어와 비슷하지만 큰 무리를 짓고 시끄럽게 운다는 점에서는 참조기와 비슷하다.

photo-1-corvina-blogSimon Freeman-1.jpg » 캘리포니아만 북쪽 끝 강하구에서 산란하기 위해 대규모로 집결하는 민어과의 ‘멕시코 조기’가 혼인색에 물들어 있다. 길이가 1m에 달해 민어처럼 보인다. 브래드 에리스만 제공.

이 물고기 떼가 내는 소리가 해양동물 가운데 가장 큰 축에 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 두 마리가 큰 소리를 내는 정도가 아니라 큰 물고기 150만 마리가 27㎞ 범위의 바다에 걸쳐 200㏈에 이르는 소리를 낸다. 브래드 에리스만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음향측심기와 수중청음기로 조사한 이런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2시간 동안 이 물고기 떼가 내는 소음도는 179∼202㏈에 이르렀는데 이는 고래나 바다사자 등에 일시적 청력 손상을 일으킬 수준”이라며 “해양 포유류가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이 물고기 사냥에 나서는 것이 놀랍다”라고 밝혔다. 고래와 기각류는 173∼219㏈의 소음에 하루 이상 노출되면 영구적 청력 손상을, 153∼199㏈에서는 일시적 청력 손상을 입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에리스만 박사는 이 물고기가 발성 근육을 수축해 부레의 저주파 소리를 공명시키는 방식으로 소리를 내며, 이 소리를 이용해 산란이 임박했는지를 알리고 산란 무리를 유지하며 짝짓기 행동 시간을 일치시킨다고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캘리포니아만 해양 프로그램 블로그에서 밝혔다(■ 멕시코 조기의 집단 짝짓기 소리를 들으려면). 탁하고 물살이 센 해역에서 소리는 유일한 소통 수단이다.

멕시코 어민들도 전통적으로 물고기가 내는 소리를 단서로 산란을 위해 어디로 모여드는지 알아낸다. 연구자들은 “물고기가 내는 소리는 소형 어선의 엔진 소리를 압도한다. 배 밑창을 통해 귀로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해마다 일정한 시기에 물때와 달 기울기에 맞춰 얕은 바다에 100만 마리가 넘는 무리가 모여들어 엄청난 소리를 내며 산란과 방정을 하는 이 물고기는, 당연히 대량 포획에 취약하다. 멕시코의 어민은 이 시기에 맞춰 물고기를 포획해 왔다. 소형 오선 한 척은 불과 몇 분 만에 ‘멕시코 조기’ 2t을 건져 낸다. 500척의 어선이 20일 동안의 어기 동안 잡는 물고기는 200만 마리에 이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분포지.jpg » ‘멕시코 조기’의 서식지(노란색). 만 북쪽 서식지가 번식지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 제공.

대량 포획이 산란기에 집중되면서 이 물고기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2015년 ‘취약종’으로 적색목록에 올렸다. 그 이유는 “이 종은 캘리포니아만 일부 장소에만 서식하는데 역사적으로 남획됐고 앞으로도 과잉 어획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물고기의 몸길이가 이미 10㎝ 줄어든 것은 큰 물고기 중심으로 잡아낸 어획의 증거이다. 연맹은 “현재 ‘취약’으로 분류되었지만 상위 등급인 ‘위급’이나 ‘위기’ 종으로 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물고기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연구자들은 보전 필요성을 이렇게 말했다. “모든 성체가 한 장소에 모여 이렇게 크게 내는 소리를 보전할 가치가 충분한 야생의 장관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Erisman BE, Rowell TJ. 2017, A sound worth saving: acoustic characteristics of a massive fish spawning aggregation. Biol. Lett. 13: 20170656. http://dx.doi.org/10.1098/rsbl.2017.065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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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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